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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 채용으로 공정?…알고보면 사학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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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사립학교법 개정을 놓고 사학과 교육당국이 맞서고 있다. 초중고 사립학교 교원의 채용을 누가 하느냐를 놓고 부딪히고 있다. 사학재단들은 자율성과 정체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채용의 핵심은 자율성도 정체성도 아닌 '공정'에 있다. CBS노컷뉴스는 사학의 채용 과정이 공정했는지, 공정한지 묻고 공정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사립학교 채용 공정한가]②
공립은 필기 50%, 사립은 10% 반영…배점 제멋대로
강제 아닌 자율…사립학교 3곳 중 2곳만 위탁채용
사학비리 학교들, 위탁채용 대신 자체 채용만
경기도·의회·교육청, 사학비리 근절 대책 마련 나서

▶ 글 싣는 순서
최종면접에 안 나타난 이사장…사립 채용은 '답정너'
'위탁' 채용으로 공정?…알고보면 사학 마음대로
(계속)

경기도 성남의 B사립학교는 채용비리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올 초 경기도교육청 감사에서 2014~2015년 교사채용 당시 시험지와 답안지, 이력서 등이 파기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문서들은 규정상 10년 동안 보관해야 한다. 교육청은 B학교가 당시 누군가에게 특혜를 주고 증거를 인멸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비위 의심 제보가 없었다면 교육당국은 B학교를 의심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B학교는 지난 2016년부터 교원채용을 교육청에 위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공정한 채용절차를 밟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2016년 이후 B학교에서는 공정한 채용이 이뤄졌을까.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와 봐야 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배점이 사학 마음대로…이용당하는 '위탁채용'

30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교육당국은 사립학교 교원 채용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위탁채용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사학에 이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위탁채용이라고 해서 모든 채용 절차를 교육당국이 대신 맡아 하진 않는다. 현재 대부분의 일선 교육청은 1차 필기시험 정도를 위탁받아 실시하고 있다. 교육청이 필기시험을 통과한 인원을 사학에 통보해 주면 2차 실기와 3차 면접 시험은 학교 자체적으로 치르는 방식이다.

여기서 '배점의 마법'이 발동한다.

공립 임용고시의 경우 1차 필기시험 점수와 2차 실기·면접 점수를 각각 50%씩 반영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B사립학교가 운영하고 있는 학교의 신규 교원 채용 공고문. B사립학교 홈페이지 캡처B사립학교가 운영하고 있는 학교의 신규 교원 채용 공고문. B사립학교 홈페이지 캡처하지만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채용비리 의심을 받고 있는 B학교는 교육청에 위탁하고 있는 필기시험의 배점을 10%만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정성평가가 가능한 실기와 면접을 각각 40%와 50%씩으로 대폭 확대했다. 특히 사학은 배점 비율을 교육당국에 통보할 의무조차 없다.

결국 필기시험 위탁으로 공정성을 확보하면서도, 학교가 마음에 드는 지원자를 뽑을 수 있는 구조다.

이런 이유로 사립학교들이 배점을 임의로 변경하는 이유가 특정인을 뽑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는 "일반 국가고시의 경우 필기 반영 비율이 70~80% 수준인데, 교사는 지식만 많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50%만 반영한다"며 "일부 사립학교는 이마저도 조정하는데, 이는 능력이 없어도 학교 측에서 점수를 높게 주면 손쉽게 채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의무 아닌 권고…3곳 중 1곳은 자체 채용

위탁 채용의 또 다른 한계는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라는 것.

실제로 뒷돈을 받고 교사를 채용한 경기도 평택의 C사학재단은 위탁채용이 실시된 2011년 이후 단 한 번도 채용을 의뢰한 적이 없다.

지난해 전국 1788개 사립학교 중 612곳이 신규 교원을 채용한 가운데 225곳(36.7%)이 필기시험조차 위탁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전히 3곳 중 1곳의 사립학교는 자체적으로 교원을 선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경기도·의회·교육청은 지난 3월 업무협약을 맺고 국회에 사립학교법 개정을 건의하는 등 사학의 채용비리 근절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우선 경기도교육청은 내년부터 1차 필기만이 아닌 2차 실기 및 면접시험까지 전 과정에 걸쳐 위탁 채용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거부한 사학에는 교사 인건비를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현행 위탁 채용 제도로는 채용 비리를 막긴 어렵다고 판단해 모든 채용 절차를 교육청이 담당하기로 했다"며 "교육청이 교원 채용을 담당하면 사립학교 입장에서는 채용에 드는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질 높은 인력을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도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경기도 또한 다음달 7일 '경기도 사립학교 공정채용 국회토론회'를 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박승삼 경기도 평생교육국장은 "안타깝게도 사회 곳곳에서 부모의 지위나 재력에 따라 취업의 기회가 불공정하게 주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이는 경기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부정채용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공정채용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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