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칼럼]이주노동자를 '원숭이 1, 2…'로 부른 폭력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차별과 인권 유린의 반문명
경북 영천 이주노동자 4명 폭언·폭행 집단피해 호소

대경이주연대회의와 피해를 호소하는 이주노동자들이 18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사업주를 구속 수사하라며 기자회견을 연 뒤, 기자와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곽재화 기자대경이주연대회의와 피해를 호소하는 이주노동자들이 18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사업주를 구속 수사하라며 기자회견을 연 뒤, 기자와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곽재화 기자
·벽돌공장 지게차 괴롭힘 사건의 기억이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유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북 영천의 한 제조업체에서 벌어진 업주의 폭언과 폭행의 실상은 참으로 충격적이다. 인간을 동물로 지칭하고 행동까지 통제하려는 반문명적 폭력성 때문이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어렵게 쌓아 올린 대한민국의 국격은 흔들린다.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출신 등 이주노동자 4명은 지난 수년간 업주로부터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다. 이주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원숭이 1번, 2번, 3번, 4번' 등으로 불렸다고 한다.

입사 나흘 만에 용접기로 머리를 맞기도 했다. 상습 폭행으로 고막이 손상되거나 손톱이 빠지는 등의 중상을 입고도 병원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나 영상을 남기지 못하도록 사업주가 휴대전화를 수시로 검사했다는 증언도 나왔고, 감독기관의 조사에 대비해 특정진술을 유도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피해자들은 시민단체의 협조를 받아 사업주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고소했다.
 

호칭은 인격이다


시인 김춘수는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고 노래했다. 이름을 불러주는 행위가 곧 상대를 인격적 존재로 인정하는 과정임을 강조했다.
 
반면 업주가 이주노동자들을 이름 대신 원숭이로 부른 건 심각한 차별 행위이자 인격모독이다. 국적과 인종에 대한 편견이 담겨 있어 단순한 별명으로 치부할 수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꽃이 되지 못했고 이주노동자들에게 사업장은 탈출하고 싶은 지옥이었을 것이다.
 
사람을 동물에 빗대는 행위는 역사적으로도 상대방을 모욕하는 강력한 수단이었다. 독일의 나치 정권이 혐오를 조장할 목적으로 유대인을 쥐 떼에 비유한 것이나, 서구 노예제가 흑인을 사실상 인간 취급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번호까지 붙일 때 비인간화는 극대화된다. '원숭이 1, 2, 3, 4'에는 이주노동자를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 사업주의 태도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끊이지 않는 인권유린 왜?


이주노동자 상대 인권유린이 끊이지 않는 건 현행 고용허가제의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업주는 이주노동자가 자유롭게 직장을 옮길 수 없다는 약점을 알고 있고, 이주노동자는 혹시 모를 강제출국을 우려해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런 구조를 업주가 악용한다면 노동자들은 임금체불과 폭언·폭행·괴롭힘 등 인권유린을 당해도 쉽사리 회사를 빠져나올 수 없다.
 
고용노동부는 이주노동자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이달 초 인권침해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단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거창한 대책일지라도 말단까지 스며들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노동현장의 밑바닥까지 살피는 세밀한 대책과 촘촘한 모니터링이 절실하다. 폭력과 착취를 부르는 사업장 이동제한 등 현행 고용허가제에서 개선할 점은 없는 지도 살펴야 할 시점이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