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순천 문화의거리 책방 '서성이다'에서 열린 '기후여행자' 북토크에서 임영신 작가가 기후위기 시대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박사라 기자 ▶ 글 싣는 순서 |
① "올 여름 전기세 5만 원…지구를 위한 응답이에요" ② "기후위기, 혼자 아닌 함께"…순천생태학교 '첫 발' ③ "이렇게 하면 바뀌겠죠" 효천고 기후환경 동아리 '센트럴' ④ 뚜벅이 환경공학자의 '자동차와 헤어질 결심' ⑤ "지구를 향한 작은 발걸음, 순천에서도 울리다" ⑥ 냉난방 없이도 가능한 삶, 순천 사랑어린학교가 살아가는 법 ⑦ 기후위기 대응, 급식에서 시작하다 ⑧ 버려질 뻔한 병뚜껑, '플라스틱 대장간'에서 변신하다 ⑨ "노플라스틱 육아, 가능해?" 환경 덕후 엄마의 실천법 ⑩ "손은 아프지만, 지구는 웃는다" 종이팩을 살리는 카페들 ⑪ '지금 바로 여기'…작은 극장에서 시작된 기후 연대 ⑫ 텀블러 500개, 쓰레기는 바나나 껍질뿐 ⑬ 기후위기 시대의 여행법…"멈출 수 없다면, 느리게 천천히" (계속) |
지난 10일, 전남 순천 문화의거리 책방 '서성이다'에 30여 명의 시민이 모였다. '기후여행자'의 저자이자 평화운동과 공정여행을 실천해 온 임영신 작가와 함께 '기후위기 시대의 여행'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다.
"여행을 멈춰야 하나요?"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북토크는,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동하고 머무를 것인지, 여행을 통해 어떤 세계와 관계 맺을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임 작가는 여행을 단순한 소비가 아닌 '관계의 방식'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풍경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여행자는 단순히 '보는 사람'이 아니라, '관계 맺는 사람'이어야 한다." 임 작가는 그것이 책임 있는 여행자의 태도라고 말했다.
이날 북토크의 핵심은 '관계'와 '실천'이었다. 그는 여행지에서 마주한 기후위기의 현장을 소개하며, 단순히 풍경을 소비하는 여행에서 벗어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진 피해를 입고도 짐을 지고 산길을 오르는 네팔의 포터들, 물 부족으로 분수가 멈추고 가로수가 말라가는 바르셀로나, 홍수로 침수된 치앙마이 도심. 이 모두가 기후위기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그는 "우리는 수영장이 없어졌다고 불편을 말하지만, 누군가는 그날 집을 잃는다"고 말했다. 여행자의 사소한 불편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기반을 뒤흔드는 재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도시가 '팔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살기 위한 공간'이 될 때, 그곳은 여행자에게도 머물고 싶은 장소가 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관광도 시민의 삶을 중심에 두고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임 작가는 "지금처럼 여행을 계속한다면, 언젠가 여행할 수 없는 세계에 도착할 수도 있다"고 말하며 크루즈선의 탄소 배출, 호텔 숙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과도한 물 사용 등 여행이 기후위기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거리 여행보다는 장기 체류를, 대형 숙소보다는 로컬 숙소를, 항공기보다는 육상·해상 교통 수단을 선택하는 등의 구체적인 실천을 제안했다. "조금 더 오래 머무르고, 조금 더 천천히 움직이는 여행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기후행동"이라고 덧붙였다.
강연 이후에는 제로 웨이스트, 비건, 공정여행을 결합한 프로그램 '제비의 여행'을 운영 중인 기후여행자 시원의 발표와, 평화를 노래하는 가수 솔가의 공연이 이어졌다.
임영신 작가(왼쪽에서 세 번째)와 참석자들이 북토크를 마친 뒤 '기후여행자'를 함께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성이다' 제공 북토크에 참석한 시민들은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였다"고 입을 모았다.
순천대학교 학생 이다연 씨는 "여행을 힐링으로만 여겼는데, 오늘 강연을 들으며 큰 자극을 받았다다. 앞으로 나의 이동과 머묾이 어떤 의미인지 자주 돌아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민지 씨는 "혼자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쓰레기 문제로 마음이 불편했는데, 그 고민이 의미 없는 게 아니었다는 위로를 받았다"고 전했다. 장윤혁 씨는 "오버투어리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후위기 해법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북토크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여행의 방식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함께 모색하는 자리였다.
임 작가는 끝으로 "기후위기 시대, 여행을 멈춰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며 "더 나은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질문하는 여행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