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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범죄도시' 반환점 책임진 허명행 감독의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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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4' 허명행 감독

한국 영화 최초 시리즈 '4천만'의 주역을 만나다 <하>

영화 '범죄도시4' 허명행 감독.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범죄도시4' 허명행 감독.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일러 주의
 
'무술 감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올리는 인물 중 한 명이 허명행 감독일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손꼽히는 무술 감독이다. '신세계' '아수라' '헌트' '범죄도시' 시리즈 등 쟁쟁한 영화들의 액션을 책임졌던 허명행 무술 감독이 이번엔 연출자로 돌아왔다.
 
한국 영화 시리즈 사상 최초로 삼천만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 '범죄도시4' 메가폰을 잡은 건 다름 아닌 허명행 감독이다. 시리즈에서 액션을 담당했던 그는 자신의 주특기를 살려 당당하게 연출자로 우뚝 섰다. 오랜 시간 영화 현장을 누비며 어깨너머로 배운 연출 지식 역시 든든한 밑천이 되어줬다.
 
시리즈의 원년 멤버다운 높은 이해도와 '황야' '부산행'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성난황소' 그리고 '범죄도시' 시리즈로 다년간 호흡을 맞춰온 제작자이자 주연 배우 마동석과의 협업은 허 감독이 보다 자신 있게 자신의 그림을 그려갈 수 있도록 했다.

영화 '범죄도시4' 스틸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범죄도시4' 스틸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허명행 감독, '범죄도시' 시리즈의 반환점을 책임지다

 
빠르게 시리즈를 이어온 '범죄도시'는 '범죄도시4'로 반환점을 맞이했다. 마동석은 총 8편의 시리즈를 구상했고, 1편부터 4편까지를 시리즈의 '전반부'라 칭했다. 그런 만큼 이번 영화는 반환점을 맞이한 시리즈를 잘 닫고, 앞으로의 길을 열어주는 역할까지 해내야 했다.
 
특히 프랜차이즈 영화로서의 기조를 가져가면서도 어느 정도는 이야기적으로나 캐릭터는 물론 연출적으로도 변주를 주면서 전편을 답습하지 않는 것은 '범죄도시' 시리즈를 비롯한 모든 시리즈의 고민이다. 그러한 지점에서 허명행 감독은 캐릭터들의 방향성을 가장 고민하고, 또 중심에 뒀다.
 
시리즈 내내 모습을 드러냈던 장이수(박지환)의 다른 모습을 끌어내는 것도 관건이었다. 허 감독은 "어차피 마석도에게 끌려가서 공조하는 건 정해져 있는 거니까 장이수가 성공한 캐릭터면 등장부터 다를 거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영화 '범죄도시4' 스틸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범죄도시4' 스틸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그가 고민한 또 다른 캐릭터는 영화의 빌런 중 한 명인 장동철(이동휘)이었다. 감독은 "되게 아이 같은 대사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자기애가 투철해서 자기 초상화를 벽에 걸어놓는 인물"이라며 "또한 미술적인 부분도 장동철은 조금 더 화려하게 세팅했고, 한 가지에 집착하는 걸 보여주기 위해 하나의 메이커만 입는 형태로 갔다"라고 설명했다.
 
영화의 장르적인 면도 이전 시리즈보다는 누아르적인 측면을 강조하고자 했다. 허 감독은 "사실 굉장히 더 어둡게 찍고 싶었다. 내가 누아르 영화를 좋아하기도 한다"라며 "그러나 모든 걸 어둡게 풀어낸다고 장점이 아님을 느꼈다. 신마다, 캐릭터마다 톤앤매너가 다르더라도 어우러지게끔 찍으면 섞어놨을 때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백창기(김무열)와 장동철 등 빌런들의 신을 찍을 때는 누아르로 계획해서 촬영했다"라며 "톤앤매너가 안 맞으면 어떨지 걱정했다. 그런데 정통 누아르는 아니고 액션 오락 영화의 방향을 추구했기에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한 누아르로서 적당히 톤이 나오지 않았나 본다"라고 했다.

