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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의 부는 어떻게 북쪽의 권력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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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대운하 시대, 세상을 연결한 부의 통로'
중국 대운하를 따라 흐른 상인·물류·제국의 이야기

1759년 청나라 궁정화가 서양(徐揚)이 그린 '고소번화도'. 당대 번영을 누린 대도시 쑤저우(苏州)의 모습을 그렸다.1759년 청나라 궁정화가 서양(徐揚)이 그린 '고소번화도'. 당대 번영을 누린 대도시 쑤저우(苏州)의 모습을 그렸다.
"세상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그리고 그 연결을 누가 통제하는가."

조영헌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의 '대운하 시대, 세상을 연결한 부의 통로'는 이 질문을 중국 대운하의 역사에서 풀어낸 책이다. 오늘날 공급망 위기와 미·중 전략 경쟁, 에너지·반도체 패권 다툼 속에서 물류와 인프라는 국가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변수로 떠올랐다. 저자는 이러한 '연결의 시대'를 이해하는 열쇠로 15~18세기 중국 대운하를 소환한다.

책은 대운하를 단순한 수로나 토목 공사가 아니라 제국을 작동시킨 거대한 시스템으로 바라본다. 남쪽의 경제력과 북쪽의 정치 권력을 잇고, 물자와 세금뿐 아니라 정보와 사람, 상업 문화까지 흐르게 만든 내륙의 플랫폼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부는 생산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결을 설계하고 흐름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탄생한다"고 본다. 대운하를 따라 움직인 상인들은 길을 이용하는 존재에서 점차 길을 지배하는 존재로 변해 갔다. 특히 휘주 상인으로 대표되는 이들은 유통을 넘어 금융, 정보, 지역 네트워크를 결합한 복합적 경제 주체로 성장했다.

믹스커피 제공믹스커피 제공
책은 중국 상인의 성공담만 다루지 않는다. 상업이 발전했지만 상인은 사농공상의 말단으로 여겨졌고, 법적 안전망도 취약했다. 저자는 "중국에 정경유착의 전통이 유구하게 이어진 이유"를 상인의 불안정한 사회적 지위와 국가 권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던 구조에서 찾는다.

상인들은 평판과 신뢰를 자본으로 바꾸기도 했다. 17세기 상인들이 수로 교통의 요지에서 말뚝 제거, 구조선 운행 등에 기부한 일은 단순한 선행이 아니라 지역 상계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전략이었다. 회관과 서원, 사당을 통해 상업의 신을 숭배한 문화 역시 상인들이 결속을 다지고 계층적 한계를 넘어서려 한 방식으로 읽힌다.

조선인의 눈에 비친 대운하도 등장한다. 1488년 절강성 영파에 표류한 최부는 북경까지 호송되는 과정에서 대운하를 이용했고, 강남의 도시와 운하 풍경을 '표해록'에 남겼다. 저자는 이를 통해 대운하가 중국 내부만이 아니라 조선과 동아시아의 시선 속에서도 거대한 교통망이자 문명 통로였음을 보여준다.

조영헌 지음 | 믹스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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