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지난달 금융권 전체의 가계대출 규모가 약 5조 원 늘어났다. 금리 하락과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 일부 해제 등으로 주택 거래가 늘어난 데다,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대출을 끌어다 투자하는 '빚투'가 활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예금 금리가 최고 2%대 초중반까지 떨어지자, 한 달 새 은행 예금 중 26조 원이 다른 투자 대상을 찾아 빠져나가기도 했다.
1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3월 말보다 5조 원 이상 늘었다. 월말 신용대출 상환분이 반영돼도 증가 규모는 5조 원대 안팎에 머물 가능성도 커보인다.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의 월 증가폭은 지난 2월 4조 2천억 원에서 3월 4천억 원으로 줄었다가 지난달 다시 크게 늘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해갈 방침이다. 당국은 이달부터 HF(한국주택금융공사), HUG(주택도시보증공사), SGI(서울보증보험) 등 3대 보증기관의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대출금의 90%로 일원화한다.
또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세부 적용 방침도 이르면 이달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세는 은행이 주도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2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42조 3253억 원으로, 3월 말(738조 5511억 원)보다 3조 7742억 원 많았다.
마지막 영업일(4월 30일) 대출 실적이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29일까지는 지난해 9월(+5조 6천억 원)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증가폭이 크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 폭은 지난해 8월 9조 6259억 원까지 치솟았다가 9월 이후 금리 인상과 당국·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꾸준히 줄어 올해 1월에는 가계대출이 전월보다 4762억 원 감소했다.
하지만 연초 금리 인하와 은행들의 규제 완화, 이사 철 수요 등이 겹쳐 2월(+3조 931억 원) 반등한 뒤 3월(+1조 7992억 원), 4월까지 석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가계대출 종류별로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88조 3878억 원으로 3월 말(585조 6805억 원)보다 2조 7073억 원 늘었다. 이 증가폭은 3월(+2조 3198억 원)보다 많지만, 2월(+3조 3836억원)보다는 약 7천억 원 적다.
신용대출도 101조 6063억 원에서 102조 7109억 원으로 1조 1046억원 늘어 지난해 11월(+2442억 원) 이후 5개월 만에 증가했다.
이는 지난 2월 서울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조치로 서울 지역 주택 거래가 늘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이어진 데다, 미국 관세정책 등에 따라 국내외 주식이 급락하자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 대출) 등을 통한 투자용 신용대출도 늘었던 것으로 보인다.
뒷걸음쳤던 기업 대출도 증가세로 돌아서서, 5대 은행의 지난달 29일 현재 기업 대출 잔액은 총 830조 1778억 원으로 전월 말보다 4조 9684억 원 불었다.
3월 2조 4936억 원 줄어 경기 악화로 기업의 투자 수요가 부진한 것 아니냐고 분석됐는데, 한 달 만에 약 5조 원 가까이 다시 늘었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소상공인 포함) 대출이 6903억 원(663조 1922억 원→663조 8825억 원), 대기업 대출이 4조 2781억 원(162조 172억 원→166조 2953억 원)씩 각각 증가했다.
이러는 동안 지난달 5대 은행에서 수신(예금) 자금은 약 26조 원 빠져나갔다.
우대금리를 포함한 최고 금리가 2%대 초중반까지 떨어지자 정기예금 잔액이 한 달 사이 3조 3342억 원 줄었고, 요구불예금도 22조 4615억 원 감소했다. 이러한 감소세는 주식·코인 등 자산 투자로 자금이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