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황진환 기자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15~2017년 전세로 거주한 아파트 집주인이 삼성물산 전 고위 임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 후보자는 2015년에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 초대 부장을 맡아 기업 수사를 지휘하며 '대기업 킬러'로 불렸고, 이듬해 말부터 최순실 특검팀에서 삼성그룹 수사를 전담했다.
21일 한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자료를 보면, 한 후보자 가족은 지난 2015년 6월부터 2017년 6월까지 2년 동안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아파트(48평형·124.641㎡)에서 전세로 살았다.
이 집은 한 후보자가 2017년부터 현재까지 거주하는 타워팰리스 아파트(63평형·164.97㎡)와는 다른 아파트다. 한 후보자가 전세 계약할 당시인 2015년 6월 기준 해당 아파트 전세 보증금 시세는 12억원 정도였다.
한 후보자가 거주했던 아파트 소유주는 삼성물산 부사장 출신인 A씨로 2004년 타워팰리스 완공 당시부터 지금까지 해당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A씨는 2004년에는 아내 B씨, 2018년에는 자녀 C씨 등에게 일부 지분을 이전해 현재는 A씨 가족이 아파트를 공동 소유하고 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A씨는 1977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뒤 삼성물산 건설부문 해외영업본부장(전무), 중동본부장(부사장), 삼성SDS 글로벌사업본부장(부사장) 등을 지냈다. 중동본부장 시절에는 삼성물산이 지은 세계 최고층 빌딩인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162층) 시공을 총책임지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A씨와 전세 계약을 맺기 4개월 전인 2015년 2월 서울중앙지검에 신설된 공정거래조세조사부 초대 부장을 맡아 대기업 수사를 지휘했다. 쌍칼이라는 별명도 당시 '공정 거래'와 '조세'라는 무기로 재계 비리를 수사하며 붙었다.
2016년 12월 출범한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서 한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당시 수사4팀장) 밑에서 삼성그룹 수사를 전담했다. 박영수 특검은 2017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삼성그룹으로 이어지는 뇌물커넥션 입증에 주력했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외에 최씨 측에 수상한 자금 지원을 한 유일한 대기업이었고, 특검은 삼성과 최씨 측의 자금 거래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청와대의 조직적 지원 대가라는 것을 규명했다. 그 결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재용 부회장 등 2명이 구속기소됐고,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 등 삼성 임원 4명도 재판에 넘겨졌다.
이한형 기자당시 한 후보자가 맡은 삼성 수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제3자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는 가장 중요한 고리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뒷받침하는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지목됐고, 특검은 국민연금공단이 두 회사 합병에 찬성하도록 복지부가 압박한 사실을 밝혀냈다.
한 후보자는 특검팀 수사 성과를 인정받아 2017년 8월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영전했다. 한 후보자는 2017년 6월 새로운 전세 계약을 통해 현재 거주하고 있는 다른 타워팰리스 아파트로 이사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재계 수사를 전담하고 특검팀에서 삼성 수사를 진행하는 기간에 삼성 전 임원 소유의 아파트에 거주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 한 후보자 측은 "당시 해당 집에 거주한 사실은 맞다"라면서도 "공인중개사를 통해 통상적인 방식으로 전세 계약을 했고 집주인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다. 당시 (수사) 업무와도 전혀 무관하다"라고 해명했다. 다만 한 후보자는 당시 구체적인 전세 보증금 액수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