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서울 집값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긴급 소집해 '대출 조이기'를 선제적으로 주문했다. 관계 부처가 부동산 시장 상황이 엄중하다는 데 뜻을 모은 만큼 은행권 가계대출 점검을 시작으로 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오후 박충현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 주재로 은행권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들을 소집해 1시간가량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최근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을 넘어 강북과 경기도 과천, 분당 등지로 집값 상승세가 번지면서 가계대출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워낙 과열되다 보니 정권 초기에 대출 관리 차원에서 은행권을 모은 것 같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월별·분기별 목표치를 넘겨 가계대출을 취급하거나 공격적인 주택담보대출 영업에 나선 은행들에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이 심상치 않은 상황 속에서 대출 총량 관리 등 가계대출이 불어나지 않도록 은행권의 선제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최근 가계대출이 급증한 은행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점검에도 나설 방침이다.
금감원은 앞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하는 사례가 있는지도 들여다본다. 현행 차주별 DSR 규제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미래 소득 증가 등을 과도하게 반영해 대출 한도를 늘리는 사례가 있는지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당국이 관리하는 고(高)DSR 목표 비중도 점검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DSR 70%와 90%가 넘는 고DSR 대출 비중을 전체 대출의 각각 5%, 3% 내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런 목표가 지켜지고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 속에도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정책은 엇갈리는 실정이다. 실제 NH농협은행은 수도권 소재 1주택 이상 차주의 주택구입자금 대출 취급을 일시 제한했고, KB국민은행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했다. 반면 신한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최장 만기를 30년에서 40년으로 늘렸고, 하나은행은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기존 5억원의 2배인 10억원으로 올렸다.
부동산 과열 양상이 누그러지지 않을 경우 금융당국이 추가 규제 카드를 꺼낼지도 관심이다. 대출 보증 비율을 수도권에만 70~80% 수준으로 추가 낮추는 방안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 자본 위험가중치를 높이는 방안 등이 추가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은행은 지난 15일 낸 '주택가격 기대심리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주택가격 기대심리가 실제 가격과 가계부채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정책당국의 면밀한 모니터링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