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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미국 인권사에 획을 긋는 판결을 내린다.

공립학교의 인종 분리 정책은 위헌이라는 판결이다.

버스와 화장실도 피부색에 따라 달리 써야 했던 당시 미국 상황에서는 획기적 판결이었다.

3년 뒤인 1957년  미국 남부 아칸소 주 리틀록 센트럴 고등학교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인종 통합 교육 시도에 나섰다.

심사를 거쳐 흑인 학생 9명에게 처음으로 입학을 허용했다.

하지만 흑인 학생들은 등교 첫날부터 학교에 들어갈 수 없었다.

아칸소 주지사가 치안 유지를 명분으로 동원한 주 방위군에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주 방위군과 지역 경찰의 등교 방해에 더해 백인 인종주의자들의 시위와 살해 위협은 20여일간 지속됐다.

아칸소 주의 인종주의적 조치가 남부 전역으로 확산돼 제2의 남북전쟁이 될 것을 우려한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결국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주지사로부터 주 방위군 지휘권을 빼앗아 대통령이 부대를 지휘하도록 했다.

여기에 정예 정규부대인 101공수사단 병력까지 보내 흑인 학생의 등교를 지원했으니, 이 사건이 미국 인권 운동을 열어젖힌 '리틀록 사건'이다.

아이젠하워가 주 방위군을 대통령 통제 하에 둘 수 있었던 법적 근거는 연방 내란법의 '시민권리 보호' 조항이다.

주 정부가 시민의 보편적 권리를 침해할 경우 주지사 동의없이 대통령이 주 방위군을 동원 또는 철수 등 지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조항이다.

1960년대 초반 미시시피 주와 앨러배마 주에서 흑인 학생들의 대학교 입학 방해 행위가 이어지자 당시 케네디 대통령도 이 조항을 근거로 주지사 동의없이 주 방위군을 통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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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 방위군 투입이 문제가 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L.A시와 오리건주 포틀랜드 시, 일리노이 주 시카고 시, 그리고 수도 워싱턴 D.C 등 주요 도시에 무차별적으로 군대를 투입하고 있다.

좌익 테러 집단의 내란 행위로 법 빕행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연방법원은 트럼프의 이런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군 배치를 금지하는 결정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

일리노이 주 연방지방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하는 내란이나 반란의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군 투입 조치는 일리노이 주 선출직 공무원들에 대한 적대감에서 비롯된만큼 군대를 배치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오리건 주 연방지법 역시 '오리건 주 방위군 뿐 아니라 어느 주의 군대도 투입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즉 트럼프의 군대 투입은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된 잘못된 조치라는게 연방법원의 일치된 판단이다.

실제로 트럼프의 군대 투입은 민주당 소속 주지사나 시장이 있는 곳에 집중되고 있다.

미국 안팎에서는 현재 미국 상황을 계엄이나 준전시 상태로 표현한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한국이 본보기로 삼아왔던 '지유와 기회, 민주주의의 나라' 미국의 모습을 요즘에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트럼프 때문일까?

물론 직접적으로는 트럼프 때문이다.

그럼 트럼프가 대통령에서 물러나면 과거의 미국으로 회복될 것인가?

그럴 것이라고 확언하기 힘들다.

미국 유권자들이 보수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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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미 NBC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내 등록 유권자 가운데 36%가 자신을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으로 구분했고,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무려 71%에 달했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정권이 교체돼도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상당 부분 이어질 것으로 예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마가 정책으로 인한 피해의 상당 부분은 동맹국에게 돌아갈 것이다.
미국 일변도의 정책을 펴온 한국은 피해 목록의 윗단에 속할 것이다.

협상 하나 하나에 몰두하기 보다는 '트럼프 이후'도 내다보는 큰틀의 정책을 짜야 할 때다.

아울러 과거의 미국은 다시 오기 힘들 것이라는 냉철한 현실 인식도 해보기를 광화문 성조기 부대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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