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외국인이 9개월 연속 코스피를 매도하는 가운데 국내 채권은 꾸준히 매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파가 미국채 신뢰 하락으로 이어진 것과 달리 국내 채권은 '안전자산'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25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1일부터 전날까지 코스피에서 10조 4083억원 순매도했다.
월간 기준으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 3월 12조 5천억원에 이어 두 번째 큰 순매도 규모다. 4월은 아직 4거래일이 남았다는 점에서 역대 최대 규모 기록을 새로 쓸 여지도 있다.
외국인은 또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연속 팔자세를 이어가며 사상 최장 연속 순매도 기록인 11개월(2007년 6월~2008년 4월)도 위협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외국인 보유 비중은 지난해 7월 말 35.64%에서 최근 31.56%로 감소해 2015년 이후 평균인 33.3%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대차증권 조창민 연구원은 "단순 계산으로 외국인 지분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30% 가까이 떨어질 때까지 필요한 순매도 금액은 약 14조원"이라며 "외국인 수급 방향성이 매도로 향해 현재 증시의 상승 탄력이 둔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외국인은 채권 매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외국인은 올해 33조 3천억원 규모의 채권을 매수해 지난해 전체 순매수(63조 5천억원)의 절반을 이미 넘겼다. 채권 보유 잔액은 285조원 규모로 전체의 10.72%를 차지한다. 월간 기준으로 지난해 8월 사상 두 번째로 10%를 돌파한 이후 비중이 확대하고 있다.
외국인의 국채 선물 매수 규모는 이달에만 27조원으로 올해 전체 순매수 29조 7천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국채 10년물 금리는 올해 초 2.8%대에서 최근 2.6%로 20bp(1bp=0.01%p) 떨어졌다.
특히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폭탄을 발표한 지난 4일 장중 3.86%에서 11일 한때 4.6%까지 74bp나 가파르게 상승하는 '이상현상'을 겪은 것과 달리 국채 10년물 금리는 같은 기간 2.7%에서 2.6%로 10bp 하락했다.
메리츠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관세 부과 충격은 미국 금리를 끌어 올리며 안전자산으로써 미국채를 의심하게 만들었다"면서도 "미국 금리 반등의 혼란 속에서 가장 굳건하게 하향 안정기조를 유지한 것이 한국 금리다. 한국 채권시장의 안전성은 확실히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한국채가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원화 저평가(고환율)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은 미중 관세전쟁 속에 이달 초 1487.6원까지 오르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이후 16년 만에 고점을 새로 썼다. 일각에서는 환율 1500원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우려할 정도로 원화 가치가 떨어져 역사적 저평가 구간에 머무르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이창용 총재가 1분기 GDP(국내총생산) 역성장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경기 둔화 가능성에 따른 금리인하 기대가 커졌다. 그리고 실제 한은이 24일 발표한 1분기 GDP 성장률은 –0.2%로 기존 전망치(0.2%)를 하회했다.
이에 따라 5월을 시작으로 2~3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해 현재 2.75%에서 올해 말 2.0%로 낮아질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김지나 연구원은 "공식적으로 금통위는 모든 판단을 5월 경제전망 이후로 미뤘지만, 사실상 5월 인하 시그널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연내 기준금리는 적어도 2.25%는 별다른 잡음 없이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고, 하반기 관세 및 내수 등에 따라 2.0%로 인하할 가능성을 꾸준히 프라이싱(가격 책정)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채권에 우호적인 환경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