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 생일날 워싱턴서 열린 미 육군 열병식.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자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일인 14일(현지시간) 대규모 열병식이 열렸다.
같은날 미 전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노 킹스'(No Kings) 집회도 동시에 진행됐다.
이날 워싱턴DC에서는 군인 약 6700명, 차량 150대, 항공기 50대 등이 동원된 대규모 열병식이 열렸다. 육군은 250년 변천사를 보여주기 위해 시대별 군복과 무기, 장비를 동원했다.
영국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싸운 독립전쟁부터 미국 북부와 남부가 노예제 문제 등을 두고 충돌한 남북전쟁, 서부 개척 시대, 1·2차 세계 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걸프전쟁, 테러와의 전쟁을 거쳐 현재 육군이 사용하는 군사 장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2차 대전에서 활약한 셔먼 탱크에 이어 지금의 주력 전차인 에이브럼스 탱크, 스트라이커 장갑차, 브래들리 보병전투차량, 팔라딘 자주포 등 최신 장비가 지나갔다. 하늘에선 블랙호크(UH-60), 아파치(AH-64), 치누크(CH-47) 등 헬리콥터가 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퍼레이드를 지켜봤으며, 종종 일어서서 군인들의 경례에 거수경례로 답했다.
미국에서 대규모 열병식이 열린 것은 흔치 않은 일로 꼽힌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 이 정도 규모의 열병식은 1991년 이라크를 상대로 한 걸프전쟁 승전 퍼레이드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열병식을 원했지만 참모들의 반대로 무산됐고, 집권 2기 첫해인 올해 열병식을 진행했다.
이번 열병식은 비용과 정치적 문제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미 국방부는 열병식 비용을 최대 4500만달러(약 615억원)로 추산했다. 미국 NBC와 ABC 뉴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6명이 열병식에 세금을 사용하는 데 반대했다.
또 러시아와 북한 등 권위주의 국가에서 정권 선전 및 군사력 과시 수단으로 이용하는 열병식을 미국이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로스앤젤레스에서 일어난 불법 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반대를 무시하고 주방위군과 해병대를 투입한 상황에서 열병식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LA '노 킹스' 시위. 연합뉴스열병식이 거행된 이날 미 전역 2천 곳에선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노 킹스'(No Kings) 집회가 진행됐다. 주최 측은 트럼프 행정부의 권위주의적 조치에 반대한다며 집회 명칭을 이같이 정했다.
주최 측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생일을 맞아 거리에 탱크를 내세우고 TV용 권력 과시 행사를 벌이려 한다"며 "하지만 진정한 힘은 워싱턴에서 무대 위에 올려지는 것이 아니며 다른 모든 곳에서 솟아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