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치바람 제공중앙정부와 국제사회의 에너지전환 기조에도, 6·3 지방선거 광역·기초단체장 후보의 관련 공약 발표는 전체 입후보자의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시민사회단체가 지적했다. 그마저도 도농간 격차가 뚜렷하며, 광역시에선 오히려 전력을 많이 쓰는 개발 공약을 경쟁적으로 발표하는 데 열을 올렸다고 질타했다.
기후정치바람(녹색전환연구소·로컬에너지랩·더가능연구소 등이 속한 연대체)을 비롯한 시민사회는 29일 서울 종로구 관광플라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지방선거 광역·기초단체장 후보에 출마한 622명(5월 29일 오전 6시 기준)의 기후공약 전수조사 결과를 분석·발표했다.
분석에 따르면, 에너지전환 관련 기후공약을 낸 후보는 254명으로 전체의 40.7%에 그쳤다. 이 중 215명은 도(道) 단위 후보들로, 대부분 '햇빛소득'이나 '바람소득'을 내세웠다. 반면, 광역시에서 에너지전환 공약을 낸 후보는 39명에 불과했다.
특히 전력소비가 집중된 대도시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가정용 태양광 지원 등 도시형 에너지전환 모델 자체가 공약에서 보이지 않았다고 단체는 질타했다. 예컨대 경기도 31개 시군 후보 중 아파트 등 가정용 태양광 보급 지원 확대를 직접 언급한 후보는 1명(경기 김포시)에 불과했다.
광역자치단체장 후보 상당수는 오히려 데이터센터·인공지능(AI) 산업 확대 등 전력 다소비 공약 발표에 열을 올렸다. 16개 광역단체장에 도전한 54명의 후보 중 약 70%(38명)이 AI나 데이터센터 관련 설비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면서도, 이를 위한 전력·용수 조달 방안 제시엔 소극적이었다. AI와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양의 전력과 냉각수를 필요로 한다.
단체는 "이재명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목표를 내걸고, 전국 3만 8000여 마을을 대상으로 매년 500곳 이상의 햇빛소득마을을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고, 도시 내 재생에너지 보급 확산을 위해 가정용 태양광 보급에 300억 원 가까운 추경을 편성했다"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지자체의 적극적 행정이 맞물려야 하지만 실행할 지자체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10대 분야 정책 유형별 기후공약을 채택한 광역·기초단체장 후보 수를 표시한 이미지. 기후정치바람 제공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수송 분야 기후공약을 낸 후보는 379명(60.7%)으로 가장 많지만, 구체적으로 전기버스 확대 및 차 없는 거리 조성 등 실질적 감축 수단을 명시한 후보는 전국에서 13명에 불과했다. 건물 부문에서 기후공약을 낸 후보는 624명 중 45명(7.2%)에 그쳤는데, 이 중에서도 그린리모델링을 언급한 후보는 7명에 불과했다.
반면, 경기남부국제공항 추진,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재개, 자동차 이용 수요를 부추기는 주차장 확충 공약은 대표적은 반(反)기후공약으로 지목됐다. 파크골프장 건설·확충 공약도 전국 173개 지역 253명의 후보가 내놓았다.
탄소중립기본법은 지자체가 자체적인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녹색전환연구소가 지난 2월 발표한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탄소중립기본계획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기초지자체의 2030년 평균감축목표(총배출량 기준)는 25.3%에 불과했다. 국가 감축목표 40%를 동일 기준으로 환산한 추정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40% 이상 목표를 세운 곳은 전국 226개 중 23곳(8%)에 그쳤다.
단체는 "이번 지방선거 공약 분석은 이 문제가 더 깊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탄소중립 로드맵이나 감축목표를 공약으로 제시한 후보는 624명 중 21명(3.4%)에 불과했고, 기후예산제를 언급한 이는 기초단체장 후보 1명(경기 용인시 현근택 후보)뿐이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부실한 계획을 바로잡을 의지를 가진 후보가 선출되지 않는다면, 2030년 감축 목표는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번 분석은 지난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광역 및 기초단체장 후보 624명의 선거공보물을 전수 조사한 결과라고 단체는 설명했다. 이 작업을 위해 전국 지역에너지기후행동파트너십 도약, 대전에너지전환네트워크, 충남에너지협동조합, 충남환경운동연합,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등15곳이 참여했다고 전했다.
오용석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기후대응을 말하면서 정작 온실가스를 늘리는 공약을 나란히 제시하는 후보들이 적지 않았다"며 "유권자들이 후보의 기후공약을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예컨대 더불어민주당 박종원 전남 담양군수 후보는 햇빛소득마을과 보행친화거리를 공약하면서 동시에 그린벨트 해제와 도시가스 확충 및 파크골프장 조성을 함께 내걸었는데, 재생에너지 소득을 기후대응과 등치하고는 정작 온실가스를 늘리는 공약을 나란히 제시한 셈이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