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귀연 부장판사가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두 번째 공판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더불어민주당의 사법부 때리기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법원장을 겨냥한 특검(특별검사)법을 상정한 데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을 맡고 있는 재판장의 '룸살롱 접대' 의혹까지 제기했다.
동시에 이재명 후보의 혐의는 처벌할 수 없게끔 하는 법 개정에도 나섰다.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지우려는 의도에서 밀어붙인 공세이지만, 자칫 사법부 장악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尹 구속취소 판사 '룸살롱' 의혹 제기
민주당은 1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귀연 부장판사의 룸살롱 접대 의혹을 꺼냈다. 지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고 현재는 내란 혐의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김용민 의원은 "지 부장판사가 룸살롱에서 접대 받았다는 매우 구체적인 제보가 있다"며 "1인당 100만~200만원 정도 비용이 나오는 룸살롱에서 여러차례 술을 마셨고, 단 한번도 지 판사가 돈을 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 부장판사의 얼굴이 찍힌 룸살롱 사진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 부장판사의 직무배제와 감찰도 요구했다.
김 의원의 의혹 제기에 발맞춰 이 후보 캠프도 공세를 높였다. 노종면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렇게 부도덕하고 불법 의혹이 짙은 판사에게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운명이 걸린 내란 재판을 맡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내란 세력이 지 부장판사의 약점을 쥐고 재판에 개입한다면 누가 감당하고 책임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민주당의 이같은 의혹 제기는 사법부의 공정성을 흔들면서 불신 여론을 키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에서 추진중인 사법 개혁 논의에 탄력을 얻으려는 전략도 읽힌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과 사법부가 모종의 카르텔로 묶여 있다는 의심을 부각하면서 대법원의 이 후보 사건 파기환송에 흠결이 있다는 주장을 강조하려는 계산도 깔려있다.
사법부 수장 겨냥 '특검법'으로 압박
1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가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속에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부 불신은 이날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한 특검법으로 이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했지만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의 찬성으로 특검법이 가결됐다. 대법원의 이 후보 사건 파기환송 배경에 선거 개입 의도가 있었는지 특검 수사로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파기환송 과정에서 조 대법원장의 압력이 작용했다고 의심중이다.
사법부 수장인 현직 대법원장을 겨냥한 특검법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 후보 추천권 배분에서는 국민의힘을 배제했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위원장 임기 내에 반드시 특검법을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법사위는 민주당 주도로 대법관수를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상정했다. 앞서 김용민 의원은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30명으로 늘리는 개정안을, 같은 당 장경태 의원은 100명으로 증원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법관수가 적어 제대로 된 심리가 이뤄지지 않고, 이에 따라 판결의 신뢰도 또한 낮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이 후보 사건의 파기환송 이후 민주당은 줄곧 "대법관 14명이 9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심리를 마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졸속 판결 의혹을 던졌다.
이같은 주장의 연장선에서 대법원 판결에 불복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법 개정도 이날 민주당 주도로 의결했다. 사실상 4심제 전환으로, 여기에도 마찬가지로 사법부 불신이 깔려있다.
입법 조치로 '李 사법리스크' 지우기 속도
사법부를 향한 전방위 압박 속에서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 지우기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대통령 당선시 재판 중지법'을 법안소위로 회부한 데 이어 이날은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가결했다.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요건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게 골자다. 대법원이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혐의 중 유죄로 본 부분을 아예 없애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되면 이른바 '백현동 발언' 등 허위사실 공표 '행위'로 기소된 이 후보는 해당 조항이 삭제된 만큼 면소 판결을 받을 수 있다. 면소는 법 조항의 폐지로 처벌할 수 없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대법원의 파기환송을 도화선으로 민주당이 사법 개혁의 명분을 차곡차곡 쌓는 모양새이지만, 당내 강성 기류를 경계하는 시각도 감지된다. 거대정당의 사법부 장악이라는 인식이 대선 기간 과도하게 퍼지면 자칫 유권자의 거부감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행정부가 사법부를 장악한 남미 사례처럼 권력에 중독된 듯한 모양새를 내비치면 이 후보에게 표를 던지려고 했던 유권자들도 거부감 탓에 투표장에 아예 안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