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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냉장고 1억 주인찾은 수사관 "1년 반을 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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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강권욱 (제주서부경찰서 수사관)
 
얼마 전 제주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김치냉장고를 중고로 샀는데 냉장고 바다에서 1억 원이 넘는 현금 다발이 발견된 거예요. 대체 이 돈을 누가 왜 숨겼는가. 혹시 범죄에 쓰인 돈은 아닌가, 이런 혐의점들을 잡고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요. 한 달 반을 수사한 끝에 지난주 경찰이 돈의 출처를 발견했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는 그야말로 화제였던 그 사건, 1억 냉장고 사건의 전모를 들어보죠. 이 사건을 담당했던 분이세요. 제주서부경찰서 강권욱 수사관 연결이 돼 있습니다. 강 수사관님, 안녕하세요.
 
◆ 강권욱>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고생 많으셨습니다.
 
◆ 강권욱> 아닙니다.
 
◇ 김현정> 참 기막히기도 하고 이게 참 아주 이례적인 사건인데 우선 당시에 발견됐던 현금 다발 사진을 저희가 유튜브와 레인보우를 통해서 좀 보여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중고 냉장고를 샀는데 5만 원 다발들이 그냥 은행에서 준 그대로 묶여 있네요.
 
중고 김치냉장고 바닥에 붙어있던 1억 1천만원/ 제주서부경찰서 제공. 중고 김치냉장고 바닥에 붙어있던 1억 1천만원/ 제주서부경찰서 제공. ◆ 강권욱> 정확히 5만 원권 2,200매로 총 1억 1,000만 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 김현정> 1억 1,000만 원.
 
◆ 강권욱> 네.
 
◇ 김현정> 그 냉장고 밑바닥 어디쯤에 이게 있었던 거예요?
 
◆ 강권욱> 중고냉장고를 보시면 그 바닥에 돈 뭉치와 봉투 이렇게 다발로 묶여 있는 상태로 밑에 붙어 있었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냉장고 바닥에 그러면 무슨 이렇게 나사를 돌려서 안에 넣어놨다는 거예요. 아니면 그냥 냉장고 겉 표면에다가 장판으로 붙여놨다는 거예요?
 
◆ 강권욱> 표면에 장판으로 붙여놓은 상태였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저희가 보여드리고 있는 저 철판을 뜯고 그 안에 넣은 게 아니라 저 철판 위에다가 비닐장판 이렇게 해서 그냥 붙여 놓은 거예요? 돈 덩이를?
 
◆ 강권욱> 네.
 

◇ 김현정> 그런데 그게 트럭에 실려서 올 때까지 아무도 몰랐던 거예요?
 
◆ 강권욱> 네, 지금 확인을 해보니까 판매업자도 그렇고 저 신고자분도 처음에 눈치는 못 채셨는데요. 냉장고가 오래된 모델이라서 수평이 안 맞아서 수평을 맞추기 위해서 이제 임시로 설치해 놓은 그런 도구로 다 알고 계셨더라고요.
 
◇ 김현정> 그럼 그게 투명한 장판이 아닌 걸로 덮여 있었나 보군요.
 
◆ 강권욱> 네. 이게 직접적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그게 돈인지는 알 수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뭔가 불투명한 걸로 막혀 있다 보니까 냉장고 수평 맞추려고 뭐를 붙여놨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중고가게에서부터 이분 집까지 그냥 온 거예요.
 
◆ 강권욱> 네.
 
◇ 김현정> 그랬다가 어떻게 발견하게 되셨대요?
 
◆ 강권욱> 일단 신고자분이 냉장고를 수령하면서 냉장고 밑에서 뭔가 떨어진 거예요.
 
◇ 김현정> 그 집까지 와서 툭 떨어졌군요, 그게?
 
◆ 강권욱> 네.
 
◇ 김현정> 참 중고냉장고 구매한 분 상당히 놀라셨을 것 같은데 처음에 경찰서에는 뭐라고 하면서 신고가 왔어요?
 
◆ 강권욱> 처음에는 1억 원을 습득했다는 분실신고로 신고가 접수가 됐어요. 당시에도 이제 좀 많이 놀란 듯한 입장을 보이는 계시는 상태였습니다.
 
