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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없는 부산 경제, '앵커기업 기술력'으로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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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2024년 R&D 투자 8.5% 증가한 3842억… 5년 내 최대 규모
최근 5년 부산 앵커기업 연구개발비 추세적 증가세 지속
부산, 대기업·고부가 첨단산업 부족의 구조적 한계 속에서도

부산상공회의소 제공부산상공회의소 제공
부산 지역 경제가 '대기업 부재'와 '고부가 첨단산업 부족'이라는 고질적인 구조적 한계 속에서도, 지역 내 주요 앵커기업(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 기업)들을 중심으로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수 대기업이 국가 전체 R&D를 주도하는 전국적 현상과 마찬가지로, 부산 역시 상위 앵커기업들이 지역 혁신 성장을 외롭게 견인하고 있어 이들 핵심 역량을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시킬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부산상공회의소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한국평가데이터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2024년 기준 전국 매출 2000대 기업 내 부산기업 68개사 R&D 현황'을 보면, 이들 기업의 지난해 총 R&D 투자액은 384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3542억 원) 대비 8.5% 증가한 수치로, 최근 5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 속에서도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한 지역 기업들의 체질 개선 노력이 추세적 증가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동차·신발' 양날개…제조업 편중 심화

업종별로 보면 부산 경제의 전통적 버팀목인 제조업이 R&D 혁신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었다. 전체 연구개발비의 무려 96.5%가 제조업에서 나왔으며, 비제조업 비중은 3.5%에 불과했다.

특히 자동차·부품 업종이 43.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신발제품(31.6%), 화학·고무(13.9%)가 그 뒤를 이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신발 제조업의 높은 R&D 비중이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전체 R&D 비중에서 신발 기업들이 두 번째로 높은 위치를 차지한 것은 글로벌 공급망 시장에서 여전히 굳건한 부산 신발 제조업의 위상과 기술력을 증명하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상위 3개사 56% 독점…'소수 주도형' 생태계 뚜렷

국가 R&D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수도권 대기업에 쏠려있듯, 부산 역시 소수 앵커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

지역 내 R&D 투자 1위는 르노코리아(868억 원, 22.6%)가 차지했다. 이어 글로벌 신발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기업인 창신INC(843억 원, 21.9%)와 자동차 부품 중견기업인 성우하이텍(445억 원, 11.6%) 순이었다. 이들 상위 3개 기업의 투자액만 합쳐도 부산 전체 R&D의 절반이 넘는 56.1%에 달했다. 상위 10개사로 범위를 넓히면 비중은 83.5%까지 치솟는다.

이 같은 'R&D 양극화'는 전국적인 현상과 궤를 같이한다. 2024년 기준 전국 매출 2000대 기업의 총 R&D 비용 중 수도권 소재 상위 10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73.7%에 달했다. 중앙과 지방 모두 소수의 핵심 앵커기업이 연구개발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체급 한계 속 빛난 외유내강…"산업 고도화 전폭 지원해야"

지표상으로 보면 부산 기업 68개사의 매출액 대비 평균 R&D 비율은 0.7%로, 전국 2000대 기업 평균인 0.9%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이는 '10조 원 이상 초대형 대기업'이 부산에 단 한 곳도 없다는 구조적 차이에서 기인한 '착시'에 가깝다.

실제 매출액 구간별로 쪼개어 보면, 각 구간에서 전국 평균(0.9%)을 상회하는 기술 투자 성향을 보인 기업의 비중은 오히려 부산이 전국보다 높았다. 척박한 토양 속에서도 지역 중견·중소 앵커기업들이 독자적인 R&D 기반을 단단하게 구축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과제는 소수 기업에 집중된 혁신 에너지를 지역 경제 전반으로 어떻게 수혈하느냐다. 부산상공회의소 조사연구팀 관계자는 "일부 앵커기업과 제조업에만 고착된 연구개발 역량이 협력업체와 신산업 분야로 흘러 들어가지 못하면 고립될 수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단순 비용 지원을 넘어 기술 실증, 인증, 수출 연계까지 아우르는 융복합 패키지 지원을 확대해 지역 산업의 구조 고도화를 서둘러 견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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