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8시 17분쯤 전남 신안군 장산도 남방 족도에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좌초돼 해경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전남 해상에서 18일밤 대형유람선이 암초에 좌초된 사고는 온 국민들로 하여금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방송으로 전달된 사고장면은 세월호 참사의 아픈 기억을 소환해낼 정도로 우려스러운 장면이었다.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난 뒤 파악된 사고원인에 많은 국민들이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악천후도 아니고 해상의 파도가 높았던 것도 아닌 상황에서 어떻게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을까? 어처구니없게도 운항을 책임진 1등 항해사와 조타수가 운항은 뒷전인 채 딴전을 피우고 있었던 사실이 해양경찰조사에서 밝혀졌다.
사고해역은 다도해로 수면 아래에 잠긴 암초가 많아 운항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항로다. 모든 주의를 기울여 항해에 집중해도 시원치 않을텐데, 경력 10년이 넘은 베테랑 항해사인 이들은 사고위험이 상존하는 길에서 서 딴전을 피우느라 전방주시를 게을리하고 있었다.
해경은 현장을 확인하고 관계자를 불러 조사한 결과 "(퀸제누비아 2호) 조타실에서 자동조타장치를 이용해 항해를 하던 중 한 눈을 팔다가 정신을 차렸을 땐 섬이 바로 앞으로 다가와 미처 손쓸 틈도 없이 좌초가 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20일 오전 전남 목포시 삼학부두에 정박된 2만6천t급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 선수가 구겨지듯 망가져 있다. 연합뉴스거대한 배가 시속 50km안팎의 속도로 달리고 있었으니 정신을 차렸을 땐 변침의 타이밍을 놓친뒤라 손쓸 방법이 없어 그대로 충돌할 수 밖에 없었다는 말과 같다. 안전운항의 직접 책임이 있는 두 사람은 자동항법장치에 선박을 맡겨둔 채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고 한다.
배의 속도 때문에 일부 승객들이 그 충격으로 가벼운 부상을 당했지만 희생된 사람은 없었다는 건 그나마 다행중의 다행이다.
우리는 사소한 실수와 무책임한 대응이 대형참사로 이어져 무고한 국민들이 희생된 사례를 수도없이 보아왔다. 하지만 무고한 생명이 목숨을 잃는 일은 여전히 되풀이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세월호참사의 아픈 기억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 이태원참사가 발생해 수많은 엄마아빠와 아들딸이 안타까운 희생을 당했고 최근에는 부주의한 공사가 화력발전소 참사로 이어졌다.
19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해양경찰서 전용 부두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 탑승객들이 구조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관리를 하고 단속을 해도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사고든 과실.책임소재 조사는 더욱 철저를 기해야 한다. 그래도 각성과 주의로 이어질까 말까한 것이 우리 주변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는 운항책임자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안전관리 책임소재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
경찰이 수사결과를 토대로 엄정조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여객선을 운항하는 선사(船社)의 관리책임은 없었는 지, 해상교통관제센터가 역할을 소홀히하지는 않았는 지 사고에 이른 모든 인과관계를 낱낱이 조사해 책임에 대해서는 합당한 조치를 하는게 마땅하다.
잘못에는 처벌이 따른다는 평범한 진리가 설 때 대형참사는 사라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