◇ 김현정> 그분만 놀라셨겠어요? 경찰관분들도 놀라셨을 것 같은데. 처음에는 이게 혹시 범죄와 연관된 돈 아니야? 마약 판 돈 아니야, 이런 의심도 좀 하셨죠?
 
◆ 강권욱> 네. 범죄 관련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고요. 이제 돈의 출처를 확인하기 위해서 수사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언뜻 생각하면 냉장고 구매한 곳에다가 확인하면 금방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았다면서요.
 
현금 뭉치가 붙어있던 김치냉장고 외부 바닥/ 제주서부경찰서 제공현금 뭉치가 붙어있던 김치냉장고 외부 바닥/ 제주서부경찰서 제공◆ 강권욱> 네. 중고냉장고를 판매하신 사장님께서도 누가 이 냉장고를 가지고 왔는지 이런 걸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도 구비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제주항 내부 CCTV를 모두 확인했으나 제주항이 생각보다 너무 넓고 당시 통행차량과 작업자가 너무 많아서 CCTV 통해서도 냉장고가 특정이 되지 않았었거든요. 지금 여기서 수사하는 데는 좀 한계를 느끼고 저희 이제 형사 팀 모두 직접 서울로 출장을 가게 됐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러니까 일단 제주에서 제주로 옮겨온 중고냉장고가 아닌 물 건너서 온 거군요, 서울에서부터.
 
◆ 강권욱>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거는 다각도로 CCTV며 뭐며 조사해서 거기까지는 밝혀내셨는데 서울로 출장을 가서 중고업체들을 다 돌아다녀봐도 뾰족하게 잡히는 게 없었어요?
 
◆ 강권욱> 네, 며칠 동안 주변 상가들까지 모두 탐문을 진행했는데 우선 냉장고를 직접 판매한 사장님조차 그 냉장고의 출처를 정확히 알고 계시지 못하고 그 냉장고가 들어온 날짜도 정확히 특정을 해 주시지 못하고 계셔서 인근에 있는 CCTV를 모두 다 뒤졌습니다. 그런데도 이제 단서가 나오지 않고 있어서 조금 힘든 상황이 왔었어요.
 
◇ 김현정>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아, 이거구나 하고 단서를 잡게 되신 건 뭐예요?
 
◆ 강권욱> 현금이 들어 있던 대봉투에 적혀 있던 메모였는데요.
 
◇ 김현정> 현금과 함께 대봉투. 누런 서류봉투가 같이 붙어있었어요?
 
◆ 강권욱> 네, 맞습니다. 병원 대봉투였는데요. 그 병원봉투와 함께 약 봉투도 같이 있었어요.
 
◇ 김현정> 약 봉투도.
 
◆ 강권욱> 그 병원봉투에 보면 퇴원일자랑 그리고 보험금 수령 금액 같은 게 기재돼 있었습니다.
 
◇ 김현정> 봉투가 발견됐는데 그게 어디 병원에서 만든 봉투고.
 
◆ 강권욱> 네. 병원봉투였어요.
 
◇ 김현정> 거기에 그분이 필체, 지금 저희가 유튜브와 레인보우로 보여드리고 있는데 무슨 보험 3,000만 원, 이런 식으로 막 써 놓으셨네요.
 
◆ 강권욱> 네.
 
사진-제주서부경찰서 제공사진-제주서부경찰서 제공◇ 김현정> 그분의 필체도 담겨 있고 그분이 이용하셨을 걸로 추정되는 병원 이름도 나오고 그게 결정적인 단서가 된 거예요?
 
◆ 강권욱> 여기 환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이 돼서 적힌 병원을 통해 메모에 기재된 일자에 퇴원한 환자들 명단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약국봉투 있지 않습니까? 그 약국에 방문한 환자 중 그 일자에 이 병원에서 퇴원한 환자를 추적하면서 이제 수사를 진행하면서 범위를 좁혀 나갔죠.
 
◇ 김현정> 그렇게 해서 극적으로 돈 주인을 특정하게 됐는데 제일 궁금한 거. 대체 이 돈 그렇게 해놓으신 주인은 누구시고 어쩌다가 냉장고 밑에 숨겨두게 된 걸까요?
 
