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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금융사들, CEO 선출과정 비공개·꼼수 부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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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없어도 이사회가 인정하면 예외' 빠져나갈 구멍 마련

삼성생명 연차보고서

 

NOCUTBIZ
재벌그룹 보험사들이 최고경영자(CEO) 선출 과정을 공개하지 않거나 예외조항을 만들어 금융당국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의지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사들이 CEO 선출 과정 등을 포함한 연차보고서를 공개할 경우 대기업 오너가 금융계열사 사장단을 마음대로 임명해온 관행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공개된 재벌그룹 보험사들의 연차보고서에는 CEO 선출 과정이 빠져있거나 '이사회가 인정할 경우 (전문성이 없더라도) 예외로 한다'는 꼼수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금융위는 지난해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발표하며 자산 규모 2조원이 넘는 금융회사 118곳은 주주총회 전 연차보고서를 발간하고, 연차보고서에 이사회 활동과 CEO 승계과정 등을 적시하도록 했다. 금융위는 특히 CEO 자격으로 '금융회사의 목표와 업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추라'고 명시했다.

당초 금융위는 118곳 금융사 모두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의무적으로 만들어 CEO와 임원들을 추천하도록 할 방침이었지만, 재벌 등 대주주가 있는 2금융권의 반발에 떠밀려 임추위 신설 규정을 2금융권에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위는 다만 금융사들은 예외 없이 CEO 후보들이 추천된 경로와 경영승계 사유가 발생한 이후의 의사결정 과정까지 상세하게 연차보고서에 담도록 했다.

하지만 올해 주주총회를 앞두고 재벌계 금융사들이 공개한 연차보고서에는 CEO 요건이나 추천 경로는 공개되지 않았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삼성그룹 금융사들의 경우 예외규정까지 신설하며 금융당국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CEO 자격 요건으로 "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금융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며, 금융회사의 공익성 및 건전 경영에 노력할 수 있는 자로서, 리더쉽과 경영혁신 마인드 등을 두루 갖춘 자여야한다"고 밝혔지만 "다만, 이사회가 최고경영자로서의 충분한 자질과 능력을 갖추었다고 인정할 경우 예외로 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을 뒀다.

오너가 금융 경험이 없는 CEO를 마음대로 임명하더라도 이사회만 통과하면 문제가 되지 않도록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한 것이다.

금융위는 또 2금융권에 대해 임추위를 두지 않는 대신 이사회가 CEO 후보군을 발굴하고, 자격을 검증토록 했지만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은 이마저도 '사내 인사조직에 위임 한다'고만 밝혔다.

또 다른 재벌그룹 보험사인 한화손보, 롯데손보 등도 구체적인 CEO 자격 요건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현대해상만 “최고경영자의 자격요건으로 보험업의 공익성 및 건전경영과 거래질서를 ‘해칠 우려가 없는 자 회사의 목표와 업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며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자 라고 규정하고 ’이를 충족하기 위한 세부 자격요건들을 지정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금융위는 그러나 "'원칙준수·예외공시' 원칙에 따라 연차보고서를 작성하면 된다"며 "모범규준이 강제규정은 아니라"는 입장이어서 애초 강제력 없는 연차보고서의 실효성이 더욱 약해지게 됐다는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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