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하는 무라야마 전 총리. 연합뉴스역대 일본 총리들 가운데 최초로 자국의 과거 식민지 지배를 공식 인정하고 사죄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가 17일 별세했다. 향년 101세.
NHK와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날 오전, 규슈 오이타현 오이타시의 한 병원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1995년 총리 재임 중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 행위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를 표명한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침략'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과거사 인식에서 한걸음 진전된 입장을 내놨다는 평가를 받았다.
1924년 오이타현에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젊은 시절 공무원 노조 활동을 거쳐 지방의회 의원을 지냈고, 1972년 중의원 선거에서 사회당 후보로 처음 당선됐다. 이후 사회당 대표로 성장한 그는 1994년 자민당·사회당·신당 사키가케의 연립 정권 출범과 함께 제81대 총리에 올랐다. 사회당 출신으로는 두 번째 총리였다.
총리 재임 기간 그는 미·일 안보체제 유지를 선언하며 사회당의 노선을 일부 수정했고, 전후 50년을 맞은 1995년 8월 '무라야마 담화'를 통해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책임과 사죄를 공식화했다. 약 1년 6개월 후 총리직에서 물러난 그는 이후 사회당(현 사민당) 위원장으로 복귀했고, 1999년에는 초당파 대표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2000년 정계를 은퇴한 뒤에는 지역 사회에서 조용히 생활하며 주 3회 요양시설(데이케어)에 다니는 등 소탈한 일상을 보냈다. 지난해 100세 생일을 맞아 공개한 메시지에서는 "일본이 평화로운 나라로 남기를 바란다"며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가족과 함께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