◆ 강권욱> 서울에 혼자 거주하시던 60대 여성분인데요. 아마도 보험금 수령한 돈과 재산 일부를 처분한 돈을 차곡차곡 모아서 냉장고 밑에 보관하셨던 걸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걸로 지금 확인이 됐습니다.
 
◇ 김현정> 아, 그러면 그렇게 전재산을 현금으로 바꿔서 그야말로 본인만 아는 장소에 숨겨두셨던 건데 갑자기 고인이 되신, 돌아가신 거군요.
 
◆ 강권욱> 네, 원래 지병이 있으셨는데 갑자기 이제 돌아가시게 돼서 가족들도 이제 이 돈이 거기 있었는지 알지 못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럴 수 있죠. 가족들에게 얘기해 두지 않았으면 가족들 모를 수 있죠. 가족들이 그냥 냉장고를 유품 처리하면서 냉장고를 팔게 된 거고 그게 몇 번 건너서 제주까지 오게 된 거예요.
 
◆ 강권욱> 지금 유품을 정리한 날짜랑 그리고 신고자가 냉장고를 받게 된 날짜, 그거를 비교해 보면 약 1년 동안 서울 내에서 돌아다니다가 제주까지 오게 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세상에 그 1억 다발을 매단 채 1년을 이 가게에서 저 가게, 이 사람한테서 저 사람한테로 넘어가서 그렇게 해서 한 네다섯 번 거쳐서 제주까지 오게 된 거예요?
 
◆ 강권욱> 네, 지금 그런 걸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세상에, 생각지도 못했던 고인의 유산을 받게 된 유가족 분들은 뭐라고, 첫 반응이 어떠셨습니까?
 
◆ 강권욱> 일단 가족들도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라서 많이 놀라고 있는 그런 입장이었고요.
 
◇ 김현정> 고마워하시죠?
 
◆ 강권욱> 네. 좀 그런 마음을 느껴서 저희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 김현정> 보람을 느끼셨을 것 같아요. 고생한 보람이 정말 느껴지셨을 것 같아요. 참 이게 워낙 신기한 일이다 보니까 중간에 보도가 나왔고 그렇다 보니까 돈 욕심 때문이든 뭐든 자기 돈이라고 우기는 사람들은 없었나 모르겠어요.
 
◆ 강권욱> 이제 관련 신고가 꽤 있었어요.
 
◇ 김현정> 왠지 잃어버린 내 돈 같다.
 
◆ 강권욱> 부모님이 이제 남겨주신 돈 같다, 확인을 하고 싶다, 이런 식의 신고가 많았습니다.
 
◇ 김현정> 우리 부모님이 나 몰래 아마 숨겨놓은 돈이 있으실 것 같다 이러면서 신고가 한 10여 건 됐다 제가 이렇게 들은 것 같은데. 
 
◆ 강권욱> 네네. 
 
◇ 김현정> 그래요.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어떻게 보면 최초 신고자분이 대단하신 거예요.
 
◆ 강권욱>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사실 나쁜 마음먹자면 그거 모른 척 꿀꺽 할 수 있었을 텐데 바로 신고한 그 제주시민, 그분한테 사례금이라든지 보상금 같은 건 좀 있나요?
 
◆ 강권욱> 이제 신고자에게는 유실물법에 따라 5%에서 20%, 그러니까 550만 원에서 2,200만 원 사이의 보상금이 주어질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분도 양심 있게 행동하신 건데 이런 보상이 주어져서 다행이고요. 우리 수사관님 고생하셨고. 유가족들한테도 이 뜻밖의 가족의 선물을 받게 돼서 유가족들도 참 잘 되셨다는 생각이 들고 또 저는 이 생각도 드네요. 나만 아는 장소에 숨겨두는 것들이 있거든요. 특히 어르신들 은행보다 집에 두시는 경우들이 있는데 똑 주변에 누군가에게는 한 사람에게는 이걸 알려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듭니다.
 
◆ 강권욱>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수사관님, 고생 많으셨어요.
 
◆ 강권욱>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제주 1억 냉장고 사건 수사를 해서 주인을 찾아준 제주서부경찰서 강권욱 수사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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