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연합뉴스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마무리되자마자 여야의 시선은 곧바로 당권 재편으로 옮겨붙고 있다. 같은 선거 결과를 놓고 여야 모두 지도부 책임론에 직면하는 역설적 장면이 펼쳐지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방권력 탈환이라는 성과를 앞세운 정청래 대표의 연임론이 힘을 받는 동시에, 서울시장 선거와 일부 재보선 패배에 따른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민의힘 역시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평가 속에서 장동혁 지도부에 대한 거취 압박 또한 분출하고 있다. 여기에 한동훈 전 대표 복당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내홍 조짐도 커지는 분위기다.
선거는 끝났지만 여야 내부의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민주당은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계파간 주도권 경쟁으로, 국민의힘은 지도부 거취와 한 전 대표 복당을 둘러싼 보수 재건 노선 경쟁으로 각각 당권 재편의 소용돌이에 들어설 전망이다.
'반쪽 승리' 민주, 승리 영광·실점 책임 누구에게?
민주당은 '지선 승리'의 흐름 속에서 곧바로 전당대회 국면에 진입하게 됐다. 16개 광역단체장 선거 중 12곳에서 승리했고, 특히 텃밭 전북에서 무소속 김관영 후보를 꺾고 이원택 후보가 당선되면서 정 대표는 치명상을 피했다.
정 대표는 "전국적으로 민주당에 큰 승리를 안겨주신 국민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번 선거를 '승리'로 규정했다. 당내에서도 "아쉬움이 있다고 승리가 아닌 것은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정 대표가 지선 승리를 발판 삼아 연임 도전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승리의 뒷맛이 마냥 개운한 것은 아니다.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했고, 경기 평택을·부산 북갑·충남 공주부여청양 등 국회의원 재보선 주요 지역에서도 국민의힘에 자리를 내줬다. 재보선 지역 중 울산 남갑을 제외하고 12곳이 민주당 지역이었던 만큼, 불과 9곳 수성에 그친 성적표는 정 대표를 향한 책임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율, 코스피 상승세, 국민의힘 내홍 등 민주당에 유리한 외부 환경 속에서도 핵심 격전지를 놓쳤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이길 선거를 충분히 이기지 못했다'는 평가가 당권 경쟁 국면에서 정 대표의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6·3지방선거 결과와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비당권파는 이 지점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인천 연수갑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국회로 복귀한 송영길 전 대표는 평택을 패배와 관련해 "당 대표가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전당대회에서 종합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정 대표를 겨냥했다.
여기에 김민석 국무총리의 여의도 복귀 시점까지 임박하면서 차기 전당대회는 정 대표와 김 총리, 송 전 대표 등이 맞붙는 권력 재편의 장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김 총리의 경우 '국정 2인자'였던 만큼, 이번 지방선거 승리가 당 지도부의 선거 전략보다 이재명 정부 국정 지지 여론 덕분이란 해석이 확산할 경우 그 과실을 흡수할 유력한 주자로 부상할 수 있다.
결국 차기 민주당 전당대회의 쟁점은 '승리의 공'과 '실점의 책임'을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될 전망이다. 당대표가 2028년 총선 공천권을 쥐는 만큼, 단순한 지도부 교체를 넘어 친명(친이재명)계 내부 주도권 경쟁과 친청(친정청래)계 방어전이 맞물린 계파전 성격을 띨 가능성이 높다.
'선방론' 국힘, 장동혁 거취·한동훈 복당 뇌관으로
국민의힘 사정은 더 복잡하다. 전체 선거에서는 패했지만 서울시장 수성, 일부 재보선 승리 등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장 대표 역시 이를 근거로 즉각 사퇴보다는 버티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그는 SNS를 통해 "모든 상황이 어려웠던 이번 선거였지만, 우리는 희망의 불씨를 지켜냈다"며 "저에게 주어진 막중한 책임을 외면하지 않고 당원들과 함께 우리가 나아갈 새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사퇴 요구에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누가 잘했고 못했고를 얘기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책임론 확산에 거리를 뒀다. 당 수습론과 대여 견제론을 앞세워 지도부 흔들기를 차단하려는 기류다. 특히 선관위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만큼, 당분간 지도부 책임론을 전면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내 비당권파와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장 대표 사퇴 요구는 분출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 단체 대화방에서는 윤한홍·이양수·한기호 등 중진 의원들이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고, 안상훈·박정훈·김소희 의원 등 친한계 의원들은 SNS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지도부 거취를 압박했다.
무소속 한동훈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인이 지난 4일 부산 북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 확정 후 선거사무소를 나서며 지지자와 인사하는 모습. 부산=류영주 기자
국민의힘 내홍의 핵심 변수는 한동훈 전 대표다. 무소속으로 당선된 한 전 대표는 "부당하게 제명된 날 반드시 돌아간다고 했다"며 복당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국민의힘 다수 의원들과 통화했다며 보수 재건의 방향과 명분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선거를 통해 정치적으로 생환한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의 상징성을 선점하려는 모양새다.
결국 한 전 대표의 복당 시도는 장동혁 지도부의 정통성 문제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장 대표 체제에서 제명된 인물이 무소속으로 당선돼 돌아온 만큼, 복당 논의 자체가 장 대표 거취 요구를 증폭시키는 촉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