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론조사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왼쪽)가 사퇴할 경우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오른쪽)의 지지율도 비슷한 수준으로 동반 상승하는 현상이 관측됐다. 황진환∙류영주 기자제21대 대선 사전 투표일까지 열흘도 채 남지 않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독주는 계속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지지율 정체를 겪으면서 보수 진영에서는 막판 이를 뒤집을 카드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를 계속 언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준석 후보가 사퇴할 경우 김 후보뿐만 아니라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도 비슷한 수준으로 동반 상승하는 현상이 관측되면서 국민의힘 내에서도 "실제 단일화 효과는 미미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같이 하자" 구애하는 김문수…"일 없다" 선긋는 이준석
20일 김 후보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와의 정책 협약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후보는 우리 당의 대표를 한 분으로 우리 둘이 다른 부분이 전혀 없다"며 "당의 여러 문제점 때문에 이준석 후보가 밖에 나가 있는데, 같이 하는 게 맞는다는 점에서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20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유세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준석 후보를 향한 구애는 김 후보 외에도 당의 여러 채널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날 이정현 선대위원장은 라디오에서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가 꼭 됐으면 좋겠다"고 했고, 안철수 선대위원장도 "후보의 일정과 시간에 전적으로 맞추겠다. 허심탄회하게 만나서 이야기 나누자"고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이준석 후보는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그는 이날 라디오에서 "지지율이 변하더라도, 단일화 과정에서 내가 이기더라도 전혀 단일화에 응할 생각이 없다"며 "(단일화) 절차나 과정 자체가 굉장히 구태처럼 보일 것이기 때문에 전혀 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본인의 탈당을 압박했던 친윤(친윤석열)계의 사과가 있다면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도 "그걸 전제 조건으로 삼은 적이 한 번도 없다. 기대도 없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40%대로 내려오고 김 후보와 본인의 지지율을 합해 이를 능가하는 상황에서도 단일화를 하지 않을 것인가'란 질문에도 "안 할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오른쪽)와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왼쪽)가 19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가운데는 오세훈 서울시장. 황진환 기자
특히 전날 이준석 후보가 채널A 인터뷰에서 "마지막 승부를 앞두고 특단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단일화를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이에 대해서도 "결국에는 김 후보를 통해서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이준석에게 표를 몰아줘야 된다는 말을 그냥 원론적인 얘기를 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막판까지 단일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선대위 김재원 후보 비서실장은 "(단일화 가능성은) 아직도 크게 열려 있다"며 "(이준석 후보 입장에서도) 앞으로 보수 진영의 단일화 압박이 시작되면 (본인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 생각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했다.
이준석 뺀 양자 조사에서 李-金 동반 상승…단일화 효과 있나
문제는 국민의힘이 희망하는 것만큼 단일화가 실효성이 있냐는 점이다. 최근 이준석 후보가 사퇴했을 경우를 가정, 이재명 후보와 김 후보에 대한 양자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양측 모두 동반 상승하는 흐름이 관측되기 때문이다.
특히 삼자 대결에서 이준석 후보가 얻었던 지지율을 양자 대결에선 양 후보가 거의 반반씩 가져가는 결과가 나오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실제 단일화 효과가 미미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문화공원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선거도장 마크 모양의 꽃다발을 선물 받고 있다. 윤창원 기자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4~16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9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주자 적합도를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p, 응답률 8.4%)한 결과 이재명 50.2%, 김문수 35.6%, 이준석 8.7% 등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이준석 후보가 빠진 가상 양자 대결 시에는 이재명 54.3%, 김문수 40.4%로 집계됐다. 각각 이재명 후보가 4.1%p, 김문수 후보가 4.8%p 오른 셈인데, 합하면 8.9%p로 삼자 대결에서의 이준석 후보가 받았던 득표율(8.7%)과 비슷하다.
여론조사 꽃이 지난 16~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2.2%p, 응답률 17.3%)에 따르면, 대선후보 중 누구에게 투표하겠나란 질문에 이재명 52.1%, 김문수 29.5%, 이준석 7.0% 등으로 집계됐다.
같은 조사에서 이준석 후보를 뺀 가상 양자 대결에서는 이재명 56.0%(3.9%p↑), 김문수 34.0%(4.5%p↑)로 나타났다. 김 후보의 지지율 상승폭이 좀 더 높긴 하지만, 두 후보 모두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을 비슷하게 흡수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넥스트리서치가 MBN·매일경제 의뢰로 지난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응답률 16.7%)에서도 전체 후보를 대상으로 한 지지도 조사에서는 이재명 47.7%, 김문수 33.3%, 이준석 6.8%로 나타났다.
반면 이준석 후보를 뺀 가상 양자 대결에선 이재명 49.5%(1.8%p↑) 김문수 37.5%(4.2%↑) 등으로 집계됐다(인용된 여론조사들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준석이 밖에서 버텨주는 게 유리" vs "단일화 하면 결과 몰라"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에서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문수, 민주노동당 권영국, 개혁신당 이준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국회사진취재단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 없이 밖에서 버텨주는 게 차라리 더 낫다는 의견도 있다"며 "실제 투표에선 이준석 후보가 김문수 후보 표보다 이재명 후보의 표를 더 가져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론도 존재한다. 표가 갈라지기보다는 기존 지지했던 후보의 선택에 따라 지지층도 다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이준석 후보로의 단일화가 이뤄질 수도 있는 데다가, 단순 수치의 합산이 아닌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김 후보는 6070 세대에서 강세를 보이고, 이준석 후보는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지지층이 결집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단일화 과정에서 이른바 '드라마'가 연출되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과거 2~3위 후보였던 '노무현-정몽준'의 극적 단일화로 당시 독보적 1위였던 이회창을 꺾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 관계자는 "극적으로 단일화가 될 경우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는 단일화를 위한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데드라인으로는 국내 투표용지 인쇄일인 오는 25일이 꼽힌다. 그전에 한 후보가 사퇴해야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사표를 방지할 수 있다. 최종 데드라인을 사전 선거 투표일(29일) 직전까지로 보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