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세종특별자치시 소방청 대회의실에서 최용철 소방청장 직무대행 주재로 전국 소방지휘관 긴급회의가 열리고 있다. 소방청 제공소방청은 26일 오전 세종시 소방청 대회의실에서 소방청장 직무대행 주재로 전국 소방지휘관 긴급회의를 열고, 최근 직장 내 괴롭힘 등 부조리한 조직문화와 관련한 대응 방향과 조직 쇄신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장에는 전국 소방본부장, 시도 소방본부 감사과장, 소방청 관·국장, 소속기관장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외 전국 소방서장 242명과 각 시·도 소방본부 소방행정과장, 지역 소방학교장, 119특수구조단장, 119안전체험관장 등 350여 명은 영상회의를 통해 참여했다.
앞서 광주 광산소방서 소속 소방공무원 A씨가 지난해 10월 3일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A씨의 유가족 및 남자친구는 고인이 생전 과도한 회식과 직장 내 갑질 등에 시달렸다며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광산소방서가 자체 조사에 착수한 후 불과 7일 만에 "특이사항이 없다"며 조사를 마쳤고, 사망면직서에는 '고인이 남자친구와의 관계 불안을 호소했다'고 적으면서 논란이 더욱 불거졌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직접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고, 점검 결과 피해자가 숨지기 전 15개월 동안 24차례나 회식을 벌이면서 남성 상관 옆에 앉도록 강요하거나 새벽까지 술을 먹이는가 하면, 개인 심부름 등을 억지로 시켰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유가족과 피해자의 남자친구가 진상 규명을 요구했지만, 광산소방서는 물론 광주소방안전본부와 소방청 본청조차 이를 묵살하거나, 가해자가 감찰 부서장을 맡아 '셀프 조사'하는 등 사실상 사건을 은폐·방치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날 회의에서 최용철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최근 사안과 관련해 "유족들의 슬픔과 사회적 공분은 지금 우리 소방을 향한 국민들의 냉혹한 평가이자 준엄한 질책"이라며 "직장 내 괴롭힘과 강압적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으며, 조직의 근간을 해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대한 위기 상황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뼈를 깎는 성찰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며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조직의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특단의 개선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소방청은 우선 본청 감사담당관을 교체하고, 소방청·광주소방본부·광주광산소방서 감찰라인 및 관련자 등에 대한 직무배제 조치를 시작으로 전면적인 인적 쇄신에 나선다.
갑질 행위를 묵인하거나 방조한 지휘관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즉각 직무배제 및 승진 제한 등을 검토·시행할 방침이다.
또 소방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정례화한다. 이번 실태조사는 중앙과 지방, 내근과 외근, 직무와 직급, 지역과 성별의 경계를 두지 않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특히 현장에서 근무하는 하위 직급 직원들의 목소리와 여성 소방공무원들이 겪는 고충과 현실을 왜곡 없이 담아내는 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더 나아가 소방청은 이번 조사를 조직문화 개선 대책의 성과를 측정하는 정기적 지표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향후 매년 또는 반기별로 정기 조사를 추진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각 시·도 소방본부의 조직문화 개선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직장 내 갑질 및 부조리 집중 제보기간'도 운영한다. 제보 과정에서는 익명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외부 전문 제보 플랫폼을 활용할 방침이다.
집중 제보기간에는 폭언·폭행 등 직접적인 가해 행위뿐만 아니라 강압적인 음주 및 회식 강요, 직위를 이용한 사적 심부름 요구 등 조직 내 고질적 병폐까지 파악할 계획이다.
소방청은 조직 내 부조리와 비위 행위에 보다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기 위해 소방청 감사담당관실의 감사·감찰·조사 등 기능 전반을 개선·강화한다.
우선 소방청 주관의 전국 단위 특별 점검 기간 동안 경험이 풍부한 시·도 감찰관 18명을 지원받아 감찰팀을 확대 운영한다. 이를 통해 감찰 인력을 보강하고, 현장 확인과 조사 절차가 더 신속하고 내실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감사담당관실에는 6명의 변호사 자격을 갖춘 소방공무원을 배치하여 감사·감찰·조사 등 과정의 전문성과 법적 판단 역량을 높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제보 접수부터 사실관계 확인, 법리 검토, 조치 결정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업무 처리가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소방청은 이번 조직 쇄신 대책을 책임 있게 추진하기 위해 이날부터 오는 9월 30일까지 약 3개월간 '조직문화 혁신 TF'를 운영한다.
조직문화 혁신 TF는 소방청 차장(소방청장 직무대행)을 단장으로, 소방청 기획조정관을 부단장으로 구성된다.
TF는 △조직혁신 분과 △감찰강화 분과 △인사혁신 분과 등 분야별 분과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정책 제언과 대책 자문을 위해 민간 전문가도 참여한다.
조직혁신 분과는 직장 내 갑질과 부조리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조직문화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감찰강화 분과는 제보·감찰 체계의 실효성 제고와 교차 감찰 운영 방안을 검토한다.
인사혁신 분과는 비위 행위자 및 관리 책임자에 대한 인사상 조치, 승진 제한, 직무 배제 등 책임성 강화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소방청은 TF 운영 과정에서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폭넓게 수렴하기 위한 창구도 마련한다. 하위 직급, 여성 소방공무원, 현장대원, 행정·감찰·인사 담당자 등 다양한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해 실효성 있는 개선 대책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최 직무대행은 "이번 회의는 단순한 지시나 선언이 아니라, 국민 앞에 소방 조직 전체가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변화하겠다는 약속"이라며 "소방청부터 책임 있게 쇄신하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조직문화 개선이 이루어질 때까지 끝까지 점검하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조직일수록 내부의 인권과 존중, 책임 있는 지휘 문화가 바로 서야 한다"며 "이번 사안을 뼈아픈 성찰의 계기로 삼아 조직 전반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소방청은 이날 긴급회의에서 논의된 주요 교육 내용과 조직 쇄신 방안이 각 시·도 소방본부와 일선 소방서, 119안전센터까지 빠짐없이 전달될 수 있도록 단계별 후속 교육을 추진할 계획이다.