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칼럼]헌법 재판관들은 '원균의 길'을 갈 것인가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을 앞둔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재판관들이 자리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을 앞둔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재판관들이 자리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선조는 변덕스러운 권력자였다. 충무공에게 왜군의 근거지인 부산포를 공격하라고 요구했다. 충무공은 왜군의 역정보와 부산포 앞바다의 높은 파도, 은신처와 정박 항구가 없는 지형적 요인을 들어 신중하게 행동했다. 그러자 선조는 "한산도의 장수가 편안히 누워 어떻게 해야 할 줄 모른다. 우리나라는 끝났다"고 공개적으로 충무공을 비난했다.
 
1597년 1월, 충무공은 선조의 공격 지시를 한달 간 버텨내다 파직됐다. 그는 의금부로 압송됐고 28일 동안 투옥됐다. 다행히 이원익과 유성룡 등의 구명운동으로 석방됐고, 그해 4월 1일부터 그 유명한 '백의종군의 여정'을 시작한다. 원균은 어쨌거나 선조의 비위를 맞추는 일이 최고 관심사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진퇴양난에 빠져 있음을 원균도 알았다. 선조의 명에 따라 부산포를 공격하면 전투에서 패해 수군 전체가 전멸 위험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명을 거부하고 견내량을 지키면 충무공처럼 처벌 받는다. '공직자' 원균은 '공직자' 충무공이 아니었다. 원균은 수군을 이끌고 부산포 앞바다로 나갔다. 은신할 곳이 없는 부산 앞바다였다. 그는 칠천량으로 쫓겼다. 왜군 함대의 공격에 조선 수군은 모조리 격파됐다. 원균은 겨우 추원포에 상륙했으나 그를 쫓는 왜군에게 살해되었다.
 
왕의 잘못된 명령은 조선 수군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왔다. 충무공이 통제사 때 확보해 놓았던 2만여 명의 병력, 160여 척의 함선, 거북선 3척, 양을 알 수 없는 군량미와 화약,포탄,화살 등 군수품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민가 백성들 피해는 셈이나 할 수 있을까. 칠천량 해전의 치욕스러운 결과였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서 권력자의 잘못된 판단은 나라의 운명을 절단냈다. 조선은 선조 이후에도 3백 년을 더 지탱했지만, 국운은 내리막길의 연속이었다.
 
계엄이 선포된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에서 군인들이 국회 관계자들과 충돌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계엄이 선포된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에서 군인들이 국회 관계자들과 충돌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올해는 광복 80년이 되는 해다. 작년 12월 3일 밤, 현직 대통령의 친위쿠데타는 실패했다. 그러나 겨울이 가고 새봄이 도래했지만 내란은 끝나지 않는다. 법조와 고위공직자들로 이뤄진 엘리트 카르텔은 내란을 해소하는 일에 사사건건 방해만 놓고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가 인정했던 민주 공화정이지만, "국가는 지배계급의 국가"라는 '망령'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혼란 상황이 이렇게 오래 지속되면 나라가 걱정이라는 장삼이사의 지적에 전직 고위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렇게 답변했다. "우리나라는 끄떡 없습니다." 저 엘리트들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강원도 고성 앞바다의 물고기를 파는 서울의 식당 여주인은 도리어 기자를 면박한다. "도대체 헌재 결정은 왜 안 나오는 거야. 손님들이 없어 장사가 안돼 죽겠어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2.3 비상계엄은 국법 질서를 훼손한 명백한 중대 범죄다. 탄핵이 남발돼 비상계엄이 불가피했다는 '계몽의 논리'는 사기적 궤변이다.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작년 10월 말부터 본격화됐고, 계엄 구상은 그보다 훨씬 이전인 4월에 이미 시작됐다. 무당인지 전직 장성인지 헤아리기 어려운 노상원은 작년 9월 어느 시점부터 김용현의 국방장관 공관을 23차례에 걸쳐 거의 매일 들락거렸다. 충암고 카르텔인 여인형의 휴대폰엔 '이재명,한동훈,우원식' 등의 이름과 포고령이 11월 초순 시점에 기록돼 있다. 그런데 탄핵 반대세력은 작년 10월, 11월의 계엄 준비는 쏙 빼고, 12월 초 감사원장과 검사 탄핵을 탄핵 남발 논리로 비틀어 물타기 한다.
 지난 1월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격분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해 현판, 건물 벽면, 유리창 등을 파손한 흔적이 남아 있다. 황진환 기자지난 1월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격분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해 현판, 건물 벽면, 유리창 등을 파손한 흔적이 남아 있다. 황진환 기자
서부지법 난동 사건으로 70명이 구속됐다. 대통령은 비상계엄으로 국회와 선관위 등 헌법기관에 국민의 군대인 군을 난입시켰다. 그들은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의원들을 체포하라"는 명령을 우두머리에게 지시받았고, 케이블 타이와 두건 등을 사용해 직원들을 감금할 목적으로 선관위를 침탈했다. 구속된 서부지법 난동자들과 현직 대통령의 국법 질서 훼손에 무슨 차이가 있는가.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 둘 다 국본을 흔든 중대 사건이다. 그런데도 수하들은 감옥에 있고 내란 혐의 우두머리는 구속이 취소됐으며, 심지어 헌재의 파면 결정은 오리무중이다.
 
