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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국은 총력태세인데…2% 아쉬운 K방산 지원[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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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폴란드 국제방산전시회서도 한국 방산의 힘 확인
유럽 견제 속 폴란드 잠수함 사업 경쟁 치열…정부 역할 더 중요
경쟁국 佛·獨은 정부가 앞장…업계 "방산은 정부 지원이 절대적"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제공한국방위산업진흥회 제공
지난 2~5일 폴란드 남부 키엘체에서 열린 동유럽 최대 규모의 국제방산전시회(MSPO)는 K-방산의 위상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폴란드 최대 국영 방산그룹인 PGZ가 차지한 1번 전시장에는 27개에 이르는 한국 기업들이 대거 부스를 차려 그 자체로 상징적 의미가 컸다. 1번 전시장 바로 앞에는 현대로템의 K2 흑표 전차가 독일 레오파드, 미국 에이브럼스 전차와 어깨를 나란히 도열해 관람객들의 사진 촬영 명소가 됐다.
 
그렇다보니 K2는 확연히 낮은 차체의 특징이 더욱 두드러졌다. 무기를 잘 모르는 일반인이 보기에도 피탄 면적이 작아 생존성이 높은 장점이 자연스럽게 홍보됐다.
 
전시장 안쪽에선 폴란드 오르카(Orka) 사업을 겨냥한 한화오션의 3천톤급 잠수함 '장보고-Ⅲ 배치-II'와 KAI의 폴란드 수출품 FA-50 모형 등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가히 육해공, 우주까지 망라한 K-방산의 미래 비전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일 다연장로켓 '천무' 생산을 위한 현지 합작법인(JV) 설립 계약식을 체결한 것도 큰 주목을 받았다. 폴란드 최대 민간 방산기업인 WB그룹과 맺은 계약식에는 다수 언론이 몰려 취재 경쟁을 벌였고 현지 TV방송이 생중계를 할 정도로 열기를 띠었다.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올해 최고의 이벤트"라고 했다.
 
이런 현장 분위기를 반영하듯 우리 측 관계자들은 긍지와 자신감에 차있었다. K-방산이 약진하다보니 시장 블록화(유럽산 우선주의)라는 태클도 받고 있지만 기회 요소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제공한국방위산업진흥회 제공
다만 이런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은 더욱 긴요하다. 방산업계는 오랜 무관심 속에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묵묵히 실력을 갈고 닦아 오늘의 위치에 이르렀다.
 
정부가 할 일은 그 성과 위에 올라타는 게 아니라, 앞으로는 더욱 거세질 싸움판에서 듬직한 지원군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만약 오르카 사업을 한국 기업이 따낸다면 K-방산은 까다로운 유럽시장에서 지상무기를 넘어 잠수함이라는 첨단 분야로 업그레이드 하는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잠수함의 본고장 독일과 맞닿은 폴란드의 발트해 항구에서 독일제가 모태가 된 K-잠수함이 출항하는 꿈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치열한 방산 경쟁을 의미한다.
 
실제로 오르카 사업의 유력 경쟁국인 프랑스는 자국 기업 '나발 그룹'(옛 DCNS)을 위해 이미 10여년 전부터 폴란드에 정부 대 정부(G2G)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알려진 것만 해도 2013년 11월 양국 국방협력 프로그램에 서명했고 2018년 12월에는 잠대지 순항미사일의 자율적 사용권을 보장하는 전략협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제공한국방위산업진흥회 제공
올해 들어서는 5월에 G2G 프레임을 격상하는 '낭시 조약'에 서명함으로써 소형 모듈형 원자로 공동개발 추진 등에 합의했고, 7월에는 지상발사 순항미사일 의향서(LOI)에도 서명했다.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 최종 후보로 우리 기업과 경합하는 독일(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도 마찬가지다. 독일은 2024년 7월 캐나다, 노르웨이와 3국 정상 간 해양안보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정부 차원의 방산 협력 틀을 선점했다.
 
지난달 캐나다 총리가 독일을 방문했을 때는 리튬 등 캐나다산 핵심 광물 구매계약을 체결했고 6월에는 캐나다-유럽연합 간 방산조달협정 등을 맺었다. 캐나다 주재 독일대사는 올해 초 현지언론 인터뷰를 잇달아 갖고 잠수함 조기 인도 가능성과 무역확대 노력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납기 단축 같은 K-방산의 장점까지 차용하는 모양새다.
 
반면 우리 정부가 이 같은 비상한 상황 인식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적어도 폴란드 방산전시회 사례를 보면 그런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일례로 한화의 현지 합작법인 설립 계약식에 폴란드는 국방장관(부총리)이 참석했지만 우리는 직급이 몇 단계 낮은 국방부 실장을 보냈다. 지리적 인접성을 감안하더라도 유럽 각국은 군 고위 인사들로 성황을 이룬 것과 대조적이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산 수출은 결국 G2G로서 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이라며 "예전보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경쟁국에 비해 여전히 아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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