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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전 엄마가 배밑에 숨겼다" 법정 선 베트남학살 생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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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135명 숨진 하미학살 생존자, 시민평화법정서 증언

22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에서 최종진술을 하고 있는 하미학살 생존자 응우옌 티 탄(60)씨(사진=김광일 기자)

 

베트남전쟁 때 민간인 학살을 당한 마을의 생존자가 생전 처음 한국을 찾아 시민사회단체가 개최한 모의법정에서 피해사례를 증언했다.

하미학살 생존자 응우옌 티 탄(60)씨는21~22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한국군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에 원고로 출석해 신문을 받았다.

베트남 중부 꽝남성에 위치한 하미마을에서는 지난 1968년 2월 22일 해병대 청룡부대가 지나간 뒤 주민 135명의 시신이 참혹하게 훼손된 채 발견됐다.

베트남 중부 꽝남성 하미마을 학살터에 세워진 위령비(사진=김광일 기자)

 

당시 열 살이던 탄씨는 한국군이 마을로 진입했을 때 넓이 3m, 길이 15m의 방공호에 숨었다가 별안간 날아든 수류탄에 부모와 동생을 잃었다고 했다.

탄씨는 "한국군이 던진 수류탄이 터지기 직전에 어머니가 저와 동생을 본인의 배 밑으로 깔아 넣어서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면서 "의식을 찾았을 땐 다친 동생이 '엄마 죽었다'며 소리치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이날 폭발로 탄씨 역시 왼쪽 하반신에 부상을 입고 한쪽 청력을 완전히 잃은 상태로 50년을 견뎌왔다. 또 사흘간 피를 흘리며 '엄마'를 애타게 부르다 숨진 동생을 떠올리며 평생 자책해 왔다.

탄씨는 "제사 때마다 귀에 학살로 죽어간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고인이 된 마을 주민 135명을 대표해서 한국에 왔다"면서 한국정부의 공식사과를 요구했다.

(사진=김광일 기자)

 

증언을 지켜보던 방청객 일부는 탄씨와 함께 눈물을 짓는가 하면 신문 직후 30여초 이상 긴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시민평화법정 재판부는 당사자를 신문하고 채택된 증거를 검토한 결과, 한국정부에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할 것을 권고했다.

시민평화법정 재판부를 맡은 이석태 전 세월호 1기 특별조사위원장(왼쪽), 김영란 전 대법관(가운데),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른쪽) (사진=시민평화법정 제공)

 

주심을 맡은 김영란 전 대법관은 "학살 당일 한국군이 하미마을에서 작전했던 점, 살해된 주민들이 무력을 행사한 사실이 명백하지 않은 이상 민간인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우리 국방부는 학살 의혹과 관련해 "베트남과의 관계를 고려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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