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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 누가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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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행간 주제 들어보죠.

◆ 김성완>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 70주년 축사에서 건국 67년이라는 표현을 써서 논란인데요. 우리 국민의 인식은 전혀 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의 64%가 1919년, 임시정부수립을 건국시점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누가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하나,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건국 67년, 좀 낯설다는 분도 많았었는데. 여론조사 결과부터 좀 보죠.

◆ 김성완>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엊그제 전국의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건국 시점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를 했는데요. 3.1운동과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이라는 응답이 63.9%였고요. 남한정부가 수립된 1948년이라는 응답이 21%였습니다. 그러니까 3배 정도 임시정부 수립일이 더 높게 나타난 거죠. 잘 모름은 15.1%였습니다. 모든 지역과 계층에서 1919년이 임시정부수립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았는데요. 새누리당 지지층조차 51.9 : 27.3 비율로 임정수립일을 건국시점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와 유선전화를 각각 50%씩 할당해 임의전화걸기 자동응답방식으로 진행을 했고요. 응답율은 5.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플러스, 마이너스 4.4%포인트였습니다.

◇ 박재홍> 여론조사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겠는데, 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일부 보수인사들이 머쓱해지겠군요.

◆ 김성완> 과연 그럴까 이런 생각도 들기도 하는데요. 아마 잘못된 역사교육탓으로 돌리지 않을까 그런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국민인식과 그들의 인식이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걸까 생각을 해보면요. 국민들은 역사를 보고 있고, 그들은 무언가 이익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건국절의 의미를 부각하면 친일의 부끄러운 역사를 덮고 이념적인 대립을 부추겨서 정치적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거다, 이런 계산도 깔려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왜냐하면 그들의 주장이 역사적으로 별로 설득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 박재홍> 관련해서 저희가 한번 다루기도 했었습니다마는.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그런 의미인가요?

◆ 김성완> 맞습니다. 얘기를 하자면, 반박논리를 얘기를 하자면 몇 시간을 할당해도 모자랄 텐데요. 시간상 제가 3가지만 간추려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첫째, 우리나라 국호가 뭐죠? 대한민국이죠?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의 기원을 혹시 아시는 분들이 있는지 모르겠는데요.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의 기원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입니다. 1919년 3.1운동의 결실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구성됐을 때부터 국호를 대한민국이라고 정했고요. 헌법도 대한민국 임시헌장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국호로 사용하고 있는 국호가 임시정부에서 비롯됐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또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우리나라에서 민주공화정을 표방한 첫 정부 조직이었습니다. 그 이전의 대한제국은 전제군주국가였고요. 그래도 임시정부는 말 그대로 임시정부 아니냐, 이런 반론이 있을 수 있는데요. 세계 역사를 보면 압니다. 수많은 국가들이 식민시대를 겪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정부조직을 꾸려서 근 27년 가까이 독립운동을 펼친 사례가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가 유일합니다. 서구열강이 카이로 선언을 통해서 독립을 보장한 나라도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이런 자랑스러운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건 말이 안 된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 박재홍> 그런데 반대측에서는 그래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1948년이 아니냐, 이런 반론이 있을 것 같아요.

◆ 김성완> 그런 인식을 가질 수 있는데요. 이게 두번째 반박논리입니다. 보수세력이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하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임시정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는지 아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을 것 같고요. 궁금하신 분들도 있을 수 있는데. 제헌국회 임시의장을 이승만 전 대통령이 맡았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이 개회사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기미년 3월 1일 우리 13도 대표들이 대한독립 민주국임을 세계에 공포하고 임시정부를 건설하여 민주주의 기초를 세운 것이고 이 국회에서 임시정부를 계승해서 29년 만에 민국을 공포하며 민국 연호는 기미년에서 기산할 것이다.’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연호를 기미년에서 기산하겠다, 이렇게 얘기했을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대한민국 정부는 임시정부에서 비롯됐다, 이렇게 인정하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보수세력의 건국의 아버지가 임시정부 수립일인 1919년 4월 11일이 건국절이라고 얘기하고 있는 겁니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 박재홍> 보수세력이 국부라고 칭하고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 조차 1919년을 건국일로 생각하고 있다.

◆ 김성완> 맞습니다.

◇ 박재홍> 마지막 세번째 이유는 뭡니까?

◆ 김성완> 보수세력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다는 헌법 전문을 애써 무시하고 있는데요. 헌법 전문 읽어보신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유구한 역사,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3.1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는다, 이런 내용들이 쭉 이렇게 나와있는데요. 이 문구가 언제부터 들어가 있었느냐면 제헌헌법 때부터입니다. 이 문구를 넣는데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결정적인 기여를 한 사람, 역할을 한 사람이 누구냐면 바로 이승만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보수 세력이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하는 바로 그 당사자입니다. 제헌국회 속기록이 지금까지도 다 기록으로 남아있거든요. 그 속기록을 보면, 이 전 대통령이 임시정부 법통을 이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원문 대로 읽어드리면요, ‘우리가 자발적으로 일본에 대하여 싸워가지고 이때 진력해오던 것이라 하는 것을 우리와 이후에 우리 동포들이 알도록 잊어버리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자랑스러운 독립투쟁의 역사를 후세에 알리겠다, 이런 의도로 헌법전문에 넣었다는 얘기거든요. 결국 이 주장이 받아들여졌고요. 대한민국 정부수립 과정에서는 건국이라는 용어가 단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정부수립 선포식 이름도 어떻게 되어 있냐하면. 이때 현수막이 내걸렸는데요. 현수막에 어떻게 적혀있냐 하면 '대한민국 정부수립 국민 축하식'이었습니다. 대한민국 건국절 무슨 축하식 이런 게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얘기를 종합하면 어떻게 될까요? 1945년 8월 15일을 건국절이라고 주장하거나 건국기점이라고 얘기하는 이런 보수 세력의 주장은 자신들이 추앙하는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을 부정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이런 얘기가 되지 않겠습니까? 오늘 ‘행간’의 제목은 누가 역사를 부정하는가였는데요. 역사적 통찰을 가진 현명한 국민들은 누가 역사를 부정하고 누가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지 아마 다 아실 것 같고요. 청취자 여러분들도 제 말씀을 듣고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발 우리 건국 문제나 이런 것 가지고 국력 낭비나 소모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박재홍>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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