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현장(해당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뉴스중국 관영방송 중국중앙(CC)TV가 올해 하반기 케이(K)팝 아이돌 그룹을 대거 초청해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등 중국 대도시 6곳에서 대규모 한중 합작 공연을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일부 한국 국적 대중가수들이 중국에서 공연한 적은 있지만 중국 관영방송이 직접 나서 K팝 아이돌 그룹을 대거 초청해 대규모 순회 공연을 펼치는 것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이후 9년 만이다.
중국 베이징 소재 한 한국 공연기획사는 1일 CCTV 측이 발송한 '2025년 하반기 중한 합동 공연 프로젝트 협력 허가에 관한 공식 문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접수했다.
CCTV는 해당 공문을 통해 자사가 올해 하반기 '중한 합동 공연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며 "양국 간의 문화 교류와 우호관계를 더 촉진하기 위해 한국 K팝 아티스트와의 깊은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CCTV는 이어 이번 공연은 약 3만 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체육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라며, 공연 도시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충칭, 청두 등 6개 중국 대도시라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한국 공연기획사 측에 한국 연예인 출연협상 및 계약 준비, 공연 콘텐츠 기획·연출 및 운영에 관한 CCTV와의 실무 협력, 해당 프로젝트의 홍보·방송권 및 파생사업 논의 참여자격 등의 권한을 부여했다.
해당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중국 노동절 연휴 첫날에 갑작스레 CCTV 관계자로부터 연락이와 K팝 아이돌 그룹 공연 제의가 왔다"면서 "공식 문서를 요구하자 3시간만에 수권서(권한위임 서류)가 왔다"고 설명했다.
CCTV 관계자는 1차적으로 해당 공연 출연을 원하는 K팝 남성 아이돌 그룹 명단도 제시했는데 BTS, 세븐틴, 스트레이키즈, 트레저, 엑소 등 국내 정상급 10여개 그룹이 포함됐다.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관객 3만명 규모의 대규모 공연인 것도 의미가 있지만, 수권서에도 방송권이 명시된 만큼 CCTV를 통해 해당 공연의 생중계, 혹은 녹화방송 등이 이뤄질 것이 확실시 돼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동 공연 프로젝트가 성사된다면 이는 사실상 한한령(한류 금지령) 해제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국 지방정부인 남동부 푸젠성 푸저우시는 이번달 31일 열리는 K팝 아이돌 그룹 이펙스의 현지 콘서트 '2025 EPEX 3rd 콘서트 청춘결핍 in 푸저우'를 허가해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커졌다.
또, 한국 3인조 래퍼 그룹 호미들이 지난달 12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공연을 했고, 같은날 중국 남부 하이난성에서 한국 트로트 가수 윤수현이 친선 공연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호미들과 윤수현의 공연은 교류행사의 일환으로 이뤄졌고, 이펙스의 콘서트는 정식 상업공연이기는 하지만 관객수 1100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열리는 중소규모 공연이다.
이에따라 중국 당국의 대규모 K팝 공연 허가가 한한령 해제의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는데 이번에 중국 관영방송이 주관하는 대규모 순회 공연이 바로 그 첫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지난 2016년 사드 사태로 한한령이 발동된 이후 한국 대중 가수의 공연과 연예인의 TV 출연, 그리고 한국 영화.드라마.예능 등 각종 문화콘텐츠의 중국내 유통이 제한돼 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을 전후해 중국 당국이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과의 관계개선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오는 10월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년 만에 한국을 찾은 가능성이 높아지며 사전에 한한령 해제를 선물로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 바 있다.
시 주석은 지난 2월 중국을 방문한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문화교류는 양국교류의 굉장히 매력적인 부분으로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서 "우리는 좋은 문화교류에 대해 열려있고 각계각층의 한중간 교류가 더 잘 이루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