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공동취재단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경제가 가라앉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창용 총재는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이 (내려올 만큼 다) 내려온 것인지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변동성 대응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미국과의 환율 협상과 관련해선 "미국이 진짜 원하는 게 강달러냐 약달러냐 그걸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원화 가치 절상에 합의할 경우 정책 수단을 두고는 "환율은 우리가 외환보유액을 갖고 장기적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툴(수단)을 얘기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선 "기준금리를 내린다는 것을 의심하지 말라"며 "경기 상황에 따라 금리를 충분히 낮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리인하 횟수는 성장률 전망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면서,경기 부양을 위한 '빅컷'(0.5%포인트 인하) 가능성에는 데이터를 보고 결정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선 직전인 오는 29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일정에 대해선 "선거를 고려하지 말고, 데이터만 보고 결정하자고 금통위원들과 얘기했다"고 밝혔다.
지난주 심포지엄에서 양적완화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선, 중장기적 통화정책에 관한 고민이었다면서 "왜 갑자기 지금 통화정책과 연결 짓는지 모르겠다. 당황스러웠다"고 해명했다.
'경제사령탑 공백'에 대해선 "바깥에서 볼 때는 선진국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나 해명해야 해서 곤혹스러운 한 주였다"며 "F4 회의 지속 여부는 새로 오는 기재부 장관이 결정할 일"이라고 전했다.
이 총재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상황을 크게 우려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대외 불확실성만큼이나 대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정치 불확실성이 위기로 몰아가지는 않지만, 경제가 가라앉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이걸 빨리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2차 추가경정예산과 관련해 "성장률이 낮아진 것을 전부 다 추경으로 메꾸자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며 "환자가 힘들어한다고 내일, 모레 생각하지 않고 스테로이드를 부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총재는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밀라노를 방문했고, 오는 10~12일에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국제결제은행(BIS) 총재 회의에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