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톨허스트(왼쪽)가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이닝을 마친 뒤 1루수 오스틴 딘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LG프로야구 LG가 이른바 '엘동원'을 포기하면서까지 영입한 이유를 입증했다. 대체 외국인 우완 앤더스 톨허스트(26)가 2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며 '우승 청부사'의 맹위를 떨쳤다.
LG는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와 홈 경기에서 5 대 2로 이겼다. 2연승을 달리며 이날 두산과 홈 경기에서 덜미를 잡힌 2위 한화와 승차를 3경기로 벌렸다.
톨허스트는 이날 6이닝 6탈삼진 5피안타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볼넷 2개와 몸에 맞는 공 1개가 옥의 티였지만 팀의 리드를 지켜줬다.
2경기에서 벌써 2승을 수확했다. 톨허스트는 지난해 가을 야구에서 맹활약한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를 대신해 쌍둥이 군단에 합류했다. KBO 리그 데뷔전인 지난 12일 kt와 수원 원정에서 7이닝 7탈삼진 2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낸 기세를 이었다.
에르난데스는 지난해 대체 선수로 LG에서 11경기 3승 2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ERA) 4.02의 성적을 냈다. 특히 포스트 시즌에서 6경기 모두 구원 등판해 3세이브 1홀드 ERA 0.00(11이닝 7피안타 무실점 15탈삼진) 특급 투구를 펼쳤다. LG 팬들 사이에서는 전설 고(故) 최동원을 빗대 에르난데스에게 '엘동원'이라는 영예로운 별명을 지어줬다.
하지만 에르난데스는 올해 허벅지 통증으로 고전했다. 1개월 넘게 전열에서 이탈하며 14경기 4승 4패, ERA 4.23에 머물렀다.
2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LG는 결단을 내렸다. 톨허스트는 마이너 리그에서만 통산 92경기 15승 10패, 4세이브, 5홀드, ERA 4.38을 기록했다.
톨허스트의 역투 모습. LG메이저 리그(MLB) 경험이 없었지만 톨허스트는 존재감을 증명했다. 이날 톨허스트는 최고 구속 153km의 위력적인 속구와 예리하게 떨어지는 포크볼과 컷 패스트볼을 앞세워 롯데 타선을 압도했다.
위기도 있었다. 톨허스트는 2회초 전민재의 타구를 잡으려다 흘리는 실책으로 2사 만루를 자초했다. 그러나 황성빈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1사 만루에 몰린 6회초가 압권이었다. 톨허스트는 1사에서 윤동희, 유강남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박찬형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줬다. 3 대 0 불안하게 앞선 상황이라 장타 1개면 순식간에 흐름이 바뀔 수 있었다. 그러나 톨허스트는 전민재에게 몸쪽 낮게 깔리는 절묘한 포크볼로 루킹 3구 삼진을 잡아낸 뒤 노진혁을 1루 땅볼로 잡아 임무를 완수했다.
톨허스트의 호투에 타선도 화답했다. 4회 오지환의 선제 1타점 2루타, 5회 문성주의 2타점 적시타, 8회 김현수의 시즌 11호 2점 홈런이 터지면서 승기를 잡았다.
5회 쐐기 적시타를 날린 LG 문성주. LG경기 후 톨허스트는 "오늘 경기는 타자들을 공격적으로 압도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면서 "오늘 완벽히 제구가 되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최선의 피칭을 하려고 노력했고, 팀이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내려온 것 같아서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내 뒤의 수비들을 믿고 경기한 것이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특히 포수 박동원의 사인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공을 돌렸다.
톨허스트는 2회초 실책에 대해서는 "경기 초반의 실수는 마음이 좀 급했던 것 같다"면서 "기다려야 했는데 무리하게 잡으려 다가간 것이 실수였다"고 멋쩍게 웃었다. 이어 "다음 타자에게는 의식하지 않으려 했고, 경기를 잘 이어나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2만3750명 만원 관중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톨허스트는 "팬 분들이 보내주신 응원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에너지를 받았다"면서 "특히 첫 선발 경기인 원정을 떠나기 전부터 팬 분들의 뜨거운 응원에 큰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도 그런 응원에 힘입어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었다"면서 "모든 경기에 더 열심히 투구하도록 하겠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