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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대한민국, 베트남학살 책임인정·배상하라"…생존자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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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평화법정 재판부 선고…원고측 요구했던 공식사과는 빠져

22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50개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열린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 최종 선고 중인 재판부(사진=김광일 기자)

 

베트남전쟁 때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이 있었다는 의혹을 둘러싼 모의재판이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열렸다.

이 재판에서 한국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자 법정에 있던 생존자들은 끝내 눈물을 흘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50개 시민사회단체는 21~22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시민평화법정(주심 김영란 전 대법관)을 개최했다.

21일 시민평화법정에서 재판부 신문을 받고 있는 퐁니·퐁넛학살 생존자 응우옌 티 탄(57)씨(사진=시민평화법정 제공)

 

법정에 출석하기 위해 베트남에서 지난 18일 방한한 원고 측 학살 생존자들은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입을 열었다.

주민 74명이 숨진 퐁니·퐁넛학살 생존자 응우옌 티 탄(57)씨는 "한국군이 쏜 총에 맞은 뒤 배에서 창자가 튀어나온 채 구조됐다. 이제는 한국정부와 참전군인들이 진실을 인정하고 사과하셨으면 좋겠다"며 오열했다.

하미학살 생존자인 동명이인의 응우옌 티 탄(60)씨는 "한국군이 던진 수류탄이 터지기 직전에 어머니가 저와 동생을 본인의 배 밑으로 깔아 넣어서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면서 "고인이 된 마을 주민 135명을 대표해서 한국에 왔다"고 했다.

22일 시민평화법정 최종진술에 나선 하미학살 생존자 응우옌 티 탄(60)씨(사진=김광일 기자)

 

이에 피고 대한민국 측에서는 전쟁 당시 적군과 민간인을 구별하기 어려웠으며 한국군이 학살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법률대리인 박진석 변호사는 "정말 한국군이 그랬는지, 사상자들은 순수한 민간인이었는지, 의도된 집단 살상이었는지, 민간인임을 알고도 고의로 죽였던 건지, 전쟁법을 위반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최 측인 시민평화법정 준비위원회는 한국정부에 '법률대리인을 지정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체적으로 3인의 변호사를 위촉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양측 당사자를 신문하고 채택된 증거를 검토한 뒤 한국정부에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원고 측이 요구했던 공식사과는 빠졌다.

시민평화법정 재판부를 맡은 이석태 전 세월호 1기 특별조사위원장(왼쪽), 김영란 전 대법관(가운데),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른쪽) (사진=시민평화법정 제공)

 

주심 김영란 전 대법관은 "피고 대한민국은 국가배상법 제3조에서 정한 배상 기준에 따른 배상금을 지급하고 책임을 공식 인정하라"면서 "1964~73년 베트남에서 한국군의 민간인에 대한 살인·상해·폭행·성폭력 등이 있었는지 진상조사할 것을 권고한다"고 판시했다.

선고를 지켜본 생존자들은 손뼉을 치며 기뻐하다 이내 눈물을 보였다. 이들은 "너무 기쁘고 희생자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이곳에서 목격한 모든 일을 베트남에 돌아가서 전하겠다"고 했다.

선고 직후 무대에 선 퐁니·퐁넛학살 생존자 응우옌 티 탄(57)씨와 동명이인인 하미학살 생존자 응우옌 티 탄(60)씨(사진=박희원 수습기자)

 

이때 참전군으로 추정되는 남성 2명이 무대 쪽으로 난입하려 하다 관계자들에 의해 제지되기도 했다.

이번 재판은 참전군 개인을 처벌하는 데 목적을 두기보다, 이들을 사지로 내몬 국가의 책임을 가리기 위해 민사 손해배상 청구소송 형식으로 준비됐다.

그 자체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준비위는 재판부에 제출된 증거를 바탕으로 법률 검토를 거쳐 실제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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