대한민국 헌법 체계에서 헌법재판소는 헌정 질서를 유지시켜야 할 마지막 보루다. 헌재가 무너지면 대한민국의 국체가 무너진다. 헌재 재판관이 정치적으로 사고하는 순간, 나라는 망한다. 대한민국을 지켜야 할 법의 수호자들이 정무적 판단을 하거나 진영 논리에 빠지면, 대한민국은 해방 80년 만에 고꾸라진다. 국법 질서 훼손에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건에서 헌법 재판관들이 '원균의 길'을 가고자 하는 순간, 그들도 동시에 '원균'이 될 것이다.
 
선조는 "한산도의 장수가 편안히 누워 어떻게 해야 할 줄 모른다. 우리나라는 끝났다"고 충무공을 다그쳤다. 역사는 실패에서 배운다고 한다. 이번엔 헌재 재판관이 공직자 '충무공'이 돼야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끝나지 않았고, 민주주의는 차돌처럼 강해 깨지지 않는다"고 즉시 선언해야 한다.

27

0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전체 댓글 6

새로고침
  • GOOGLE리콜20022025-04-01 14:03:49신고

    추천1비추천0

    4월 4일 11시 윤석열 내란수괴범 탄핵선고
    오후 4시 4분 윤석열 내란수괴범 체포예정

    4444로 죽을 일 확정
    인용으로 내전 가지 않고 극우는 버리고 철없는 이찍이들만 잘 토닥거려야 !

  • NAVER신철민2025-03-30 22:51:29신고

    추천7비추천1

    한법재판관들과 대법원장 그리고 경찰청장 검찰총장 국가수본부장은 무조건 전국민 투표로 뽑아야 온전한 자유대한민국 이룰수있습니다 대통령이 모든 권력 권한을 모조리 행사하면 대통령 입에 승질머리에 한국이 절단될수있습니다 !! 위 자들은 전국민 투표로 뽑아야 대통령이 총질 칼질을 함부러 하지못하는겁니다 !!

  • NAVER신철민2025-03-30 22:47:59신고

    추천7비추천1

    대한민국 꼬라지가 나쁜쪽 비극적인쪽으로 자꾸 흘러내려가는건 일개 5년짜리 대통령이 총리 부총리 장차관들 경찰 검찰총장 공수처장차장 인권위장 감사원장 대법원장 헌법재판관일부등 모조리 손아귀에서 임명하다보니 한국은 언제든지 폭발할수있는 핵폭탄급 정부로 꾸려나가고잇는겁니다 이것들을 바꿔야 진정한 자유대한민국이 될수있습니다 위수장들을 모조리 전국민 투표로 뽑아야 한국은 독재독선국가에서 벗어날수있습니다 대통령 권력 권한이 주상전하 수준이다보니 대통령 승질에따라서 한국 운명이 갈릴수도있을정도입니다 !!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