연합뉴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통념에서 벗어난 수정주의 전략을 택한다면 북미 정상회담을 다시 성사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13일(현지시간) CSIS 홈페이지에 올린 '이란 이후 :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재개 시나리오'라는 제목의 한반도 현안 분석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차 석좌는 "김정은이 수정주의적 입장을 취한다면 2018년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기본 원칙을 재확인하기 위해 트럼프와의 회담을 목표로 삼을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도출된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 △전쟁포로와 실종자 유해 수습 등 4개 항목이 골자다.
차 석좌는 향후 김 위원장이 회담을 추진할 시기와 관련해 "잠재적으로 집권당(공화당)이 미국 중간선거에서 패한 이후"라며 "두 정상은 세부적 비핵화 협상은 피하고, 향후 6개월 동안 양측 협상팀에게 이를 구체화하도록 맡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대신 김 위원장의 수정주의적 성향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김 위원장이 수정주의적 관점을 지니고 있다면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하는 핵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기회를 활용하려 할 수 있다는 것.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등으로 러시아와 밀착하고, 중국과도 무역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북한 입장에서는 당장 트럼프 대통령과의 북미 정상회담이 절실하지 않다는 게 통념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이같은 통념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게 차 석좌의 분석이다.
차 석좌는 그 근거로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이후 중국과 무역 회복에 집중할 것이라는 통념을 벗어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벌이는 러시아와 밀착한 점을 꼽았다.
특히 북한 비핵화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행보도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킬 수 있는 기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여러차례 반복했다.
이와 함께 차 석좌는 이란 전쟁을 통해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및 협상 성향을 파악한 점도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키운다고 짚었다.
그는 "미국의 '포스트-외교'(post-diplomacy) 세계에서 주요 결과물은 웅장한 형태를 띠지만 실제 합의 전망 없이 후속 협상 약속만 덧붙여진다"며 "북한은 예측 불가능하고 군사력 사용을 선호하는 트럼프를 관리하는 최선의 방법이 접촉 유지라는 또 다른 교훈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차 석좌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김정은은 트럼프의 노벨평화상을 위한 이력 쌓기에 호소하면서 평화조약 체결, 미군 훈련 중단, 적대 관계 종식 등의 주제로 대화를 끌어갈 것"이라며 "가시적 성과는 별 것 없을 수 있지만 북한이 오랫동안 추구해 온 '미국의 사실상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목표에는 상당한 의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 석좌는 이같은 수정주의가 김 위원장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북일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김 위원장이 한·미·일 3국 협력 체계를 분열시키는 목표를 달성하려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차 석좌는 "북미 정상회담이 남한과의 대화나 교류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가 제안한 '평화 공존'보다는 서울을 우회해 워싱턴, 도쿄와 접촉하는 수정주의적 외교 전략이 (북한에) 가장 매력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중국도 북미 정상회담을 지원할 수 있다며 이는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교묘히 약화시키려는 중국측 목적도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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