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 '평온해 보였다', 한지에 먹, 137x267cm, 2020. 안 작가 제공반복된 폐허를 살아내는 '풀꽃나무'
너울지던 꽃 무리 찬바람에 져버려도, 화분 속 뿌리가 어지럽게 엉켜도,
상품 진열대 위에 공허하게 놓여 있어도, 울타리 경계를 넘은 나뭇가지가 잘려 나가도,
싱그럽게 다시 피어나는 우리 풀꽃나무들.
-안현 작가노트
대표적인 한국화가 김선두 화백(67, 중앙대 한국화과 명예교수)이 지도하는 전통문화재단 평생교육원 수묵드로잉 작가양성과정의 졸업기념 개인전 '탕진수묵전'이 열리고 있다.
'탕진수묵', 수묵을 탕진(蕩盡)하다는 뜻이다. 기존의 수묵화를 탕진해 버리고 필묵의 탄탄한 기본을 토대로 자유롭고 새로운 자신의 형식을 지닌 수묵화를 그릴 수 있는 한국화 작가 양성을 목표로, 김 화백이 지도하고 있는 수묵드로잉 작가양성과정의 이름이다.
전통 기법으로 현대적 한국화의 지평을 넓혀온 김 화백은 임권택 감독 영화 '취화선'에서 조선시대 3대 화가로 불리는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1843~1897)의 그림 대역을 맡고, 김훈 소설 '남한산성' 표지화를 그려 유명해졌다.
사군자의 선, 즉 곡선(蘭난), 직선(竹죽), 반곡선(菊국), 반직선(梅매)을 바탕으로 한 '수묵드로잉' 수업을 통해 작가로서의 기초를 다지고 현대 미술의 새로운 장을 여는 작가를 키워내는 과정으로 2019년 2명, 2020년 1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데 이어 올해 안현, 서정연, 백승주, 손현기 작가를 졸업자로 냈다.
안현, '풀', 한지에 먹 채색, 70×48cm, 2024. 안 작가 제공'탕진수묵' 19번째 전시 북디자이너 안현 작가의 개인전 '풀꽃나무'가 31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영갤러리에서 열린다.
북디자이너인 작가는 부수적으로 필요한 캘리그라피와 작은 삽화 등을 직접 그리기 위해 먹글씨, 먹그림, 서예 등을 배우다 수묵을 제대로 공부해야겠다 싶어 수묵드로잉 과정에 입문하게 됐다.
안현, '진열대', 한지에 먹, 70×45cm, 2022. 인영갤러리 제공 "수업 중에 3절지 한쪽에 여백미를 살려본다고 자그마하게 그렸는데, 김선두 교수님께서 종이 밖까지 확장해서 그려보라고 말씀하셨다. 그 때가 내 개인사에 일대 사건이었다. 그동안 소심하고 관념적으로 그림을 대하던 내가 거울처럼 난초 그림에 담겨있었다. 그날의 각성으로 좀 더 다양하고 과감한 필획과 형태를 그림 작업에 시도하게 된 계기가 됐다."
안현, '대나무1-4', 한지에 먹 채색, 89×35cm, 2024. 안 작가 제공매화, 개나리, 진달래, 대나무.
안 작가는 "겨우내 바싹 말랐던 풀꽃나무가 새봄 다시 살아나는 풍경을 그림을 그리기 위해 몇 년간 반복해서 보았더니. 풀들이 내게 '제풀에 지치지 말아요, 제풀에 지치지 않아야 그림 진도가 나가요'하며 말을 하는 듯했다"고 전했다.
안현, '전봇대와 나무', 한지에 먹, 55×91cm, 2021. 안 작가 제공국화, 호박꽃, 화분 속의 나무, 전봇대와 어우러진 나무, 난초, 대나무, 바람에 나부끼는 풀.
때로는 세밀하게, 때로는 힘 있게, 보통의 수묵화와는 다른 느낌의 작품들이 저마다 조화롭게 걸려있다.
작가가 수묵을 시작한 이후 유심히 지켜봐왔던 다섯 번의 겨울이 작품에 그대로 담겨있다.
'탕진수묵' 19번째 전시 북디자이너 안현 작가의 개인전 '풀꽃나무'가 31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영갤러리에서 열린다. 안 작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