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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물살 탄 공공 노동이사제, '들러리' 수준 넘어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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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노동이사제, 국회 통과 눈앞에…노사정 합의는 물론 여야 공감대도 이뤄
이미 지자체에는 널리 퍼진 노동이사제, 운영 성과도 긍정적 평가 받아
충분한 권한 보장과 함께 이사회 내외 연계 통한 적극적 활약 있어야 '들러리' 피할 수 있어
기관 운영진부터 노동이사, 직원까지 노동이사 받아들일 준비 마치도록 교육 제공해야 한단 지적도

5일 국회에서 열린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윤후덕 위원장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에 대한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연합뉴스5일 국회에서 열린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윤후덕 위원장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에 대한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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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국회 본회의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다만 단순한 노동이사 법제화를 넘어 내실을 기하려면 노동이사에 대한 충분한 권한과 지원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에 노동이사를 두도록 하는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은 지난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해 이르면 오는 11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는 공기업·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 이사회에 노동자를 대표하는 비상임 이사를 1명 선임하고, 해당 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제도다.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 공약 중 하나였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모두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통령직속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도 합의를 거쳐 여야 간에도 공감대가 형성된만큼 법 통과 전망은 밝다.

또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이미 2016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부산시, 인천시 등 주요 지자체마다 이미 시행 중인 제도다. 이번 법 개정을 통해서도 공기업·준정부기관 131곳이 적용 대상에 오르지만, 이 중에서도 근로복지공단 등 11곳에는 이미 노동이사제가 자리잡았다.

아직 경영계는 강경한 반대 입장을 갖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영계 단체들은 공동 입장문을 내고 "그간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며 "이러한 요청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채 법안 개정 절차가 강행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한국노동연구원이 2020년 3월 펴낸 '서울시 노동이사제 운영실태와 쟁점' 보고서에서 서울시 산하 공기업 이사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경영 투명성(67.3%), 공익성(55.1%), 이사회 운영의 민주성(69.4%)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이 절반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영계의 주요 반대 논거 중 하나인 경영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이사회 의사결정이 지연됐다는 반응은 4.1%에 불과했고, 현상유지했다는 답변은 26.5%, 의사결정 지연 우려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69.4%에 달했다.

물론 노동이사제 앞에 장밋빛 미래만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노동이사가 과도하게 경영에 간섭할 것이라는 경영계의 우려와 정반대로, 자칫 노동이사들이 기존 이사회 운영의 '들러리', '박수부대'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통상 10여명 내외의 이사회 안에 노동이사가 한두 명 있더라도 회사 운영을 좌우할 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노동이사의 존재감이 그저 이사회 회의에서 '쓴소리'를 내뱉거나, 최종 표결에서 주류 의견에 반대 입장을 드러내는 데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안건조정위원회 회의장에 노동이사제 관련 서류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안건조정위원회 회의장에 노동이사제 관련 서류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다만 한국노동연구원 이정희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물론 노동이사가 소수겠지만, 핵심은 노동이사가 이사회를 매개로 다른 이사들이나, 노조·노사협의회 등 다양한 대표들과의 네트워크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역할을 구현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노동자의 경영 참여 과정에서 노동이사는 정보 확인에서 의사 결정의 참여, 발언을 넘어 의사결정 자체에 참여할 수 있는 상당히 높은 단계"라며 "표결 국면에서 수적으로는 영향력이 낮더라도 충분히 '껄끄러운' 존재, 즉 공고했던 기존 운영 관행에 균열을 줄 수 있고, 이사회 논의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단 이사회 운영을 넘어 전략적, 일상적인 경영 참여를 보장하도록 노동이사에게 충분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노동이사는 경영사항에 대한 감사나 임원 인사에 대해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이사회를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경영정보에 접근할 권한조차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공공기관노동이사협의회 변춘연 상임의장은 "이사회는 이미 결정된, 정제된 안건만 들어오는 구조여서 노동이사의 활동에 큰 의미가 없다"며 "이사회에 올라오기 전에 안건을 조정하는 단계, 각종 산하 위원회 운영 등에도 노동이사가 참여하도록 보장하고, 각종 정보를 열람하거나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노동이사제도가 자칫 '어용 노조' 간부의 낙하산 인사용 감투로 악용되거나, '회사의 결정에 노동이사도 동의했다'는 식으로 명분쌓기에 동원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은 노동이사 본인이나 노조는 관심이 있지만 개별 기관 운영진, 담당자는 노동이사의 역할, 기능에 대해 이해가 낮은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노동이사제에 대한 제도적인 매뉴얼, 교육 훈련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노동이사와 이를 선출하는 직원, 노조원도 노동이사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활동해야 하는지 충분한 교육과 긍정적인 국내외 사례를 교육받아야 하는데, 개별 기관에 맡기기에는 너무 부담스럽다"며 "해외처럼 교육 기관에서 일정 기간 이상 교육을 받도록 하거나, 기재부가 커리큘럼을 마련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노동이사제 선진국 중 하나인 독일은 한스뵈클러 재단을 통해 노동이사에 대한 교육부터 활동 지원까지 돕고 있다. 국내에 노동이사를 처음 도입했던 서울시도 '노동이사 아카데미'를 꾸려 관련 연구사업을 진행한 바도 있다.

한편 변 의장은 "현재 비상임 이사 임명, 연임을 지자체장, 기재부 장관 등이 결정하다시피 하는데, 이래서는 '제2중대 역할'이라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추천제로 전직 노조 간부에게 자리 나눠주는 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전 직원의 직선 투표로 선출해서 충분한 대표성을 갖도록 투명하게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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