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이 미 정부가 주한미군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지난 23일 오전 경기도 동두천시의 주한미군 기지에서 미군 전투 장비들이 모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대선이 8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외교안보 분야에서 미중의 동시 압박이 커지고 있다. 미국 언론에서 주한미군 감축설이 보도되자 미 국방부가 공식 부인하는 소동이 있었고, 중국은 서해 잠정조치수역(PMZ) 내 일부를 '항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해 우리 정부가 우려를 전달했다. 새 정부의 안보리스크가 커지는 모양새지만 각 후보들은 구체적인 대응방안보다는 정쟁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 부인에도 트럼프 여전히 "모든 국가 방어시대는 끝"
연합뉴스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국방부가 주한미군 약 4500명을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이 제안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되지 않았으며 여러 대안 중 하나라는 내용이다.
파장이 커지자 하루 만에 미 국방부는 보도를 부인하며 "미국은 대한민국 방어에 굳건하게 헌신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국의 공식 발표로 주한미군 감축설은 일단 진화되는 모양새다.
다만 일회적인 해프닝이 아닌 '동맹은 비용'이라는 트럼프의 오랜 인식에서 비롯된 소동인 만큼 새 정부에서 문제가 다시 불거질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미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국가를 방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던 날은 끝났다"며 "우리는 미국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연설하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해양협력대화 한 달 만에 서해 '항해금지구역' 도발하는 中
연합뉴스
서해를 둘러싼 중국의 압박도 만만찮다. 미국 뉴스위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중국이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일부를 항행금지구역으로 설정했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가 공개한 지도에 따르면 중국이 설정한 3개 항행 금지 구역은 대부분 잠정조치수역(PMZ) 내에 위치했고, 이 가운데 두 개는 한국의 EEZ를 침범해 있다.
외교부는 중국의 항행금지구역 설정이 문제 소지가 있다고 보고 외교 채널을 통해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중국의 항행금지구역 설정을 군사 훈련 목적으로 보고 있다.
군 당국은 "중국이 행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한 곳은 영해가 아닌 공해여서 문제제기는 어렵지만, 최근 중국의 PMZ 내 활동을 고려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중국이 PMZ 내 구조물을 무단으로 설치한 데 이어 항행금지구역까지 설정하자 서해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해양 알박기'의 일환 아니냐는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3일 한중 외교당국은 해양협력대화를 통해 서해 구조물의 현장방문까지 논의하며 협력을 다짐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만에 중국이 다시 도발에 나서자 서해 내해화 움직임을 의심하는 시각은 커지고 있다.
새 정부 안보리스크 커지는데…후보들 '점령군''친일파' 정쟁만
25일 경기도 수원시 한 인쇄소에서 선관위 관계자가 인쇄된 제21대 대통령선거 투표용지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을 앞두고 본격화한 미국과 중국의 압박은 차기 정부의 외교안보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을 꾸준히 시사해온 미국은 새 정부에 주한미군 규모와 방위비 분담금 재논의를 요구해올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계속된 서해 도발에도 국제법과 한중관계의 흐름 등 고려할 변수가 많다.
대선 후보들은 안보 위협에 대해 '굳건한 한미동맹'과 '해양주권 수호' 등의 원칙적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이재명 후보는 '실용외교'라는 구호 뒤에 구체적인 방안을 생략했고, 김문수 후보는 한미정상회담을 즉각 추진하겠다면서도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핵잠재력 확보 등 정부 에 부담이 되는 주장도 쏟아내고 있다.
와중에 선거 국면에서 후보들이 안보사안을 정쟁화하며 상대국에 공격의 빌미를 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는 아직도 과거 주한미군을 '점령군'으로 폄훼한 것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후보의 저급한 대미 인식, 부족한 외교 경험이 대한민국을 어디로 끌고 갈지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에 민주당도 "김 후보가 일제시대 우리 선조의 국적을 묻는 광복회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극우적 신념도 모자라 친일적 역사관에 빠져있다"고 공세를 취하며 외교‧안보에 대한 공방은 네거티브의 소재로만 전락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