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미국과 이란간 종전 합의로 중동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한국 경제에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곧 개방될 것이라는 소식에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나들던 국제유가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파괴된 생산시설이 복구되고 공급망이 정상화될때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데다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국내 물가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사로, 한국은행의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 사실화한 분위기다.
종전 합의했지만…"유가, 전쟁 전 복귀 시간 걸릴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종전 MOU'에 서명한 직후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겠다고 공언하면서 국제 유가가 서서히 안정을 찾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타결에 따른 낙관론이 이어지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70달러선까지 내려갔다. 개전 직후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 3월 2일 이후 3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다만, 전쟁으로 파괴된 중동 산유국들의 생산시설이 복구되고 공급망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는데는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7일 물가 설명회에서 "에너지 공급망이 중동 전쟁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하고 국제유가가 안정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고 말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생산시설 복구와 공급 회복에는 수개월에서 2년 가까이 걸릴 수 있다"며 "연내에 국제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인 배럴당 60달러대로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종전 이후 원유 공급 정상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수요 둔화 폭이 확대될 경우 브렌트유가 올해 4분기 배럴당 70달러, 내년에는 6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유가 물가에 전이…신현송 "고물가 당분간 지속"
황진환 기자국제유가 상승세가 다소 진정되더라도 국내 물가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가 급등 영향이 생산자물가와 수입 물가에 먼저 반영된 뒤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전이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은이 발표한 올해 5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9.82(2020년 수준 100)로, 전월(128.75)보다 0.8% 오르며 9개월 연속 상승했다. 중동 전쟁 직후 급등했던 유가의 영향이 생산자물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또 한은은 지난 17일 공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3% 안팎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2% 중후반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신 총재는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소비자물가는 앞으로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의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환율 안정화 흐름…"한미 금리차 줄면 환율 절하 압력 해소"
중동전쟁이 종식되면 1560원선까지 치솟던 원·달러 환율이 안정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실제로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공식 발표 직후인 지난 15일 원·달러 환율은 8.7원 급락한 1511.1원으로 마감한 뒤 1500원대 초반의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사에 따른 한미 금리차 축소가 원화 약세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금리차가 (환율에)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며 "금리차가 줄게 되면 원화 절하 압력도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 환율이 더 상승할 이유는 없어 보이며 이달 안에 1400원대 진입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원화 약세의 주된 원인이 외국인 주식 순매도인만큼 효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유럽·日 인상, 연준도 인상 시사…"물가 안정 이룰 것"
미 연준이 16~17일(현지 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연 3.50~3.75%로 유지했다.
FOMC 결정문에는 "인플레이션은 에너지를 포함한 일부 부문 가격 상승을 초래한 공급 충격을 일부 반영하며, 여전히 2.0%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며 "물가 안정을 이룰 것"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고물가 우려가 커지자 '매파적 동결'에 나선 것이다.
FOMC는 올들어 1·3·4월에 이어 4연속 동결을 결정하면서 향후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으로 해석된 '완화 편향' 문구를 삭제해 다음 회의부터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유럽과 일본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물가 잡기에 나선데 이어 미국도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등 주요국들이 일제히 긴축으로 방향을 트는 모습이다.
신현송 "판 뒤집을 변화 없어"…7월 등 연내 2~3회 인상 전망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고유가와 고환율 등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자 기준금리 인상을 거듭 예고했다.
신 총재는 전날 기자설명회에서 "5월 금융통화위원회 전망 이후 크게 바뀐 것은 없다.당시 판단을 뒤집을 만한 변화는 없다"면서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을 재차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7월을 시작으로 연내 2~3회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7·8월 연속 인상 가능성과 함께 내년 상반기까지 긴축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7월 '빅스텝'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신 총재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빅스텝 얘기가 나올 당시(5월)에는 채권 금리도 높고 환율도 올라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오늘과는 대조적"이라고 했다. 이어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펼 때 시장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밑에 깔려 있는 중요한 흐름을 본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유가가 일부 안정되더라도 기존 고유가 영향이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며 "금리 인상 필요성은 계속 제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