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훈 사진사숙 제공지난해 말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들도 저출산·고령화 문제해결을 위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주요 후보들은 주거와 세금 등 단기적인 경제적 혜택에 집중한 공약을 내놓은 가운데, 인구 문제에 대한 장기적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0대 공약에서 '저출생 고령화 극복과 돌봄체계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자녀양육 지원 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자녀 수에 비례한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상향, 초등생 예체능 교육비 세액공제 확대, '우리아이 자립펀드' 도입 등이 포함됐다. 현재 만 8세까지 월 10만 원씩 지급되는 아동수당을 18세까지 20만 원으로 늘리는 방안도 담겼다.
또 신혼부부 공공임대 확대와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 일원화), 지자체 협력형 초등돌봄 시스템 구축 등 '국가책임형 양육환경' 구축을 내세웠다.
이 후보는 "온 사회가 함께 돌보는 '돌봄 기본사회'를 추진하겠다"며 보육비 지원, 유아교육 단계적 확대,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 국가 지원 '온 동네 초등돌봄' 제도, 평생교육 지원 확대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으로는 사교육 의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재훈 교수(경북행복재단 대표)는 "사교육 등 교육 경쟁에서 발생하는 '압박 비용'을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빠진 채, 사교육비에 세제 혜택을 주면 오히려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거·세금 등 단기적 경제 혜택에 집중…"사교육 부담 늘어날 우려"
연합뉴스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나라, 안심되는 평생복지'를 내세우며 주거지원 확대와 현금성 지원책을 중심에 뒀다.
대표 공약으로는 결혼하면 3년, 첫째아이 3년, 둘째도 3년 총 9년간 청년주택 주거비를 지원하는 '3·3·3 청년주택' 공급, 재건축·재개발 공공기여 수준에 따라 청년·신혼 배정 비율 확대, 신혼부부 디딤돌‧버팀목 대출 소득 기준 완화 등이다.
아울러 출생 시 아동 명의로 개설하는 '첫걸음 계좌' 도입, 보육수당 비과세 확대, 난임 시술 지원 강화 등을 제시했다. 임신·출산 관련 건강관리비, 산후조리비, 분만비 등에 대한 지원도 포함됐다.
김 후보는 양육 부담 완화를 위한 현금성·비과세 지원에 집중하는 한편, 0~17세 아동 대상의 자산형성 지원, 24시간 돌봄 인프라 확충, 보육교사 1:1 배치 등을 통해 물리적 양육 여건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집권 여당의 후보로서 정부가 추진해왔던 정책들에 대한 추진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재훈 교수는 "집권 여당 후보로서 사교육비 부담 해소, 늘봄학교 확대 등 현 정부 정책에 대한 의지나 방향성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주요 후보자들은 인구 문제에 대해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조기 대선 정국에서 유권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주거와 세금 등 단기적인 경제 혜택에 집중된 공약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결혼·출산 관련 인식 조사에서도 '신혼·출산·다자녀 가구 대상 주택공급 확대' 정책이 인지도와 기대효과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5차 저출산기본계획 대통령 임기와 일치…"인구정책 설계해야"
부산시 제공
고령화 대응책 관련해서는 김 후보는 "어르신 돌봄과 자립의 균형 체계를 강화하겠다"며 사회 서비스형 어르신 복지 일자리를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초고령화 사회를 맞아 어르신들의 삶을 챙기는 일도 가족을 지키는 중요한 과제"라면서 데이케어센터 이용 시간 확대, 요양병원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 등 정책을 제시했다.
이어 "'건강안심국가'를 구현해서 치매, 암, 심뇌혈관질환 걱정에서 벗어나시도록 만들겠다"며 "서민층과 중산층을 위한 실버타운을 확대하고 복지서비스와 연계한 고령자 복지주택 건설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통합적 지원체계를 마련하겠다"며 치매·장애 등으로 재산관리가 어려운 노인을 위한 공공신탁제도, 고령자 친화 주택 공급, 지역사회 통합돌봄 확대 등을 공약했다. 이외에도 연금개혁과 정년연장을 연계한 지속가능한 노후소득 체계도 공약에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여야 후보들이 인구 문제에 대한 구조적 이해 없이 경제적 인센티브 중심의 단기 공약에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올해 말에는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26~2030년)이 발표될 예정이어서, 대통령 후보의 인구정책 비전 제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평가다.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이상림 책임연구원은 "후보들이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인구정책을 끌고 갈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인구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또 "새 정부에서는 처음으로 기본계획 수립 시기와 대통령 임기가 일치한다"며 "임기 내 직접 실행 가능한 인구정책을 설계해야 하는 만큼, 후보자들과 캠프의 전략적 접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