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방조 등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혐의를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특검팀이 내란 우두머리 방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위증 등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에 대한 선고를 내년 1월 21일에 하겠다고 고지했다.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내란 혐의로 기소된 국무위원 중 가장 먼저 사법적 판단을 받게 된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관련 내란 재판 흐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검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로, 국가와 국민 전체가 피해자"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내란특검팀은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위증 등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특검팀은 "피고인은 국무총리로, 대통령 제1보좌기관이자 행정부 2인자이며, 국무회의 부의장으로서 대통령의 잘못된 권한 행사를 견제하고 통제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이 사건 내란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사람임에도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의무를 저버리고 계엄 선포 전후 일련의 행위를 통해 내란 범행에 가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와 국민에 대한 피해가 막대하고, 사후 부서를 통해 절차적 하자를 치유해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시도한 점, 허위공문서 작성 등 사법 방해 성격의 범죄를 추가로 저지른 점, 진술을 번복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개전의 정이 없는 점이 양형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특검팀은 12·3 비상계엄 조치에 대해 "과거 45년 전 내란보다 더 막대하게 국격이 손상됐고, 국민에게 커다란 상실감을 줬다는 점에서 그 피해는 이로 헤아릴 수 없고, 가늠하기도 어렵다"며 "본 사건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로, 국가와 국민 전체가 피해자"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12·12 군사반란 및 5·18 민주화운동 관련 재판에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은 주영복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판결을 언급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당시 법원은 주 전 장관에 대해 '다른 사람의 힘에 밀려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변명하는 것은 '하료'(하급 관리)의 일이고, 지위가 높고 책임이 막중하면 변명이 용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며 "마찬가지로 '국정 2인자'인 피고인의 납득할 수 없는 거짓변명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을 엄히 처벌해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않고 방조한 혐의로 지난 8월 기소됐다. 그는 사후 계엄 선포문에 윤석열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각각 서명한 뒤 이를 폐기한 혐의와, 지난 2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받는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방조 등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한덕수 "국민 혼란에 깊이 죄송"…내년 1월 21일 선고
한 전 총리는 최후진술에서 "비록 비상계엄을 막지 못했지만, 찬성하거나 도우려 한 일은 결단코 없다"며 "이것이 오늘 역사적인 법정에서 제가 드릴 가장 정직한 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년 12월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이 겪은 고통과 혼란을 가슴 깊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제게 많은 기회를 줬고, 전력을 다하는 게 그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길 끝에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만나리라고는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그날 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하겠다고 하는 순간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 땅이 무너지는 것처럼 그 순간 기억은 맥락도 없고 분명하지 않다"고 했다.
아울러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고 했지만, 막을 도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국무위원들과 다 함께 대통령의 결정을 돌리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라고도 했다.
특검팀은 이번 구형과 관련해 "과거의 내란 관련 선고형과 달라진 시대 상황 등을 충분히 고려해 구형량을 정했다"며 "향후 이뤄지는 모든 재판 구형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한 전 총리는 내란 사태가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었던 '키맨'이었다"며 "결국 내란이 발생하면서 국민 전체가 피해를 봤고, 대한민국의 국제적인 위상도 현격히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서 한 전 총리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이후에는 무리한 수사라는 평가도 없지 않았다"면서도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민이 보고 사건을 판단해 주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에 대한 선고를 내년 1월 21일에 하겠다고 고지했다.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내란 혐의로 기소된 국무위원 중 가장 먼저 사법적 판단을 받게 된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관련 내란 재판 흐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