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이태원 안은 '바람의 세월'…"국가가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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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의 세월' 문종택·김환태 감독 <하>
'바람의 세월'은 왜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이태원 참사까지 이야기할까

영화 '바람의 세월' 스틸컷. 시네마 달, 연분홍프로덕션 제공영화 '바람의 세월' 스틸컷. 시네마 달, 연분홍프로덕션 제공※ 스포일러 주의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세월호 참사 이후 진상규명은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뤄지지 않았고, 10·29 이태원 참사를 비롯한 국가적인 재난이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가족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바로 '진상규명'과 이를 통해 '안전한 사회'로 향하는 것다.
 
세월호의 진상을 규명한다는 것은 단순히 '세월호'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에서 '세월호'는 언제든 다른 장소, 다른 누군가, 다른 무언가로 바뀔 수 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안전한 사회'로 향할 수 있는 밑바탕이자 진정한 시작점이다. 그것이 여전히 우리가 세월호를 이야기하고, 또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또 '바람의 세월'이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바람의 세월'은 단지 세월호만을 품지 않는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피해자 가족과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가족이 세월호 가족과 만나 서로를 위로하고 연대한다. 그리고 참사 피해자 가족을 넘어 시민들에게도 함께하자고 이야기한다. 언제 어디서 누군가의 안타까운 생명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문종택 감독과 김환태 감독은 피해자가 피해자를 위로하는 상황,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을 반복하는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보자는 것 역시 '바람의 세월'이 담은 메시지라고 했다.

영화 '바람의 세월' 예고편 스틸. 시네마 달, 연분홍프로덕션 제공영화 '바람의 세월' 예고편 스틸. 시네마 달, 연분홍프로덕션 제공 

세월호 가족들이 이태원 가족들에게 갖는 죄책감

 
누군가는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각각의 참사로만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바람의 세월'은 광주민주화운동, 이태원 참사의 피해자 가족이 서로를 끌어안고 위로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김환태 감독은 "처음 프리뷰할 때 세월호 2주기 때 광주 어머님들이 세월호 가족들을 안아주는 모습을 보면서 엉엉 울었다"며 "아버님은 카메라를 들고 이태원 가족들을 위로하셨다"고 떠올렸다.
 
세월호 가족들은 이태원 참사를 비롯한 세월호 이후 일어난 참사들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있다. 자신들이 조금 더 열심히 투쟁해서 진상규명을 이루고 이를 통해 안전 사회로 가는 기초를 닦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데서 오는 죄책감이다. 피해자가 피해자를 위로하고, 피해자가 죄책감을 느끼는 이 모든 문제는 결국 정부는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문 감독은 "환태 감독님이 잘 연결해 줬는데, 아픔이 아픔을 낳는 과정, 아픔의 잉태가 반복되고 있다. 시대에 따라 변화되는 지점이 사건의 제목만 틀린 것뿐이지 결국 사람이 죽어 나간다는 건 다 똑같다"며 "난 지금의 대한민국을 '무인도'라 이야기한다. 사람이 없으면 무인도라고 하는데, 우리나라가 무인도화되어 가는 과정을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연히 사고는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 거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가고 있다. 이게 나는 몸에 와닿는 것이다. 결국 얼마나 죽어야 이게 변화할 건가 싶다"며 "지도자와 권력층이 이걸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과 정부가 하나가 되지 않으면 결국 목적지는 내 옆의 동료, 가족의 죽음밖에 안 된다"고 한탄했다.
 
영화 '바람의 세월' 문종택 감독과 김환태 감독. 시네마 달, 연분홍프로덕션 제공영화 '바람의 세월' 문종택 감독과 김환태 감독. 시네마 달, 연분홍프로덕션 제공김환태 감독은 1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세월호 가족들이 요구하고 있는 건 오로지 '진상규명'이며, 이와 함께 '생명 안전'도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와 그 이후 상황을 보면 정부가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가 명확하다. 가족들을 불순분자로 매도하고, 진상규명을 방해했다. 참사가 일어났을 때 정부가 피해자를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참사는 계속 반복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세월호 가족들이 자책하는 모습을 보며 많이 안타까워했다. 자신들이 제대로 못 해서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다고 생각한다는 것 또한 책임지지 않는 국가가 만든 또 다른 아픔이자 또 다른 피해다.

