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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는 잘했는데 트럼프 때문에"…이창용, 고환율 상태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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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

"환율 안정 상태서 후임에 넘기고 싶었다"
"청년들 쿨해서 해외주식"·블룸버그 인터뷰 논란 재차 해명
文·尹·李 세 정부 경험한 총재
'시끄러운 한은' 논란 속 '싱크탱크' 역할 강화 평가
"신현송 애국심, 가진 자산보다 더 클 것으로 믿어"

연합뉴스·류영주 기자연합뉴스·류영주 기자

"기준금리 결정은 잘해왔다고 생각한다. 환율은 안정된 상태에서 후임자에게 넘기면 잘 마무리했다는 생각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도와주질 않았다. 발걸음은 무겁지 않다"
 
오는 20일 퇴임을 앞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마친 뒤 기자 간담회에서 재임 중 통화정책에 대해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이날 금통위는 위원 7인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 2.50%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금통위는 회의 결정문에서 올해 성장률이 지난 2월 발표한 전망치 2.0%를 하회하고, 소비자물가는 당초 전망치인 2.2%보다 높은 2%대 중후반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금통위는 앞서 지난 2024년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낮추면서 통화정책의 키를 완화 쪽으로 틀었지만, 일각에서는 앞서 8월쯤 금리를 선제적으로 내렸어야 한다는 '실기론'을 제기했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당시)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과 금융 불균형 확대를 부추길 우려가 컸기 때문에 동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수차례 반박했다.
 
지난해 4분기 원·달러 환율이 1.500원 근처까지 치솟자 한은이 금리를 오랜 기간 동결해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한은은 환율 상승의 주범으로 내국인의 해외주식투자 수요 등 외환시장의 수급 요인을 지목했다.

이 과정에서 이 총재는 "환율이 1500원을 넘는다면 제 생각엔 단지 해외 주식 투자가 많아져서다. 젊은 분들이 해외 주식 투자를 많이 해서 왜 하냐고 물어보니 '쿨하잖아요'라고 하더라. 아무래도 이런 것들이 유행처럼 막 커지는 면에서는 걱정이 되고 위험 관리가 과연 되고 있는지가 걱정이 된다"고 했다가 환율 상승의 책임을 청년 '서학개미'에게 떠넘긴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 총재는 이 발언을 재임 중 후회되는 '말실수'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다만 "작년 11월, 12월 해외 투자 유출이 많았다. 지금 (환율 분석을) 하라고 해도 그 얘기를 했을 것 같다"며 사실관계가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대학생이 '쿨하잖아요'라고 답했는데, 내가 한 말처럼 보도됐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11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 후 국채금리가 급등한 것에 대해서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후회되는 말실수로 떠올렸다. 이 총재는 당시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의 규모와 시기, 심지어 방향 전환 여부까지 새로운 데이터(경제·금융 지표)에 달려있다"고 했다가 일각에서 이를 '금리 인상 가능성 시사'로 받아들이면서 금리·환율 시장이 출렁였다.
 
신현송 차기 총재 후보자의 외화자산 비중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신 교수의 애국심이 (그가) 가진 자산보다 클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서 "국민 정서에는 어긋날지 모르지만 해외 인재를 모셔 오는데 외화자산이 있다고 해서 여러 우려를 하는 것은 너무 크게 고려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총재는 '고환율, 고물가, 저성장을 다 해결하지 못해 떠나는 발걸음이 무겁지 않나'라는 질문에는 "발걸음이 무겁지 않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기대도 많고 발걸음도 아주 가볍다"며 "다만 환율이 안정된 상태에서 후임자에게 넘기면 일을 잘 마무리했다고 생각했을 텐데, 그렇게 가나 했는데 갑자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격으로) 안 도와줬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돼 윤석열 정부를 거쳐 이재명 정부에서 임기를 마치는 독특한 경험을 한 총재이기도 하다. 2022년 4월 이 총재 취임 후 금통위는 5월부터 6회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고물가와 가계부채 증가에 적극 대응했다. 이후 2023년 1월부터 1년 10개월간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하며 2008년 기준금리 체계 도입 이후 최장 동결 기록을 세웠다.지난해 5월 이후 이날 금통위까지도 동결 기조는 유지됐다.
 
지난 2월 이 총재는 임기 종료를 두 달 앞두고 금통위원들이 6개월내 금리전망을 점 3개씩으로 각각 표시하는 'K 점도표'를 도입하는 등 시장과의 소통을 이어갔다. 직설 화법에 적극적인 소통 방식으로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했지만 '시끄러운 한은'을 표방하며 사회구조 개혁 의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해 '싱크탱크'로서의 한은의 역할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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