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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조차 흐렸는데…"…3살에 헤어진 남매, 45년 만에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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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3살에 헤어진 남매, 유전자 등록으로 45년 만에 눈물의 상봉
"내가 정말 그 아이가 맞나요?"
경찰청 유전자 제도 덕에 이어진 가족의 끊긴 인연
잊히지 않았던 이름 없는 그리움, 마침내 닿다

25일 부산 연제경찰서에서 A씨가 45년만에 가족을 상봉하고 있다. 부산 연제경찰서 제공25일 부산 연제경찰서에서 A씨가 45년만에 가족을 상봉하고 있다. 부산 연제경찰서 제공
세 살 무렵, 중국집에서 식사 중 가족과 헤어진 한 여자아이. 아무런 단서 없이 사라졌던 그녀는 어느덧 48세가 되었다. 긴 세월 속에 가족의 기억은 흐려졌지만, 마음속 그리움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유전자 등록제도가 잇는 기적의 실로, 그녀는 오빠와 다시 손을 맞잡았다. 무려 45년 만이었다.

"그리움이 닿은 날"


"그 아이가 나 맞나요?"

서울에 거주하는 A씨(48)는 경찰의 연락을 받고 멍해졌다.

2009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부산남부경찰서에 유전자 등록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무런 소식도 없이 시간은 흘렀고, 결국 그녀는 서울로 삶터를 옮겼다.

가족을 찾는 일은 잊으려 했다.

하지만 올해 초, 경찰은 그녀에게 다시 유전자 검사를 요청했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부산에 사는 오빠 B씨(51)와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것. 잃어버린 가족이 있었다는 기억조차 흐릿했던 A씨는, 45년 만에 오빠의 존재를 확인하게 됐다.

"나는 늘 네가 보고 싶었어"


B씨 역시 여동생을 잊은 적이 없었다.

수십 년 동안 단서를 찾아 헤맸고, 결국 2023년 5월 부산 연제경찰서를 찾았다.

그곳에서 유전자 검사를 권유받은 그는 아동권리보장원을 통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2025년 3월, 분석 결과가 도착했다. 동생이 살아 있다는 사실, 그리고 서울에 있다는 희망.

경찰은 조심스럽게 상봉 자리를 마련했다.

경찰서의 작은 방에서 두 사람은 마주 앉았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말보다 먼저 눈물이 쏟아졌다. 서로를 부르던 그 첫 목소리에, 세월의 벽이 무너졌다.

유전자 등록제도, 잃어버린 가족을 잇다


경찰청이 운영하는 유전자 등록 제도는 2004년부터 시행된 장기 실종자 찾기 프로그램이다.

무연고 아동이나 실종 아동의 유전자를 보호자와 비교해 신원을 확인해주는 방식으로, 그동안 수많은 가족의 재회를 도와왔다.

부산연제경찰서 관계자는 "가족을 다시 잇는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 큰 감동이었다"며 "앞으로도 희망을 전하는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A씨는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며 "오랜 시간 가슴속에 남아 있던 그리움이 유전자 하나로 닿았다는 게 신기하고 감사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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