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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나리오' 지금부터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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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2-2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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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의 Food Economics

 

NOCUTBIZ
장성택의 처형 소식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남한이 주도하는 한반도 통일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일이 된다고 해서 기뻐할 만한 일은 아니다. 제대로 준비한 게 많지 않아서다. 통일시나리오, 지금부터 써야한다.

2년 전에 쓴 「식량전쟁」이라는 소설을 통해 북한 장성택의 실각을 예측한 적이 있다. 그런데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됐다. 요즘 들어 두려운 생각이 드는 이유다. 필자의 예측대로라면 2020년 북한은 붕괴되고 남한이 주도하는 한반도 통일이 이뤄진다.

한국은 세계 초일류 국가가 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무조건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다. 준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다. 통일이 되면 먹고사는 일이 당장 문제가 된다. 북한은 식량부족으로 기아선상에서 헤매고 있고 우리는 대부분 식량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가파른 경제성장으로 부족한 식량을 수입으로 채워나갔고 이로 인해 곡물자급률은 25% 수준으로 떨어졌다. 북한은 극심한 식량난으로 국민 대다수가 영양부족 상태로 결핵을 비롯해 다양한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에서 출판한 「한반도 통일과 식량안보」에 따르면 통일이 되는 해에 170~250만t의 쌀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120만t의 통일미를 항시 비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정부의 추가예산은 48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는 올해 외교통일예산의 11.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통일이 되면 북한주민에게 식량을 무상 지원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지금부터 남한의 저소득층에게 쌀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남한 인구의 7%에 해당하는 저소득 영세민(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게 월 10㎏의 쌀을 무상지원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영세민의 식량문제를 책임지는 기초적인 복지정책을 통일 이전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서는 추가예산으로 8100억원이 필요하다. 이는 올해 복지예산의 0.8%에 불과하다. 통일은 저절로 굴러 들어오는 게 아니다. 남한의 자유 민주주의 경제체제가 이룩한 놀라운 경제성장은 오히려 새터민들의 이질감과 좌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통일이 되면 북한 주민들은 남한의 거대 자본이 침투해 자신의 생활터전을 빼앗아갈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북한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북한 동포들이 함께 살고 싶어 하는 통일 시나리오가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당장 시급한 것은 식량문제만이 아니다. 국유화돼 있는 북한의 토지와 부동산을 북한주민에게 배분하는 원칙이나 남한의 자본이 북한에 무차별하게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는 법안이 미리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북한지역에 지방자치를 보장하고 지원하는 합리적인 방안들이 수립돼야 한다. 각 분야에서 북한을 남한으로 유인하기 위한 노력이 가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염원하는 통일을 이룰 수 있다. 최근의 사태를 보면서 통일을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와 전략을 재점검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통일시나리오가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이사장chlee@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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