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성향 단체 '리박스쿨'의 댓글 여론 조작 관련 보도가 나온 가운데 2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리박스쿨 사무실 문이 닫혀 있다. 김조휘 기자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빌딩. 최근 댓글 여론 조작 의혹에 휩싸인 극우 성향 단체 리박스쿨 사무실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불 꺼진 사무실 내부에는 인기척도 없었다.
CBS노컷뉴스가 이 건물 경비원 A씨에게 '해당 의혹이 제기된 뒤 사무실에 출입한 사람이 있냐'고 묻자 "주말에 쉬고 오늘 출근해서 잘 모르겠다. 평소에는 신경을 안 쓰다가 요즘 말이 많아서 오늘 주의깊게 보고 있는데 출근 안 한 것 같더라"고 답했다.
같은 층에 근무하는 B씨는 "주말에만 나온다더라. 노인들이 많이 오신다고 들었다"며 "평일에는 늘 불이 꺼져 있다. (관계자와) 대화를 나눈 적 없고, 본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리박스쿨 홈페이지에 공개된 사무실 번호로 전화해도 연락은 닿지 않았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스쿨'의 약자로 지난 2017년 6월 설립된 교육 단체다. 리박스쿨 홈페이지에서는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대통령과 산업 혁명·새마을 운동으로 대한민국을 부강하게 만든 박정희 대통령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왜곡되고 폄하된 역사를 바로 세우고자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공부하고 현장탐방을 주로 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제공하는 교육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주니어역사교실'을 통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한 근현대사 교육을 통해 극우 성향의 역사관과 종교적 이념을 청소년 교육에 포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가운데 리박스쿨 관계자가 늘봄학교 강사로 취업한 정황이 드러나 파장은 더 커졌다.
늘봄학교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규 수업 이후 다양한 체험활동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학부모의 육아 부담을 낮추고, 학생들에게 안정적인 배움터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운영 중이다. 교육부는 해당 의혹이 확산하자 리박스쿨 대표 손모씨를 교육정책자문위원에서 해촉했다.
이와 관련 리박스쿨 측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미끼로 댓글 공작팀을 모집했다'는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리박스쿨은 늘봄강사 교육 과정의 회원들에게 댓글을 강요하거나 조건으로 내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자손군'을 희망한 시민들이 공론장에서 자발적으로 표현한 의견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라고 강조했다.
극우 성향 단체 '리박스쿨'의 댓글 여론 조작 관련 보도가 나온 가운데 2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리박스쿨 사무실 문이 닫혀 있다. 김조휘 기자앞서 탐사보도 매체 뉴스타파는 지난달 30일 보수성향 단체 리박스쿨이 '자손군'(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이라는 댓글 조작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방하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옹호하는 댓글을 작성하는 등 여론 조작을 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장동혁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상황실장은 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리박스쿨은 김문수 후보와 국민의힘, 당 선대본 그 누구와도 관련이 없다"며 "최근 이재명 후보 아들 이슈나 유시민 작가의 부정적 이슈를 덮기 위한 민주당의 네거티브 공세"라고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이후 민주당은 기독자유통일당 점퍼를 입은 김 후보가 등장하는 리박스쿨 홍보 영상을 공개하며 반박했다. 그러면서 "리박스쿨과 관련이 없다는 분이 어떻게 리박스쿨 홍보영상에 등장한다는 말씀입니까"라며 "이미 리박스쿨 손 대표는 김 후보와의 관계를 실토했다"고 지적했다.
우상호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딱 걸렸다. 대선이 끝나면 엄정하게 수사해서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근절시켜야 할 행태"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문수 후보는 "막판 허위 사실 유포가 극에 달하고 있다"며 "댓글조작의 원조 '드루킹' 세력이 '듣보잡'(듣고 보도 못한 잡스러운 것) 리박스쿨로 저를 엮어 김대업 병풍과 생태탕 사건, 김만배-신학림 가짜 인터뷰 등을 떠올리게 하는 마약 중독과도 같은 선거 공작을 들추고 있다"고 반발했다.
한편, 민주당은 공직선거법상 유사기관 설치 금지 위반 등 혐의로 리박스쿨 대표 손모씨를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해당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경찰청은 이날 "고발인 조사를 어제(1일) 마쳤다"며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