김 감독은 "국가가 어떻게 피해자 바라보고 어떤 방식으로 위로해야 하는지 철저하게 반성해야 한다"며 "'바람의 세월'을 통해 세월호 가족분들이 걸어온 시간에서 우리가 정말 무엇을 바라봐야 할지 그리고 우리 사회와 국가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영화 '바람의 세월' 스틸컷. 시네마 달, 연분홍프로덕션 제공영화 '바람의 세월' 스틸컷. 시네마 달, 연분홍프로덕션 제공 

이제 '바람의 세월'이 관객 품에서 잘 자라나야 할 때

 
정부는 세월호 가족들을 위로하기 이전 그들에게 오명을 덧씌우고 불명예 낙인을 찍으며 진상 조사를 회피했다. 언론은 그런 정부의 입이 되어 세월호 가족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또 가족들의 입을 막았다. 그런 상황에서 문 감독의 카메라는 온갖 혐오를 넘고 넘어 3654일을 기록해왔다.
 
이제는 문 감독의 10년 세월과 바람이 담긴 기록으로 만들어진 '바람의 세월'이 문 감독을 비롯한 세월호 가족에게 위로이자 힘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또 한번의 시작점에 다시 다다랐다. 시민들의 연대가 다시금 필요한 때다.
 
문 감독은 "우리는 이제 전부 투쟁가가 됐다. 우리는 그저 엄마 아빠일 뿐인데 국가가 그렇게 만들었다"며 "언론의 책임이 중요한 게 '왜 세월호가 정치를 하느냐'고 이야기한다. 분명히 이야기하는데, 정치권이 우리를 끌어들였다. 정치인들이 세월호에 올라탔고, 거기에 큰 역할을 한 게 언론"이라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생명에는 여당 야당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태원 참사가 너무 안타까운 게, 이태원 참사 피해자 가족분들이 다음에 맞이할 단계가 어떤 단계인지 저에게는 마치 책을 보듯이 눈앞에 쓰여 있는 거죠. 세월호 당시 책임자 처벌을 제대로 못 해놔서 지금 이태원 참사의 책임자들이 떵떵거리고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 우리가 얼마나 미안하겠어요. 내 잘못 같고…." _문종택 감독
 
문 감독의 자책을 듣고 있던 김환태 감독은 "외부의 시선이 가족분들을 어떻다저떻다 만든 거지 이분들은 같은 걸음으로,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싶어 했다"며 "제도 개선을 통해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 외쳐오신 것, 그 걸음밖에 없다. 관객분들께서도 그 마음을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영화 '바람의 세월' 스틸컷. 시네마 달, 연분홍프로덕션 제공영화 '바람의 세월' 스틸컷. 시네마 달, 연분홍프로덕션 제공문 감독은 '바람의 세월'을 특히 2014년 4월 16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모르는 젊은 세대가 많이 봐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영화를 세 번 정도 보면 전체 맥락이 눈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비디오, 두 번째는 내레이션과 부모님들이 욕하는 소리와 경찰 이야기가 들리고, 세 번째 보면 피해자 아버지이자 감독인 자신과 김환태 감독이 어떤 생각으로 장면 장면을 만들었는지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문 감독의 말을 받아 김 감독은 '바람의 세월'이 잘 자라나길 바란다고 표현했다. 문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한 장면 한 장면 관객들이 느낄 감정까지 고민해가며 만든 영화고, 영화를 잘 자라나도록 할 수 있는 건 결국 관객의 몫이다.

김 감독은 "관객분들, 촛불 시민, 함께 했던 분들이 물을 주기도 하고 잘 가꿔주기도 해야 잘 자라날 것 같다"며 "해석은 온전히 보는 분의 몫이어서 좋게 봐주셔도 좋고, 애정 어린 비판도 좋다. 여러 말씀을 해주셔도 좋으니까 영화를 꼭 보시고, 영화가 잘 자라날 수 있게 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바람의 세월'을 극장에서 보는 게 '행동'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바람의 세월'이 계속 회자하고, 자라나면 세월호 가족분들도 우리 이야기가 알려지고 이해되고 공감받는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거든요. 그렇기에 많은 분의 '관람 행위'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_김환태 감독
 
<에필로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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