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프로야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시구자로 나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시타자 나선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두산그룹이 엔비디아와 손잡고 피지컬 인공지능(AI), 로보틱스, AI 팩토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방위적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칩을 두산의 가스터빈, 원전, 협동로봇 등 하드웨어에 이식하는 것이다.
두산그룹은 8일 "에너지, 전자소재, 로보틱스 등 두산의 핵심사업 전반에 걸쳐 엔비디아와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능형 로보틱스, 에너지 솔루션, 고성능 전자소재 등 두산의 핵심사업이 엔비디아가 추진하는 AI팩토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양사 협력의 기본 목표는 두산의 제품과 기술 및 제조역량을 엔비디아의 가속 컴퓨팅, 피지컬AI 플랫폼과 연결하는 것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로봇용 프로세서인 '젯슨 토르(Jetson Thor)'와 가상 시뮬레이션 플랫폼 '아이삭 심(Isaac Sim)'을 기반으로, 로봇이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추론해 작동하는 '에이전틱 로봇 운영체제(OS)'를 개발 중이다.
그동안 산업용 로봇이 인간이 입력한 정밀 프로그래밍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였다면, 엔비디아의 AI 뇌를 탑재한 두산 로봇은 불규칙하게 쌓인 화물을 분류하는 디팔레타이징(depalletizing)이나 미세한 표면을 깎아내는 샌딩(sanding) 공정 등 까다로운 제조 현장에서 사람처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두산은 이 기술을 두산밥캣의 소형 건설 장비, 조경 및 농업용 장비에도 접목할 계획이다. 장비가 스스로 현장 상황을 파악해 자율 주행하며 작업을 수행하는 '자율 산업 장비'의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겠다는 의미다.
인공지능(AI) 연산에 따른 '전력 대란'이 현실화한 가운데 엔비디아는 차세대 데이터센터 인프라 표준인 'DSX 플랫폼'에 두산의 대형 가스터빈과 소형모듈원전(SMR), 수소연료전지 등 핵심 에너지 솔루션을 대거 연계하기로 했다.
양사는 가상 공장 및 데이터센터(AI 팩토리) 구축 단계부터 초대형 발전 설비를 최적화해 배치하는 전력 공급 설계를 공동 진행할 방침이다. 특히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면서도 고품질의 전력을 24시간 끊김 없이 공급할 수 있도록 SMR과 수소 기반의 저탄소 전원 공급망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 제공㈜두산 전자BG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모듈형 서버 설계 플랫폼인 'MGX' 등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필수적인 동박적층판(CCL) 공급 확대를 모색한다. CCL은 AI 가속기가 고온·고압의 가혹한 컴퓨팅 환경에서도 오류 없이 작동하도록 돕는 핵심 소재다. 폭발적인 고성능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두산은 오는 2028년 양산을 목표로 태국에 신규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등 대대적인 공급망 확충에 나섰다.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은 "두산그룹은 오랜 기간 축적한 제조 역량을 토대로 에너지, 로보틱스, 첨단소재 분야에서 AI시대에 필요한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면서 "AI팩토리 시대를 맞아 우리 사업 분야에서 AI를 적용하고 사업기회를 모색하는 데 이번 엔비디아와의 협력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