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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정말 무역전쟁에서 승리했나?[베이징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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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미중 무역합의로 각각 관세율 115%P 인하
몰아치다 먼저 손내민 '트럼프의 패배' 평가
중국, 외부 전쟁 승리했지만 내부 문제 여전
부동산·내수 침체, 지방정부 부채 해결 안돼
국민희생 담보한 무역전쟁 승리 의미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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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최근 중국 현지에서 반도체 업계와 패션 업계에서 각각 근무하는 두 명의 주재원을 만난 적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중국의 경기 악화를 우려하며 무역전쟁이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향후 중국 경제를 보는 시각은 서로 달랐다.

반도체 업계에서 일하는 주재원은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반도체 업계가 빠르게 기술독립을 추구하고 있는 사례를 여럿 제시하며 중국 경제가 반도체는 물론 인공지능(AI), 전기차 등 첨단 산업의 발전을 앞세워 체질 개선을 이뤄낼 것이라고 확신에 차 있었다.

반면 패션 업계에서 근무하는 다른 주재원은 무역전쟁을 떠나 수년째 중국 경제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어 무역전쟁이 잘 해결되더라도 회복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봤다. 실제로 이 주재원이 소속된 회사의 중국 매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1/3로 줄었다고 한다.

지난 12일 미중 양국이 무역전쟁 이후 처음으로 만나 협상을 벌였고, 그 결과 양측이 상대에게 부과하는 관세를 각각 115%P씩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따라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는 관세는 30%, 중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는 10%로 각각 낮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합성마약 펜타닐 원료 유통문제를 이유로 중국에 10%의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양측이 각자 보복에 나서며 145%까지 치솟았던 관세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치열했던 양국간 무역전쟁이 휴전에 돌입한 것.

중국을 세계 지도에서 삭제시킬 기세로 강하게 몰아치던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중국에 손을 내민 것을 두고 중국 매체는 물론 미국 언론들까지 "트럼프의 공격적 접근의 한계를 보여줬다"면서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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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케네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제네바 합의는 미국의 사실상 완전한 후퇴를 의미한다"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강경한 보복 결정이 옳았다는 점을 입증해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애써 표정관리에 나선 모양새다. 중국 당국은 '승리'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있지만 당국의 통제를 받고 있는 관영매체들은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관영 CCTV 계열 SNS인 위위안탄톈은 "중국이 보여준 단호한 반격과 투쟁 태도가 매우 긍정적 효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치열했던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승리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앞으로 중국 경제의 순항을 담보할 수는 없다. 외부 전쟁에서는 승리했을지 몰라도 부동산 장기침체, 내수 부진, 지방정부 부채 등 내부 문제가 여전히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부진한 내수는 '이구환신'(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등 정부 지원책으로 겨우 현상유지에 급급한 모양새다. 천문학적 규모의 지방정부 부채 문제는 어디서부터 손대야할지 가늠키도 힘든 상황이다.

앞서 꺼낸 두 주재원 이야기로 돌아가 중국 경제가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첨단 산업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온 전통제조업과 건설업, 서비스업 등의 분야는 기나긴 침체의 터널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여기다 비록 승리를 자축하고 있지만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통해 수출 의존도가 큰 중국 경제의 취약성도 드러났다. 미국의 주문이 끊기자 수많은 공장이 문을 닫아야했고, 해외 이전을 계획하는 기업들도 늘어났다. 중국내에서의 사업 리스크가 보다 커졌다는 얘기다.

덧붙여 트럼프 대통령은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 무역전쟁을 오래 끌고가기 힘들지만, 사회주의 체제로 시 주석이 장기집권하고 있는 중국은 무역전쟁 장기화에 따른 여론악화를 어느정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무역전쟁의 승패를 결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체제 특성상 중국인들이 더 큰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마트에서 값싼 제품을 사지 못한 미국인과 다니던 공장에서 해고된 중국인 중 누가 더 피해가 클지 쉽게 답이 나온다. 국민 희생을 담보로한 무역전쟁에서 승리를 논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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