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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주도 남북관계…朴정부 2년간 제자리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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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출신 靑 안보실장이 남북관계까지 관장, 컨트롤타워 재정립 필요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지난 10일 오전 경기도 파주 오두산전망대 주차장에서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일이자 황장엽 전 당비서 4주기를 맞아 대북전단을 살포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북핵 위협 등 안보위기를 내세우며 군이 남북관계를 주도한 결과 박근혜정부 2년동안 남북관계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15일 열린 군사회담 비공개 논란에서 드러났듯이 군이 주도하는 남북관계는 대화와 타협보다는 대결국면을 가중시키고 있다.

◈ 서해 교전, 삐라 총격전...남북관계 악화일로

지난 7일 오전 9시 50분쯤, 북 경비정 1척이 연평도 서방 NLL을 약 1km 정도 침범하자 아군 고속함이 경고통신과 경고사격을 실시했다.

평소 아군의 경고사격 뒤 북측으로 되돌아가던 북 경비정은 이날은 평소와 다르게 대응사격을 실시했고 양측은 10여분간 교전을 벌였다.

교전은 경고 및 위협성 대응사격에 그치긴 했지만 남북 함정이 상호 사격을 한 것은 지난 2009년 11월 10일 발생한 대청해전 이후 5년여 만이다.

이어 지난 10일 오후에는 우리 민간단체가 살포한 대북전단(삐라)을 향해 북한이 고사총을 발사했고 총탄 수발이 민통선 일대 아군부대 주둔지와 민간지역에 떨어졌다.

아군도 경고방송 뒤 북한군 GP 일대에 K-6 기관총 40여발을 발사하며 대응사격을 실시했고 북한 군이 또 다시 맞대응하면서 총격전이 발생했다.

비록 우리측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북한이 쏜 총탄이 우리 지역에 떨어진 것은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4년여 만이다.

이에 남북은 지난 2011년 2월 이후 3년 8개월 만인 지난 15일, 군사회담을 열어 두 사건과 관련해 논의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회담은 끝났다. 이후 북한은 우리측의 협상태도를 문제삼으며 회담 개최 과정과 내용을 폭로했다.

◈ '안보' 치중 '평화'는 뒷전

서해 교전과 삐라 총격전, 그리고 이어진 남북 군사회담은 박근혜정부 들어 군당국이 주도하는 남북관계가 오히려 대결국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수차례 "강력한 안보의 뒷받침이 없는 평화는 사상누각일 수밖에 없다"며 남북관계에 있어 안보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남북 분단상황을 감안했을때 당연한 발언이지만 문제는 '강력한 안보'를 강조하다보니 최종 목적이 돼야 할 남북간 '평화'는 뒷전으로 밀려났다는데 있다.

실제로 현 정부는 전시작전권 전환 재연기,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KAMD).킬체인(KILL CHAIN) 구축, 미군 부대내 사드(THAAD) 배치 등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대응체계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반면,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7여년 동안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은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남북관계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는 개성공단 잠정 폐쇄와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오히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이다.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군사당국 접촉 모습 (사진=국방부)

 

◈ 또 '급' 문제...남북접촉 결실 없이 끝나

지난 15일 열린 군사회담 과정은 악화일로를 걷는 남북관계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 7일 서해교전 발생 직후 북측은 우리측에 긴급단독접촉을 제안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 제안을 거부했고 이후 2차례 더 북한이 접촉을 제안하자 마지못해 국방부 정책실장(1급)을 보내 군사회담을 열었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대화 제의를 오히려 우리 정부가 수차례 거절했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17일 "2차 고위급회담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긴급단독접촉을 열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북측이 우리측 대표로 김관진 실장을 지목하면서 자신들은 북한정권 2인자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아닌 김영철 정찰총국장을 보내겠다고 해 '급'(級)이 맞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핵실험에 이은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남북관계가 극단으로 치닫던 지난해 6월 북측이 제안한 남북장관급 회담이 수석대표의 급 문제로 결렬된 상황과 '복사판'이다.

결국 본질이 아닌 문제를 놓고 남북간 줄다리기를 이어가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남북간 군사회담은 성과는 커녕 서로간의 불신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빚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통일준비위원회 제2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청와대 제공)

 

◈ 대북강경론자가 남북관계 주도 '대화보다 대결'

이처럼 현정부에서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평화' 보다는 '안보'에 치중하는 정부내 군 출신 인사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김장수 전 청와대 안보실장과 김관진 현 실장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현 정부에서 안보분야는 물론 남북관계에 있어서까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통일부 핫바지론'에서 볼 수 있듯이 통일부는 유명무실한 부처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명박정부에서는 확실한 외교.안보 컨트롤타워가 없었고 노무현정부에서는 차관급인 NSC사무차장이 사실상 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장관급인 현 정부의 안보실장은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막강한 파워를 가진 직책이다.

그런데 '꼿꼿장수'로 유명한 김장수 전 실장이나 '레이저김'으로 불리는 김관진 실장이나 모두 정부 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대북강경론자다.

군인 출신의 대북강경론자가 안보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역시 관장한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익명의 남북관계 전문가는 "북핵대응 비용이 27조원이 넘는다는 보도를 봤느냐"고 반문한 뒤 "남북간 대결이 아닌 화해.협력이 경제적으로도 훨씬 이득인데 현 정부는 군 중심의 사고에 갖혀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역시 "대북정책은 안보와 교류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현재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참모들이 군 중심의 인사들이 많다"면서 "앞으로 균형을 갖추는 차원에서 남북관계 컨트롤타워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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