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12·3 비상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을 받는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12·3 비상계엄에 대한 국회의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해 법원이 내란특검의 구속영장청구를 기각했다. 특히 기각 사유로 혐의와 법리가 부족하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수사기간 종료까지 열흘을 남긴 내란특검이 무거운 숙제를 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새벽 내란특검이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전날 9시간에 걸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이후 약 5시간이 지나 나온 결론이다.
이 부장판사는 "본건 혐의와 법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면밀하고 충실한 법정 공방을 거친 뒤 그에 합당한 판단 및 처벌을 하도록 함이 타당하다"며 "이를 위해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며 방어권을 행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의자 주거, 경력, 수사진행경과 및 출석상황, 관련 증거들의 수집 정도 등을 볼 때 피의자에게 도망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는 추 전 원내대표에게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가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의원들이 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이던 때, 의원총회를 핑계로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결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추 전 원내대표는 비상계엄 선포 후 비상의원총회를 소집하면서 장소를 국회→당사→국회→당사로 변경했다. 혼란한 상황 속 다수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사에 모이는 바람에 계엄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못했다. 당시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은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90명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가결됐다.
박지영 특검보는 전날 영장심사 전 브리핑에서 "추 의원은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국회가 군에 짓밟히는 상황에서 여당 원내대표로서 해야 할 역할을 하지 않았다"며 "그 자체로 범죄의 중대성이 부각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추 전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수사 과정에서 상당부분 협조하지 않은 점 등을 토대로 증거인멸 우려도 영장심사에서 강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법원이 혐의 사실관계와 법리 모두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남은 관련 수사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존에도 특검은 국회 계엄해제 표결 방해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여러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조사 필요성을 호소했지만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이미 세 차례 수사기간을 연장한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오는 14일 종료를 앞두고 있어 수사기간은 열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추 전 원내대표를 불구속 상태로 기소하기 위해서라도 보강수사가 필요하지만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구속영장 기각으로 국민의힘의 조사 거부 기류는 더 강해질 수 있다.
향후 재판과정에서 공소유지에 어려움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구속심사는 유무죄를 따지는 본안 재판은 아니지만, 법원은 최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두 차례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추 전 원내대표 사안에서도 내란특검이 아닌 피의자 측 주장이 설득력 있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내란특검은 이날 구속영장 기각 후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결정은 존중한다. 다만 수긍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특검은 "무장한 군인들에 의해 국회가 짓밟히고, 이에 저항하는 시민들이 무장한 군인과 대치하는 상황을 직접 목도하고도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정무수석, 국무총리, 대통령과 순차 통화한 후 대치 중인 시민의 안전과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신속히 공소를 제기해 법정에서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교롭게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은 당일 추 전 원내대표가 구속을 면하게 되면서, 법원에 대해 여권은 공세 수위를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추진 중인 내란 전담재판부와 대법관 증원, 법왜곡죄, 법원행정처 폐지 등 사법개혁 패키지 법안 처리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