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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업체와도 교섭?"…노란봉투법 100일, '교섭 쓰나미'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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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 쓰나미' 공포 커지지만 실제 교섭은 아직 제한적
1151개 노조가 교섭 요구했지만 실제 교섭 사업장은 9곳
관건은 '의제'와 '실질적 지배력'…사용자성도 제한적 인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민 기자'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노란봉투법 시행 100일을 맞은 가운데 경영계의 '교섭 쓰나미'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지난 15일 급식·청소 등 생산과 직접 관련이 없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한화오션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면서 "급식업체와도 교섭해야 하느냐"는 반발이 터져 나온 것이다.

협력사가 8500곳에 달하는 현대자동차 등 수많은 하청업체를 둔 제조 대기업이 '단체교섭 지옥'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도 뒤따랐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 역시 현대차가 구내식당인 현대그린푸드 노조 및 보안지회와 교섭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렇다면 비제조·간접지원 직군까지 번진 이 공포는 사실에 얼마나 부합할까.

19일 중앙노동위 결정 내용과 고용노동부 설명자료 등에 따르면 경영계가 우려하는 '교섭 쓰나미'는 아직 현실화했다고 보기 어렵다.

판단의 첫 번째 관건은 교섭의 '의제'다. 같은 구내식당 하청노동자라도 무엇을 두고 교섭하느냐가 핵심이다. 만약 원청이 "몇 시에 맞춰 배식하라"는 수준의 일상적 업무 지시를 내렸다면 이는 일반적인 도급계약에 해당하므로 원청을 사용자로 볼 수 없다.

그러나 환기시설 확충이나 노후 설비 개선의 권한과 예산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따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조리실 환풍기가 고장 나거나 세탁실·통근버스 환경이 열악해도 하청업체는 이를 자의적으로 개선할 수 없다. 작업장 시설의 소유주인 한화오션이 승인하고 예산을 투입해야만 실질적인 개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모든 교섭에 대해 무제한으로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원청의 지배력이 직접 미치는 산업안전·작업환경 의제에 한해 사용자성이 제한적으로 인정된 것이다.

중노위의 판단이 정부 지침과 엇갈리는 이례적 결정이라는 경영계의 반발에 대해서도 노동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배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영계는 해석지침상 "구내식당은 일반적 지시권에 해당해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대표 사례"라고 주장했지만 노동부는 "이번 사건은 '몇 시에 배식하라'가 아니라 '낡은 시설을 누가 개선하느냐'를 따진 것으로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행법 역시 사용자의 범위를 직접적인 생산 과정에서의 원·하청 관계로만 한정하지 않는다. 쟁점의 핵심은 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원청이 해당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느냐에 달렸다.

지난 2024년 8월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이 야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2024년 8월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이 야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경영계가 우려하는 '교섭 지옥'은 실제로 산업현장에 닥쳤을까. 통계는 정반대의 현실을 가리킨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1151개 하청 노조가 434개 원청에 교섭을 요구했다. 원청이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한 곳은 90곳이다. 이 가운데 창구단일화 등 교섭 절차를 마치고 실질적인 교섭 단계에 진입한 사업장은 29곳에 불과하다. 실제 단체교섭이 진행 중인 사업장은 9곳이다.

앞서 지난 5일 기준 지방노동위원회가 사용자성 판단 요구 사건의 86%에서 원청을 '진짜 사장'으로 인정했는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상당수 기업이 공고를 미루거나 중노위 재심, 나아가 행정소송까지 이어지는 장기전으로 시간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교섭 테이블에는 여전히 노조만 홀로 앉아 상대를 기다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경영계가 거듭 '교섭 쓰나미'를 경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교섭 쓰나미 우려가 커질수록 원청의 교섭 거부와 지연 전략이 정당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나아가 사용자성 인정 범위를 축소하거나 해석지침을 무력화하려는 여론전의 성격도 짙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여론전은 결국 '보완 입법' 논의로 수렴된다. 다만 노사와 정치권은 전혀 다른 이유로 보완을 말한다. 우선 야당을 중심으로 경영계의 우려를 반영한 입법 보완 요구가 본격화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현대차의 협력업체만 8500개에 달하는데 이제 1년 365일 노조와 협상만 하다 끝날 판"이라며 "당장 노란봉투법의 폭주를 멈추고 노동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열린 토론회에서도 자동차·건설·조선업계 관계자들은 "법과 해석지침 보완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지방선거 유세 중 노란봉투법 청구서를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지방선거 유세 중 노란봉투법 청구서를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노동계는 이러한 보완 입법 시도를 법안을 후퇴시키려는 움직임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한다. 오히려 현행법과 시행령이 원청을 교섭 테이블로 끌어내기에는 턱없이 약하다는 주장이다.

노란봉투법 입법 운동을 벌여온 시민단체 '손잡고'의 윤지선 활동가는 "사측이 교섭에 나오지 않는 것이 문제인데 이를 강제할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며 "시행령 어디에도 사용자를 교섭에 나오게 할 강제 수단이 없는데 어떻게 교섭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당장의 대안 입법이나 법 개정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해석지침에 따라 노사가 현장에서 보다 수용 가능한 방향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도·관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결국 현장의 혼란은 법의 과도한 파급력 때문이라기보다 원청의 교섭 회피 전략과 이를 제어할 제도적 장치의 미비가 맞물린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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