영화 '범죄도시4' 스틸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범죄도시4' 스틸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석도 대 백창기 그리고 마동석과 김무열

 
'범죄도시' 시리즈의 핵심은 마석도와 마석도가 잡아야 할 빌런이다. 이번 영화의 빌런 백창기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으로, 단검을 주무기로 마석도를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몰아붙인다. 이런 백창기에 대항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마석도를 보는 것 역시 '범죄도시4'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백창기를 특수부대 출신 용병으로 설정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는 "전편과 같이 악으로 깡으로 싸우는 캐릭터로 만들면 액션의 변별력이 없을 거 같았다. 결과적으로 백창기는 마석도가 잡아야 하는 응징의 대상이지만, 응징 과정에서도 힘겨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그렇게 설정했다"라고 설명했다.
 
'범죄도시4'를 통해 마동석과 김무열은 스스로가 액션을 얼마나 뛰어나게 소화할 수 있는 배우인지 다시금 입증했다. 감독 역시 배우가 가진 장점을 살리고, 액션의 순간을 제대로 포착해 내려고 했다. 이는 두 사람이 모두 액션에 능한 배우였기에 가능했다.
 
허 감독은 "둘 다 액션을 엄청나게 잘한다. 그렇기에 액션 기술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다. 덕분에 그런 부분에 대한 걱정은 덜어내고, 촬영에만 집중했다"라며 두 배우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특히 이번 작품으로 김무열과 처음 작업한 허 감독은 "액션을 잘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잘할 줄은 몰랐다"라며 감탄했다. 그는 "김무열이 맡은 캐릭터에 약간 아크로바틱한 장면을 많이 넣었다. 워낙 잘하니까 어색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극찬하며 "워낙 잘해서 조금 더 오락적인 부분, 테크닉적인 부분을 내 생각보다 5~10% 정도 더 넣었다"라고 했다.

영화 '범죄도시4' 허명행 감독.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범죄도시4' 허명행 감독.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무술 감독에서 연출자로 새 출발점에 선 허명행

 
허명행 감독을 무술 감독이 아닌 연출자로 만나는 건 '범죄도시4'가 두 번째다. 연출 데뷔작인 넷플릭스 영화 '황야'에 이어 빠르게 두 번째 연출작으로 관객들과 만나게 된 허 감독은 어떻게 직접 메가폰을 잡게 된 걸까.
 
그 역시 처음부터 감독의 꿈을 꾼 건 아니다. 정두홍 감독과 액션 스쿨을 영화 제작사로 만들자는 꿈을 키웠고, 그렇게 만든 제작사를 어느덧 약 10년째 운영하고 있다. 그는 "후배들에게 무술 감독 이후에도 영화를 계속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던 와중에 종종 감독 의뢰가 들어오긴 했지만, 당시에는 엄두가 안 났다. 오랜 시간 거장들을 비롯한 여러 감독과 일하면서 "저분들과 같은 연출력 있어야 한다"라는 생각이 그의 감독 데뷔를 머뭇거리게 했다. 허 감독은 "어느 날 '들어오는 작품이 날 원한다면 천천히 한 번 해볼까?' 생각하며 연출에 대한 마음을 열었고, 그 타이밍에 '황야'를 만났다"라고 이야기했다.
 
영화 '범죄도시4' 스틸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범죄도시4' 스틸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막상 감독을 해보니 재밌었다. 무술 감독으로서 120편가량의 영화 작업에 참여하면서 시나리오도 많이 보고, 시나리오 회의에도 참여했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연출 훈련이 됐다는 걸 현장에서 깨달았다.
 
허 감독은 "찍는 건, 액션 시퀀스의 경우 십수 년 전부터 현장에서 내가 찍었으니 큰 두려움이 없었다. 이야기 구조를 만드는 건 어렵지만 재밌었다. 배우들이 현장이 되게 편했다고 이야기하는데, 27년을 이 일을 했으니 그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못하면 이상한 거 아닌가?"라며 웃었다.
 
무술 감독 출신이라는 점이 그에겐 장점으로 작용했지만, 누군가는 선입견으로 바라볼 수도 있을 테다. 그러나 허 감독은 그러한 시선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앞으로 기획하고 해나갈 시나리오 중 다른 방향성을 가진 것도 많아요. 기획하는 것 중 액션이 단 한 순간도 안 들어가는 작품도 있어요. 누아르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누아르는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사람들의 심리적인 게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제 영화 인생에서 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어요. 저에 대한 도전이지만, 전 저를 믿으니까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세월이 흐르면 작품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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