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구자욱이 27일 두산과 원정에서 4회초 만루 홈런을 날린 뒤 앞서 홈으로 들어온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삼성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삼성-두산의 시즌 14차전이 열린 27일 서울 잠실구장. 경기 전 삼성 박진만 감독은 최근 상승세에 대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삼성은 전날 두산을 6 대 2로 누르고 4연승을 달렸다. 순위는 7위지만 59승 59패 2무, 5할 승률에 복귀하며 가을 야구 마지노선인 5위 NC(55승 54패 6무)에 0.5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3위 SSG(59승 55패 4무)도 가시권에 들었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5연패만 2번 당했던 상황과는 완전히 다르다. 삼성은 지난 15일 롯데와 원정부터 8승 1무 1패의 기세를 올리고 있다.
박 감독은 연패와 연승 등 들쭉날쭉한 행보에 대해 "주축 선수들이 젊다 보니 상승세를 타면 걷잡을 수 없다"면서 "그러나 연패에 빠지면 경험이 적다 보니 또 걷잡을 수 없다"고 짚었다. 이어 최근 상승세에는 "투타 밸런스가 잘 맞은 덕분에 좋은 흐름을 탔다"면서 "최근 우리의 장점인 타격 페이스가 많이 올라왔고, 선발진도 제몫을 다 해주는데 불펜에서는 김재윤, 이승민이 활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간판 타자 구자욱이 100% 컨디션이 아님에도 사자 군단을 이끌고 있다. 구자욱은 최근 10경기 타율 4할3푼2리 1홈런 6타점 13득점을 기록 중이다.
다리 상태가 완전치 않은데도 방망이는 뜨겁다. 구자욱은 최근 3경기 연속이자 8월 22경기 중 13경기 지명 타자로 나섰다. 박 감독은 "구자욱도 수비를 나가고 싶어 하는데 지금은 다리 쪽이 불편해 어쩔 수 없이 지명 타자를 맡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날도 구자욱은 존재감을 확실하게 뽐냈다. 선제 결승 1점 홈런을 포함해 그랜드 슬램까지 터뜨리며 사자 군단의 포효를 이끌었다.
삼성 구자욱이 27일 두산과 원정에서 1회초 선제 1점 홈런을 날리고 있다. 삼성 3번 지명 타자로 나온 구자욱은 1회초 2사에서 팀에 선취점을 안겼다. 두산 우완 선발 윤태호와 풀 카운트 끝에 6구째 시속 139km 몸쪽 슬라이더를 통타,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시속 172.7km로 총알처럼 날아간 타구는 비거리 110m로 측정됐다.
이를 신호탄으로 삼성 타선은 활발하게 터졌다. 3회 박승규의 2타점 2루타에 이어 구자욱이 희생타로 1점을 더 보태며 4 대 0으로 달아났다.
구자욱은 4회 완전히 승부를 갈랐다. 김영웅의 1타점 2루타 등으로 6 대 0으로 앞선 2사 만루. 구자욱은 바뀐 우완 제환유의 4구째 시속 146km 몸쪽 속구를 잡아당겼다. 타구 속도는 164.4km로 앞선 시즌 15호 홈런에 못 미쳤지만 20m나 더 길게 우중간 관중석 상단에 꽂혔다.
시즌 16호 홈런이자 개인 통산 3번째 만루 홈런이었다. 여름 밤하늘을 가른 구자욱의 시원한 한 방에 사실상 승패가 결정됐다. 후속 4번 타자 르윈 디아즈까지 시즌 42호 1점 아치를 그리며 쐐기를 박았다. 디아즈는 홈런 단독 1위를 질주했다.
삼성은 3번의 타석에서 6타점을 쓸어 담은 구자욱의 맹타에 힘입어 14 대 2로 크게 이겨 5연승을 질주했다. 든든한 타선 지원을 받은 선발 헤르손 가라비토는 5이닝 8탈삼진 2피안타 2사사구 1실점 호투로 시즌 4승째(3패)를 거뒀다.
아파도 뺄 수 없는 선수, 구자욱의 원맨쇼로 삼성은 가을 야구를 향한 기치를 더욱 높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