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남구청사 전경. 광주 남구 제공광주 남구가 구청장 집무실에서 휴대전화와 휴대용 녹음기의 녹음을 차단하는 고성능 시스템을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돼 '과잉 보안'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의 다른 자치구들이 유사 장비를 설치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 운용하는 것과 대조를 이루며 남구의 조치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 남구, 청장 집무실에 불법 도청 무력화하는 장비 설치·운영
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남구는 지난 2021년 4월 57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무선 도청 탐지 시스템'을 구매해 청사 1층 구청장 집무실에 설치했다.
해당 장비는 불법 도청 신호가 감지되면 즉시 경보를 울리는 방식으로 작동되고 있다.
남구는 해당 시스템이 국가 정보보안 기본지침과 광주시 정보통신 보안업무 규정에 따른 조처라고 설명했다. 기관장실 등 중요 공간에서 도청을 예방·탐지하기 위한 기술적 보안 대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남구의 '무선 도청 탐지시스템'은 탐지 수준을 넘어 녹취 자체를 방해하는 기능까지 포함돼 있다.
남구 관계자는 "주파수를 활용한 무선 도청이 감지되면 알림이 울리고, 휴대용 녹음기나 휴대전화로 녹음을 시도하면 장비가 교란 주파수를 송출해 추후 재생 시 음성 내용이 식별되지 않게 된다"고 밝혔다.
광주 나머지 자치구 청장 집무실, 녹음 방지 장치 거의 설치하지 않아
문제는 다른 자치구와 비교할 때 남구의 보안 조치가 이례적이라는 점이다.
서구와 동구는 구청장실에 탐지기 자체를 설치하지 않았다, 광산구는 특정 주파수용으로만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북구는 장비를 보유하고 있으나 소음과 주파수 간섭 문제로 사실상 상시 운용하지 않는 실정이다.
게다가 도입 이후 실제로 적발된 불법 도청 사례는 없다. 이에 따라 과도한 보안 조치가 기록과 공개 원칙을 훼손해 행정 투명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집무실에 CCTV를 설치해 행정 투명성을 강조했던 사례와 비교하며 김병내 남구청장의 조치는 정반대의 행보라고 꼬집는다.
광주 한 자치구 관계자는 "집무실 안에는 녹음을 막는 장치가 설치돼 있고, 바깥에는 감지 사실을 알리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면서 "청장이 보안 관련 부분에 워낙 민감하게 생각하다 보니 나온 조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청장이 공무원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고, 내부에서 항상 여러 일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렇게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는 공공기관의 보안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녹취를 원천 봉쇄하는 것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시민단체, 청장 집무실서 녹음해서는 안 될 일을 안 해야 맞아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집무실에서 하는 대화 내용은 사실 공개 대상이라고 보는 게 바람직하다"며 "오히려 기록해야 할 문제이지, 불필요한 예산을 들여 녹취를 막을 게 아니라 녹취해서는 안 될 일을 안 해야 맞다"고 지적했다.
김병내 청장, 도청 방지 장치 설치한 지 오래…일일이 설명 불가
이에 김병내 남구청장은 "해당 녹음 방지 장치를 몇 년 전에 불법 도청 방지 장치를 설치하면서 함께 설치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오래된 일에 대해 일일이 설명할 순 없고 정확히 모르는 사안"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