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김주애. 연합뉴스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에 대해 퍼스트레이디인 어머니 리설주의 역할도 대신하게 하는 이미지를 연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미지가 잘 부각된 행사는 김일성의 생일인 지난달 15일 김주애가 아버지 김 위원장과 함께 참석한 화성지구 3단계 주택 준공식에서였다.
김주애는 준공식을 마친 뒤 연단에서 내려와 아버지 뒤에서 평양시민들의 손을 잡아주고 말을 건네는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의 민생 행보에 동참해 인민들을 격려하는 능동적인 이미지를 연출한 것이다.
최근 김 위원장과 키가 엇비슷해진 김주애는 이날 긴 웨이브 머리에 몸의 윤곽을 드러낼 정도로 꼭 맞는 옷차림으로 과거에 비해 부쩍 성숙해진 모습을 보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15일 평양 시내 '뉴타운' 지구 중 하나인 화성지구 3단계 준공식에 직접 참석하며 인민 생활 챙기기 행보를 보였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화성지구 3단계 1만세대 살림집 준공식이 전날 성대히 진행됐다고 전했다. 연합뉴스이어 같은 달 25일 다목적구축함 최현호 진수식에서는 흰색 재킷과 검은색 바지정장, 머리를 중간에서 묶는 헤어스타일로 과거 북한 매체에 등장하던 어머니 리설주의 모습을 그대로 연상시켰다.
김주애는 최현호 진수 후 3일 만에 열린 첫 시험사격도 참관했는데, 김 위원장과 어깨를 맞대고 걸으며 다정한 부녀의 모습을 보였다.
최근 김주애가 공개 활동에서 퍼스트레이디인 어머니 리설주의 역할까지 대신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기본적으로 리설주가 공개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리설주는 지난해 1월 신년 경축공연 참석이후 1년 5개월 동안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러설주가 장기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녀의 신변에 '특이 사항'이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의 부인으로서 평소에 하던 일상적인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이사항이 없는데도 과거처럼 리설주·김주애 모녀가 함께 등장하지는 않는 데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인민들의 시선이 두 사람으로 분산되지 않고 김주애로 모아지게 하는 조치일 수 있다. 모녀가 함께 등장하면 김주애가 아무리 성장했다고 해도 '어린 딸'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사정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백두혈통으로서 김주애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심지어 퍼스트레이디 역할까지 대신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은 기본적으로 어머니 리설주의 양해나 적극적 지원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과거 한국에서 '영애 박근혜'가 박정희 당시 대통령을 수행하며 입지를 다진 것처럼 김주애가 앞으로 더 성장하고 직책을 갖은 상태에서 김 위원장을 수행한다면 북한 주민들에게 더 강한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주애가 지난 2022년 11월 화성 17형 발사 때 처음 등장하기 이전에만 해도 북한 체제에서 가장 주목되는 여성은 김 위원장의 친동생 김여정이었다. 같은 백두혈통으로서 김여정을 2인자로 보는 시선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10세의 앳된 주애 양이 갑자기 등장한 것에 대해서는 김주애의 후계자 내정, 후계자는 아니라고 해도 4대 세습의 장기적인 준비, 북한 미래세대를 대표하는 어린 주애를 내세워 미래 북한체제의 안전과 안정을 담보할 핵 무력의 정당화 목적 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그런데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당시 2인자로 부각되고 있는 백두혈통 김여정에 대한 리설주의 견제가 바로 '주애의 등장'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기도 했다. 백두혈통의 어린 자식들을 둔 리설주 입장에서 정치력을 키우는 '시누이' 김여정이 불편할 수도 있다는 추정이었다.
김주애가 등장한지 2년 6개월이 흐른 현 시점에서 김여정의 위상은 분명히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해 8월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 인계인수식에서는 조카 주애를 깍듯하게 의전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 부부장이 단상으로 올라가는 김주애에 다가가 미소를 띠고 허리를 살짝 숙이며 안내를 하자, 김주애가 당당히 올라가는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첫 등장이후 계속되는 공개 활동에 김주애는 한 때 딱딱한 의전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23년 8월 27일 김 위원장의 해군사령부 방문에 동행한 김주애에 대해 당시 통일부는 "최근 들어 표정이 어둡고 의전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분석한 바 있다. 김주애를 위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의전규범을 충실하게 따르느라 긴장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던 김주애가 어느 새 평양 시민들과 직접 스킨십을 할 정도로 역할과 위상이 확대됐다.
나중에 삭제하기는 했지만 북한 매체들은 지난해 3월에 최고지도자에게만 적용하는 "향도의 위대한 분들"의 범주에 김주애가 포함되는 것으로 표현해 후계자 내정 논란을 더욱 뜨겁게 하기도 했다.
김주애의 위상과 역할이 확대되고 있지만 후계자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유보적인 시각이 많다. 김여정의 위상이 하락했어도 김정은·김주애가 등장하는 백두혈통에 대한 모든 선전선동의 총책임자는 김여정 선전선동부부장이라는 지적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적어도 김주애의 이름과 직책이 노동신문에 분명하게 명기가 되고, 김주애에 대한 우상화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확정적인 후계자로 보기는 어렵다"며 "아직도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