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품 공장. 한국무역협회 제공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상호관세 미적용 대상으로 거론된 반도체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치 못하고 있다.
업계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와 의약품 등에 대해 품목별 관세 부과를 예고한만큼 적용될 세율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백악관은 이날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등 기존에 다른 관세가 부과된 품목은 상호관세가 추가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도체와 의약품 등도 상호관세 미적용 대상으로 거론됐다.
상호관세 칼 날은 피했지만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과세를 예고한 만큼 이후 발표될 후속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내부적으로 이번 발표 내용을 검토하고, 향후 있을 품목별 관세 부과 등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생산 제품으로 대체가 가능한 일부 다른 품목들과 달리 반도체는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라며 "반도체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빅테크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관세 부과의 득실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대미 반도체 투자에 지급되는 보조금의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미국 투자 액설러레이터'를 신설하고 보조금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상무부의 반도체법 프로그램 사무국을 이 기구 산하에 두도록 하면서 "전임 행정부보다 훨씬 나은 합의를 협상해 흥정(bargain)에 따른 이득을 납세자에 가져다주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감안하면 향후 보조금 지급 규모 축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블룸버그는 1일 러트닉 상무장관이 반도체법에 따라 보조금을 할당받은 기업들이 미국에 1천억달러 추가 투자를 발표한 대만 TSMC의 전철을 밟기를 원하고, 보조금 규모를 늘리지 않고도 수백억 달러의 추가 투자를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건설 중인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에 오는 2030년까지 37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하고 미 상무부와 지난해 말 47억4500만달러(약 6조9천억원)의 직접 보조금 지급 계약을 체결했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천만달러를 투자해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기로 하고 최대 4억5800만 달러(약 6639억원)의 직접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보조금은 투자 진척 정도에 따라 지급되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아직 약속된 보조금을 다 받지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